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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14년만의 KS 우승] ① V4 베어스, 그들은 지고 있는 팀처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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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14년만의 KS 우승] ① V4 베어스, 그들은 지고 있는 팀처럼 싸웠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0.31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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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실패 되풀이 않으려 9-1 리드에도 초긴장, 유희관-니퍼트-이현승 계투로 삼성 완벽 제압

[잠실=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경험이란 것이 이렇게 무섭다. 두산 베어스는 2년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죽기살기로 싸웠다. 선수들의 눈빛만 놓고 보면 1승 3패로 지고 있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가 아니라 두산 베어스였다.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성범이 때린 타구에 맞아 오른쪽 발가락 미세골절상을 당한 양의지는 건강한 척(?) 했다. 세 타석까지 파울만 9개를 때리는 등 삼성 투수들로 하여금 무려 24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아픈 안방마님이 이렇게 뛰는데 나머지 야수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 [잠실=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정수빈이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7회말 쐐기 스리런포를 때린 후 비로소 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두산은 마치 지고 있는 팀처럼 싸웠다.

한국시리즈를 하루 앞두고 김현수와 함께 미디어데이에 나섰던 유희관은 “더 내려갈 곳도 없다. 못 던지면 어떠한 비난도 감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후반기 극도로 부진하며 “왜 최동원상 수상자가 됐느냐”는 야구팬들의 비아냥을 받던 그는 14년 만에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에서 마침내 부활했다.

“5차전에서 우승해 홈팬들 앞에서 축하를 받고 싶다”던 김태형 감독의 당찬 출사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준플레이오프부터 14경기째를 치러 힘든 동료들을 다시 대구로 보내지 않기 위해,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처럼 팀에 도움이 못했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공 하나하나에 혼을 실었다. 결과는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

손가락이 아픈 정수빈은 5회말 우전안타를 때린 뒤 주루 플레이로 투지를 보여줬다. 삼성 외야수들이 좌측으로 쏠린 것을 본 정수빈은 3루 주자 오재일을 불러들이는 단타성 우전안타를 날리고선 지체 없이 2루로 내달렸다. 스코어가 9-1이 됐는데 세리머니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2루를 밟고 나서야 가볍게 기뻐할 뿐이었다.

[잠실=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전 13-2로 승리, 우승을 확정짓고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며 환호하고 있다.

벤치도 그랬다. 2013년 3승 1패 리드 상황서 6,7차전에 대비한 투수 운용을 하다가 대참사를 겪었던 두산은 같은 상황이 오자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유희관이 7회초 선두타자 이승엽에게 2루타를 맞자 니퍼트를 불펜에 등장시켜 삼성의 숨통을 조였다. 7회말 정수빈이 스코어를 12-2로 벌리는 홈런을 때리자 그제서야 코칭스태프가 웃기 시작했다.

전광판을 보지 않으면 점수를 가늠할 수 없었다. 모두가 이 한 경기에 사활을 건 것처럼 싸웠다. 벼랑 끝에 몰린 팀이 삼성 라이온즈가 아니라 두산 베어스같았다. ‘미라클 두산’은 그렇게 근성으로 14년 전과 똑같이 잠실에서, 삼성을 상대로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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