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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부터 '도둑들'까지 천만영화 5편 홍보 주역 이윤정 강효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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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부터 '도둑들'까지 천만영화 5편 홍보 주역 이윤정 강효미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17 0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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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영화 홍보대행사 ‘퍼스트 룩(First Look)’. 2012년 ‘도둑들’을 시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변호인’(2013), ‘명량’(2014) 그리고 올해 ‘베테랑’까지 천만 영화 5편의 홍보를 책임졌다.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가교이자, 영화를 최상의 상품으로 판매하기 위한 최전방 공격수다.

‘5천만 자매’로 불리는 천만 영화 연금술사 이윤정(39) 대표와 강효미(38) 이사를 16일 오후 한남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 레드카펫, 동영상 역사강의, 여대어택 시도...‘아이언맨’ ‘추격자’ 흥행 반전

중견 영화사 명필름 마케팅실에서 선후배로 근무했던 두 사람은 각각 5년차, 3년차이던 2005년 11월 3000만원을 종자돈 삼아 창업했다. ‘퍼스트 룩’ 간판을 내걸고 신사동 세로수길 자그마한 사무실에서 창립 멤버 3명으로 출발했다.

▲ '도둑들'부터 '베테랑'까지 천만영화 5편의 홍보를 연이어 맡은 퍼스트룩의 강효미 이사(왼쪽)와 이윤정 대표

“안온한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서 모진 풍파를 맞아보면 성장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많은 사람들과 작품, 마케팅에 대한 갈증이 컸던 거죠. 우리의 수준과 능력으로 진검승부를 겨뤄보고 싶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자는 무모한 마음이었어요. 어렸을 때니까 깨지거나 좌절하는 걸 꺼려하지 않았던 거죠. 나와서 배운 게 정말 많았어요.”

첫 작품 ‘방과 후 옥상’ 이후 ‘다세포소녀’ ‘어거스트 러시’ ‘추격자’ ‘아이언 맨’ ‘7급 공무원’ ‘미션 임파서블4’ ‘완득이’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한국영화와 외화, 저예산 영화와 블록버스터를 망라했다.

영화의 장르와 콘셉트를 바탕으로 타깃(관객층) 분석, 시기별 PR전략 및 방법 수립, 예고편 포스터 등 광고물 제작, 매체 홍보, 프로모션 행사 진행 등의 과정을 아우르는 홍보마케팅 영역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민하면서도 깔끔한 업무처리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회사 이름과 카피(Think First Look Different)가 우리의 비전이자 목표, 지키고 싶은 색깔이었어요. 남들이 안 해봤거나 뻔해 보이지 않은 작품을 우리가 찾아보자! 꺼려하거나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꾸준히 해나가다 보니 큰 영화가 있을 때 투자·제작사로부터 ‘퍼스트 룩’이 잘 만져서 같이 해보면 좋지 않을까란 제안을 받게 됐고, 이를 성공시키면서 기회가 많아졌죠.”

 

‘다세포 소녀’ 주연 여배우 김옥빈의 ‘흔들려’ 동영상은 2006년 당시 조회수가 폭발했다. 특별 콘텐츠가 별반 없던 시절에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진행했는데 네티즌의 욕구와 맞아 떨어져 큰 파급효과를 창출했다. 콘텐츠가 힘이 있으면 이렇게 확산하는구나를 여실히 깨달았다.

‘도둑들’ 때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레드카펫 행사 아이디어를 냈다. 화려한 출연진, 김혜수의 세련된 매너라면 팬들과 소통하며 외국배우 이상으로 치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내한했을 때나 이뤄지던 이벤트였다. 행사는 화제를 뿌리며 성황리에 이뤄졌다.

설민석 강사의 영화 동영상 역사강의도 ‘광해, 왕이 된 남자’ 때부터 시작했다. 당시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그를 눈여겨 본 뒤 영화 콘텐츠와 역사 교육을 연관시키면 재미있겠다 싶어 진행했는데 관객의 니즈와 부합한 케이스다. 여대생들 사이에 인기 많은 배우들에 착안해 요즘 한창 유행하는 ‘여대 어택’ 이벤트 역시 두 사람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퍼스트 룩’의 방향성과 정확히 부합하는 영화를 만났을 때의 보람은 강렬했다. 2008년 마블의 첫 실사 슈퍼히어로 영화 ‘아이언 맨’ 홍보를 맡았을 당시 마블 스튜디오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깡통 로봇이 등장하는 이상한 히어로물 느낌이 강했던 이 작품은 예상을 깨고 430만 관객을 동원, 국내에 마블 영화 인기의 시작을 알렸다.

같은 해 ‘추격자’ 경우도 흥행성이 높은 작품은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이었으며 김윤석 하정우의 인기는 지금과 같진 않을 때였다. 영화계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음에도 500만명 이상이 드는 성과를 올렸다.

 

◆ ‘변호인’ 가장 힘들었던 작품...‘베테랑’ 가장 신명나게 작업

올댓시네마, 영화인 등 전통의 홍보대행사를 턱 밑까지 추격할 만큼 승승장구하던 ‘퍼스트 룩’은 2010년 가을 돌연 폐업 신고를 내 영화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일에 치이다보니 리프레시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아예 사무실을 접고 인생의 또 다른 루트를 모색하려고 했죠. 5개월 동안 쉬고 여행하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뒤 다다른 결론은 영화 홍보마케팅은 내가 여전히 좋아하는 일이라는 거였어요. 마음을 다잡았기에 이후 무식하게 일하는데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끌려가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즐겁게 일하고 있죠.”

복귀 후 더욱 도전적으로 탈바꿈했다. 투자·제작사가 시키는 업무만 할 경우 허드렛일을 하는 존재로 전락하기에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적극 개진하면서 주체적인 입지를 굳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만 행진이 시작됐다.

‘도둑들’은 맡았던 영화 중 손익분기점이 가장 높은 대작이라 자다가도 깰 정도로 무서웠다. 개봉 때까지 덜그럭거림 없이 잘 진행됐고, 첫 날부터 신기록이 터졌다. 편집본을 봤을 때 최고로 재밌어서 흥행에 대한 확신이 들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CJ엔터테인먼트의 개봉 시기 앞당기기 논란으로 연일 언론의 질타를 맞았다. CJ 홍보팀장과 전 매체를 다니면서 사과하기 바빴을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았는데 천만 위업을 이뤘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 퍼스트룩이 홍보를 맡은 천만영화 '베테랑' '명량'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도둑들'

‘변호인’이 가장 힘들었다. 영화 자체로는 재미났으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소재 논란부터 시작해 정치사회적 이슈, 진영간 엇갈린 해석 등이 즐비해 긴장해야만 했다. 사이즈가 크거나 볼거리가 화려한 영화가 아니었기에 애초 천만 목표를 잡지도 않았다. 자칫 마케팅으로 인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까다로운 작품이라 심적 압박이 심했다. 주말에 마트에 있던 중 예상치 못한 이슈가 터져 화장실로 달려 들어가 노트북 전원을 연결한 뒤 보도자료를 급하게 작성하기도 했다. 논란이 발생하면 제작사와 내부 의견을 재빠르게 취합한 뒤 가장 정확한 워딩으로 정해진 가이드에 맞춰 대응해야 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모든 것을 체험한 긴장의 시간이었다.

실존 인물과 해전 소재, CG효과, 사극을 마케팅하는 게 흥미로워 도전했던 ‘명량’은 투자사 마케팅 스태프와의 호흡이 좋아서 모든 게 계획대로 착착 이뤄졌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결과까지 얻어 뿌듯했다.

역대 읽었던 시나리오 중 가장 재미났던 ‘베테랑’은 신명나게 작업했다. 쉽고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몰고 가는 힘이 큰 작품이기에 장점인 ‘흥겨움과 통쾌함’을 관객에게 보여주면 성공하겠단 확신이 들었다. 영화 자체가 흥과 속도감이 있다 보니 마케팅도 동일하게 진행됐다. 그간 천만영화는 일종의 툴(100억원 이상의 제작비, 묵직한 메시지 탑재 등)이 있었는데 오락영화로써 보기 좋게 틀을 깬 점은 시장 측면에서 봤을 때도 의미가 컸다. 이런 영화로도 얼마든지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 “홍보마케터=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접하는 모든 정보를 컨트롤하는 직업”

3명으로 시작한 ‘퍼스트 룩’은 10년 만에 전 직원 9명의, 믿고 맡기는 영화 홍보대행사로 성장했다. 고된 업무의 연속이라 젊은 친구들이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직원들은 이윤정 대표- 강효미 이사가 회사를 차렸을 때의 보람과 직업의 의미를 공유하며 8년, 5년, 3년을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퍼스트 룩’의 쌍두마차에게 홍보마케팅의 핵심과 현안을 물었다.

▲ 영화 홍보대행사 퍼스트룩의 이윤정 대표가 지난 10년의 성공과 좌절을 말하고 있다

“전문적 콘텐츠와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짜는 컨설턴트죠.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사람들이 해야 하고,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함께 원활하게 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이윤정 대표)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접하는 모든 정보를 컨트롤하는 직업이에요. 요즘엔 관객과의 소통 창구가 블로그, 카페, 페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변화됐기에 피드백을 고민하면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하고요. 이렇듯 유통 플랫폼이 넓어질수록 예고편, 포스터와 같은 기본 콘텐츠가 굉장히 중요해요. 쉽게 확산되는 환경이므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백 가지가 잘못돼버리기 때문이죠. 기본 전략을 잘 세운 뒤 개봉 때까지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게 필요해요. 그래야 관객 사이에서 회자되고 이슈화되죠.”(강효미 이사)

연이은 천만 영화에 기여했다는데 큰 기쁨을 느낀다는 솔 메이트는 “앞으로 만나는 새로운 영화에게 믿음을 주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낭랑하게 말했다.

# 이윤정 강효미가 전하는 '성공의 법칙'

1.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움 없이 가보라

2. 꿈과 도전을 포기하지 말라

3. 젊은 날의 실패와 성공을 같은 이름으로 받아들여라

4. 실력이 부족해서 실패할 수 있다. 실패하면 실력을 키워 다시 시작하라

5. 인간관계와 감정에 미숙하다보니 파트너와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공적·사적인 일의 경계선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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