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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으리', 비정한 사회에 제대로 한방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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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으리', 비정한 사회에 제대로 한방 먹였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5.29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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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김보성의 '으리'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예능프로그램에서부터 조용히 시작된 '으리'가 현재 연예계를 넘어 전 사회를 뒤덮은 것이다. 김보성의 '으리' 신드롬은 단순히 일어난 단발성 이슈로 보기에는 사회적 문화적 파고가 자못 높다.  사실상 '으리'는 진짜 의리가 부족한 오늘날 사회에 대한 반발로도 볼 수 있다.

▲ 영화 영웅 스틸컷

◆김보성 '으리'의 시작과 파장은 연예가에서 시작

지난 2009년 케이블 채널 MBC every1에서 방송하던 이경규의 '복불복 쇼'에서 한동안 방송에 나오질 않던 검은 선글라스와 가죽 재킷을 입은 사나이가 초대손님으로 등장했다. 바로 배우 김보성이었다. 이전 코믹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그는 이날 느닷없이 '복불복 쇼'에 출연해 '으리'를 외치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고 이경규의 눈에 띄어 이후 수년간 '복불복 쇼' 고정 MC를 비롯해 각종 예능에서 '의리파 배우'로 얼굴을 가끔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도 김보성의 '으리'는 단순히 예능용 개그 소재 정도에 불과했고 그의 '으리'는 재미있는 '으리'일 뿐이었다. 그러나 김보성 표 '으리'는 몇 년이 지나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와 맞물리면서 전 사회를 뒤덮는 일종의 신드롬이 됐다.

계기는 특별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연예인들의 기부 행렬이 이뤄진 가운데 제대로 벌이도 없고 형편이 넉넉지 못하던 김보성이 자신의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대출을 받아 기부를 펼쳤다는 소식이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국민들은 그가 말하던 '으리'를 실제 눈으로 지켜보게 됐다.

그동안 기부와 좋은 일을 하는 연예인들은 많았다. 하지만 모두 다 자신의 형편 안에서였다. 김보성은 자신의 형편을 무시한 기부를 했다. 정말 '의리의 기부'였다. 게다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두고 정치인들과 경제인 등 사회 고위층의 말과 행동이 달랐던 모습들에 지친 국민들은 그의 행동에 감동했고 놀라워했다. 단숨에 김보성의 '으리'는 비정한 사회 속 하나의 현상이 됐다.

▲ 김보성 식혜광고

  
◆광고에서부터 페러디 상품까지 다양하게

'으리'는 우리 사회 속에서 빠르게 진화했다. 개그 소재에 불과하던 '으리'가 사회적 이슈를 만들었다. 광고 분야에서는 식혜, 쇼핑몰, 화장품, 음식료, 대출 광고까지 '으리'에 기반을 둔 마케팅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누리꾼들은 김보성 '으리' 시리즈를 담은 콘텐츠 물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논란의 선수 선발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김보성의 '으리'를 패러디했고, 국가대표 '엔트으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우회적인 비판을 가했다. 또한 몸에 안 좋은 커피를 '아메으리카노'로 표현하고, 우리 농산물을 쓰자는 취지에서 '신토불으리' 같은 신조어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김보성의 '으리'는 사회를 흔들고도 남는 상황이다. 마케팅은 물론이고 관련 상품 패러디물이 속출하는 현상은 국가적인 이슈나 국민들에게 큰 이미지를 남긴 스타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톱스타도 아닌 김보성은 '으리'하나로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영화 영웅 스틸컷

◆메마르고 비정한 사회가 만든 신드롬

김보성의 '으리' 신드롬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시기를 같이한다. 그동안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이면에 갖고 있던 부조리와 부패, 비정한 현실 등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현실을 살펴봤고, 비정하고 차가운 사회에 대한 상처와 아픔을 느꼈다. 때마침 '으리'를 외친 김보성은 그나마 국민들에게 웃음과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위로가 될 수 있었다.

연기자 소속사 앤트리 이성모 대표는 "김보성의 '으리'의 경우 이전에도 항상 밀던 김보성만의 상징이나 다름없지만, 당시에는 '으리'가 먹히질 않던 시절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세월호 기부 사례를 계기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면서 김보성 '으리'가 통하게 됐고, 이 '으리'를 통해 그나마 마음에 허전함을 느끼던 국민들이 위안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김보성 [사진=스포츠Q DB]

◆'으리' 얼마나 갈까?

이처럼 국민들의 가슴속에 파고든 '으리'는 이제 그 수명이 얼마나 지속할 것이냐의 문제만 남았다. 그동안 국민들을 파고드는 신드롬들은 그 수명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보성이 부르짖는 '으리'는 좀 다를 것으로 보인다. 각박한 사회 현실 속에서 '으리'하나로 하나가 될 수 있고, '힐링'이 충분히 될 수 있다는 '맛'을 많은 국민이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과 '의리' 문화, 혈연, 지연에 대한 애착이 강한 국민 정서 역시 김보성의 '으리'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김보성은 평생 말해오던 '으리'를 몸소 실천하고 소신껏 행동해온 대가를 현재와 앞으로도 크게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연예 홍보 기획사 크리에이티브 한 관계자는 "김보성의 '으리' 이미지의 경우 가만히 있어도 자신을 홍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 가만히 있어도 사회적으로 의식이 있는 연예인이 되고, 어떤 상황이던 의리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이미지는 김보성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이에'으리'는 꽤 오래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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