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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8) 롤러 샛별 최예운, '보란듯이' 달리고픈 포스트 우효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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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8) 롤러 샛별 최예운, '보란듯이' 달리고픈 포스트 우효숙의 길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12.1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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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무대 앞두고 마지막 세계대회 주니어 2관왕…'보란듯이' 네 글자 가슴에 새기며 무한질주 다짐

[200자 Tip!] 한국 롤러스케이트 대표팀은 지난달 쾌거를 이뤘다. 지난달 13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2015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9개를 휩쓸며 종합 2위를 차지한 것. 이 대회에서는 주니어와 시니어 부문에서 금메달이 합산돼 순위가 매겨진다. 이 정도라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이지만 국내에서 롤러스케이트가 비인기 종목으로 인식되다보니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적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국 롤러의 샛별로 떠오르는 기대주가 있다. 바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주니어 2관왕(여자 3000m 계주·여자 1000m)에 빛나는 최예운(19·인천서구청). 곧 동계훈련에 들어가는 그가 시니어 무대 진출을 앞두고 꿈과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인천=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반드시 메달을 따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레이스에 집중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지막 주니어 무대에서 큰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저에겐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웃음).”

세계선수권대회 주니어 2관왕이라는 성과만큼 앞으로 운동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된 대회라는 최예운이다.

▲ 최예운이 인천 연희 배수지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최예운은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 여자 3000m 계주와 여자 1000m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여자 3000m 계주에서 롤러 최강국인 콜롬비아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우승해 더 기뻤다.

“한국에서 탔을 때 느낌과 비슷했어요. 경기장 바닥이 부드러워서 기록이 더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제가 타기에는 유리했어요.”

비록 계주에서 콜롬비아를 이겼지만 최예운은 롤러 인프라가 우수한 콜롬비아 선수들이 부러웠다. 그는 “콜롬비아에서 롤러스케이트는 엘리트 체육이 아닌 생활체육이다. 한국 선수들보다 심리적으로 편하게 스케이트를 타기 때문에 성적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인기가 많다보니 나라에서 투자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 여학생에게 위험한 운동, '긍정의 힘'으로 극복

최예운이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를 극복해 나갔다.

최예운은 단양 대강초등학교 5학년 때 인라인스케이트 수업 중 대회 출전을 권유한 선생님 덕택에 롤러스케이트를 신게 됐다. 충청북도 대표 선발전에서 메달을 따며 가능성을 발견한 최예운은 그 이후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마음 편히 롤러스케이트를 탈 수 없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에게는 너무 위험한 운동이라 여겨졌기 때문. 상처투성이인 최예운을 볼 때마다 부모님은 운동을 그만둘 것을 권했다.

이에 당시 최예운의 담당 지도자였던 대강초등학교 신영식, 김은혜 코치가 몇 번이고 부모님을 찾아가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약속했고 그 후에야 겨우 스케이트화를 다시 신을 수 있었다.

▲ 스케이트화를 신고 있는 최예운. 트랙을 돌기 전, 장비를 갖추면서 머릿속이 복잡해 질 법도 한데 최예운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저의 가능성을 발견하신 코치님들이 부모님을 강하게 설득시켰기에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 뒤로 성적이 잘 나와 부모님도 저를 지지해 주셨습니다. 저에게는 두 코치님이 생명의 은인이에요.”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긴 최예운은 각종 주니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단성중학교 시절에는 기량에 비해 메달과 인연이 멀었으나, 2013년 전국체전 인라인롤러 여고부 1000m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2014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EP(포인트제외) 1만m에서 금메달, E(제외) 1만5000m에서 은메달,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올렸다. 아울러 2014년 전국체전에선 여고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예운은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라며 “트랙을 돌기 전에 작전 등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무작정 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성적이 잘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기술적인 장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예운을 지도하고 있는 김진을(37) 인천 서구청 감독은 “지속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는 ‘지속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구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꾸준한 레이스가 요구되는 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롤러를 타는 자세가 다른 선수들보다 안정돼 기복이 없는 점도 최예운의 장점 중 하나다.

◆ 롤러 유망주의 마음을 움직인 여제 우효숙의 한마디

이제 곧 시니어 무대를 서는 만큼 롤모델로 삼고 싶은 선수도 있을 터. 최예운이 꼽은 롤러스케이트 롤모델은 ‘롤러여제’ 우효숙(29·안동시청)이었다. 한국 롤러스케이팅의 간판인 우효숙은 열여덟 살인 2003년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대회 시니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롤러 1인자로 자리매김한 우효숙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자신의 주종목인 EP 1만m에서 금메달을 차지,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 김진을 인천 서구청 감독(오른쪽)과 최예운. 김 감독은 최예운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높이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남들이 다 쉴 때 혼자 운동하시는 걸 봤어요.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래서 언니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언니가 당장 선수를 그만두더라도 저에게는 영원한 롤모델일 거예요.”

세계선수권대회 기간에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은 조언도 해줬단다. 최예운은 “효숙 언니가 ‘너는 긍정적인 아이니 작은 일에 신경 쓰지 마라. 슬럼프도 다 한 순간이니 너무 연연하지 말고 웃어 넘겨라’고 조언해 주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최예운에게 많은 힘이 됐다고 한다. 앞으로 더욱 두려움 없이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됐다.

◆ '보란 듯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고 시니어 무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걱정 없을 것 같지만 최예운에게도 고민은 있다. 순발력이 부족해 단거리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

김진을 감독은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그간 점프나 근력 훈련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내년에 좀 더 보완해야 한다”며 "시니어 때 지금보다 강한 상대와 겨뤄야 하기 때문에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운이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보란 듯이’다. 항상 보란 듯이 해내자는 마음으로 이 말을 되새긴단다. 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냈기에 단거리에 대한 욕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예운의 생각은 달랐다. 선수로서 남다른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 힘차게 트랙을 돌고 있는 최예운. 겨우내 훈련에 매진해 시니어 무대 첫해부터 파란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시니어 대표로 대회에 나가서 제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금메달을 많이 따서 시니어 무대를 장악하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갖고 있는 단점을 모두 장점으로 바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고 싶어요.”

최예운의 다짐을 들은 김진을 감독도 “부족한 부분만 보완한다면 앞으로 시니어 무대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최예운의 성장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궁금해진다.

■ 최예운 프로필

△ 출생 = 1996년
△ 신장 = 166㎝
△ 출신학교 = 단양 대강초-단성중-한국호텔관광고
△ 수상 경력
- 2013년 전국체전 인라인롤러 여고부 1000m 금메달·3000m 계주 금메달
- 2014년 아시아롤러스케이팅대회 스피드 EP 1만m 금메달
- 2015년 회장배 롤러경기대회 E 1만5000m 은메달
- 2015년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 주니어 여자 1000m 금메달·3000m 계주 금메달

[취재후기] 최예운은 자신의 미래만큼 한국 롤러스케이팅의 미래를 걱정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선수를 하려는 인원이 줄어든다는 것.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에 미디어의 관심이 적고 지원도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예운은 “팬들의 작은 관심이 롤러스케이팅의 저변을 확대시키고 나아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재진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롤러스케이팅에 대한 최예운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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