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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5) '주니어 테니스 평정' 홍성찬, 그랜드슬램 도전하는 날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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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5) '주니어 테니스 평정' 홍성찬, 그랜드슬램 도전하는 날은 올까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11.16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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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세계랭킹 2위 홍성찬, 2주 연속 우승 피날레...정현 이어 내년부터 시니어서도 '불꽃 스트로크'

[200자 Tip!]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프로테니스의 4대 메이저 대회다. 이를 모두 석권한 선수에게는 ‘그랜드슬램’이라는 타이틀이 붙고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가 주어진다. 테니스가 인기 종목인 유럽에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단숨에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 그만큼 그랜드슬램은 테니스 선수에게 큰 훈장이다. 이제 곧 시니어 무대에 발을 내딛는 홍성찬(18·횡성고·브리온컴퍼니)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한 계단씩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림픽공원=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어릴 때부터 메이저 대회에 대한 생각은 항상 했어요. 그랜드슬램을 한 포인트 남겨둔 상황에서 어떻게 공격할지, 이긴다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그런 상상을 하면 갑자기 테니스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열여덟 홍성찬도 여느 테니스 선수들이 해볼법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설레는 것도 있고 테니스에 대한 목표도 더 뚜렷해진단다.

▲ 홍성찬이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주니어 세계랭킹 2위인 홍성찬은 그동안 오렌지볼, 에디허 대회 등 세계적 권위의 주니어 대회를 제패한 유망주다. 그가 시니어 무대 진출을 앞두고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지난달 브리온컴퍼니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앞으로 경기에서 단점을 보완한다면 시니어 무대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서는 일도 꿈은 아니다.

더군다나 홍성찬은 올해 호주오픈과 US오픈 주니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큰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충전했다. 호주오픈 주니어무대에선 준우승을 차지했고 US오픈 주니어대회에서는 8강까지 올랐다.

홍성찬은 “많은 관중의 환호 속에서 경기를 치러 긴장하기도 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적응이 됐다. 인지도가 있는 선수 중에서도 메이저 대회에 한 번도 서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장 큰 경기에서 뛰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2주 연속 주니어대회 우승, '유종의 미' 거뒀다

그간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맛봤지만 홍성찬은 주니어로서 마지막인 올 시즌 많은 성과를 올렸다.

우선 처음으로 주니어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르며 내년 4월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마스터즈 출전권을 따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1만5000 달러의 투어지원금과 다수의 챌린저, 퓨처스대회 와일드카드를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여유로운 환경에서 테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홍성찬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

▲ 2주 연속 주니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자의 위엄을 자랑한 홍성찬은 "내년 퓨처스와 투어 대회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종의 미도 거뒀다. 지난 1일 이덕희배 결승에서 오찬영(동래고)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홍성찬은 8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국제주니어 챔피언십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2주 연속 우승으로 주니어 무대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다.

주니어 무대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홍성찬은 올해 수시모집으로 합격한 명지대에서 운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퓨처스와 주니어 대회를 병행하면서 기량이 늘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챌린지와 투어 무대를 자주 뛸 것 같은데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요.”

◆ '살아있는 전설' 이형택의 맨투맨 레슨, 어떤 도움이 됐나?

이처럼 홍성찬이 세계무대를 노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중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도우미로 나선 한국 테니스의 레전드 이형택(40)은 홍성찬이 주니어 최강자로 발돋움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테니스 동호인인 아버지를 따라 라켓을 잡았던 홍성찬은 횡성 우천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 유난히 승부욕이 강한 그는 106경기 무패행진을 펼치는 등 남다른 실력을 자랑했다.

특급 유망주로 성장한 홍성찬이 이형택을 처음 만난 건 3년 전. 대한테니스협회 주니어 육성팀에서 사제지간으로 조우했다. 그러나 그때는 여러 명의 코치가 있어 일대일로 지도를 받을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협회의 지원 아래 전담 코치와 선수로 만난 이후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형택으로부터 일대일 코칭을 받은 홍성찬은 더욱 안정적인 경기 운영능력을 펼치며 승수를 쌓아나갔다.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홍성찬은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는데 코치와 선수로 만나 색달랐다”며 “경기에 대한 마음가짐과 운영능력, 테니스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이형택 코치와 함께 복식 경기에 출전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단다. 나이가 많아 전성기만큼의 기량은 아니지만 톱클래스 선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홍성찬은 “경기 운영능력이 확실히 다르고 노련한 부분이 있어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싶다”고 웃었다.

◆ "파워 보완해 조코비치 못지않은 선수로 성장할 것"

테니스 경기에서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의 벽을 쉽사리 깨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서브다. 이 서브의 강력함은 탁월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데, 아무래도 유럽 선수들은 키가 크고 팔다리도 길다보니 빠른 서브를 쉽게 구사할 수 있다.

175㎝ 63㎏의 체격을 갖춘 홍성찬은 약점인 서브와 파워를 길러 시니어 무대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각오다. 홍성찬은 “빠른 발을 이용한 플레이나 수비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파워가 부족하다보니 다른 선수보다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한 번에 끝내야 할 공격을 두 번, 세 번 하기 때문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을 웨이트트레이닝에 투자하고 있다. 전문 코치님이 지도해주시는 만큼, 힘을 체계적으로 기르고 있으니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올해 첫 시니어 시즌을 보내면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정현(19·삼성증권 후원)은 홍성찬으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선배다.

올해 남자프로테니스(ATP) 챌린저 대회에서만 네 차례 단식 우승을 차지한 정현은 투어급 대회에서도 단식 8강에 한 차례 진출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선 1라운드를 통과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올해 세계랭킹 173위로 시니어 데뷔 시즌을 출발해 51위까지 올라선 정현은 ATP 투어 2015시즌 '기량발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홍성찬은 “(정)현이 형처럼 퓨처스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가시적인 목표”라고 눈을 반짝였다.

▲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을 웨이트트레이닝에 투자하는 홍성찬은 발이 빠른 자신의 장점을 살려 최대한 일찍 시니어 무대에 정착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찬의 테니스 롤모델은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8·세르비아)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완벽에 가깝기에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운을 뗀 홍성찬은 “받아내기 어려운 공을 끝까지 쫓아가는 근성을 닮고 싶다. 그런 멘탈을 배우면 나도 그 선수처럼 플레이 할 것 같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만큼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리고 제가 경기하는 코트에도 자주 찾아와 주세요. 향상된 실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홍성찬 프로필
△ 생년월일 = 1997년 6월 30일
△ 신체조건 = 175㎝, 63㎏
△ 출신학교 = 횡성 우천초-횡성 우천중-횡성고
△ 수상 경력
- 2009년 오렌지볼 주니어세계대회 12세부 남자 단식 우승
- 2009년 에디허 국제주니어대회 12세부 남자 단식 준우승
- 2011년 월드주니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대회 우승
- 2011년 에디허 국제주니어대회 14세부 남자 단식 우승
- 2012년 파나마보울 국제주니어대회 남자 단식 우승
- 2013년 난징 국제주니어대회 남자 단식 준우승
- 2013년 이덕희배 국제주니어대회 남자 단식 준우승
- 2015년 호주오픈 주니어대회 남자 단식 준우승
- 2015년 이덕희배 국제주니어대회 남자 단식 우승
- 2015년 아시아·오세아니아 국제주니어챔피언십 남자 단식 우승

[취재후기] 홍성찬은 시니어 무대에서 어떤 마음으로 테니스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로 인해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여덟 소년의 생각이라고 믿기 힘든 답이다. 홍성찬은 초등학교 때부터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부모님을 위해 선수로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성찬이 테니스에 대해 내린 정의도 ‘직업’이었다. 어린 나이에 철이 든 테니스 유망주 홍성찬의 행보를 지켜보자.

▲ 홍성찬이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시상대 맨 위에 설 수 있을까. 곧 펼쳐질 그의 테니스 인생 2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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