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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1) 어머니 꿈을 쏜 강채영, '신궁코리아' 역사를 겨누다타고난 신체조건-강철 멘탈로 첫 성인무대서 3관왕, "천재형 아닌 노력형, 양궁 아닌 종목 생각도 못해"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0.19 10:24 | 최종수정 2016.06.04 17: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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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서향순, 김수녕, 조윤정, 김경욱, 윤미진, 박성현, 기보배.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여자 신궁들이다. 이제는 강채영(19·경희대)을 주목할 시간이다. 고교시절 때부터 전국대회 메달을 휩쓸더니 지난 5월 처음으로 출전한 성인 국제대회인 세계양궁연맹(WA) 상하이 월드컵에서 개인전, 혼성전, 단체전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달에는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최미선(광주여대)과 팀을 이뤄 리우데자네이루 '프레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도 획득했다. 강채영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꿈을 그린다”며 “여자 신궁 계보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인다.

[수원=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수원 경희대 국제캠퍼스. 대운동장 옆에 자리한 양궁장에서 몇몇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 새내기 대학생 강채영은 국가대표 선수촌 태릉, 소속팀 수원, 각종 해외 대회를 오가는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빨간 티셔츠를 입은 새내기 강채영이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기자를 반갑게 맞는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어떤 질문이 나올지 기다린다. 울산 출신인 그의 말투에는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나온다. 태릉과 수원, 외국으로 이어지는 강행군, 인터뷰는 삶의 소소한 재미다.

키 171㎝, 몸무게 63㎏. 양궁 선수로서 최적의 신체조건이다. 양궁 전문가들은 “강채영은 슈팅 타이밍이 짧은데다 과감하게 활을 쏴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작 자신은 “주위에서 시원시원하다고 해주시긴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월평중 3학년이던 2011년 무려 15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세계유스선수권 국가대표로 선발돼 단체전 금메달도 획득했다. 학성여고에서도 최강이었던 강채영은 지난해 10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윤옥희와 기보배를 제쳐 양궁계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월 국가대표 여자부 2차 평가전에서 종합점수 29점을 기록, 최미선(27점), 기보배(25점)를 누르고 또 한 번 정상에 올랐다. 1차 평가전에서 5위에 그친 부진을 만회한 것이다. 종합 2위로 태극마크를 달더니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 울산 출신인 강채영은 생활체육을 즐겨하는 부모의 피를 물려받아 양궁에 최적화된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다.

◆ 멋져보이던 활쏘기, 엄마의 꿈을 딸이 이뤘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양궁하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는데 그냥 들었어요. 지나다니다 보면 활 쏘는 게 그저 멋져 보이더라고요. 양궁 아닌 다른 종목이었으면 못했을 거예요. 저는 머리 쓰는 건 못하는거 같아요. 공부도 영... (웃음) 양궁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양궁과 만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특별한 이유가 없단다. ‘그냥’이다. 울산 중앙초의 운동부는 양궁이 유일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이 서향순, 김수녕, 조윤정을 알 리도 없었다. 강채영은 “뛰는 스포츠였다면 안했을 것”이라며 “양궁이라서 했다.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재미난 사연이 있다. 집안에 운동선수가 있는 것은 아닌데 어머니 신현미(45)씨가 양궁과 연을 맺을 뻔 했다.

강채영은 “신기한 건 엄마가 어릴 때 양궁선수 해보라고 제의를 받으셨다고 그러더라”며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완강히 반대해 못하셨는데 제가 대신해 엄마의 꿈을 이루고 있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어머니뿐이 아니다. 아버지 강상범(49)씨로부터도 운동신경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강채영은 “엄마가 생활체육으로 배구를 하시는데 공격수로 이름을 날리신다더라”면서 “아빠도 축구를 하시는데 골키퍼로 맹활약하신다고 하더라. 집안에 운동선수는 없지만 좋은 피를 받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강채영은 “태릉선수촌 양궁장 옆에 스케이트장이 있는데 (대관받아 훈련하는) 아이들 운동하는 거 보면 놀랍기만 하다”며 “전 그 나이 때 그렇게 열심히 운동했으면 아마 도망갔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양궁 선수라 천만다행”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 강채영은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긴장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의 강심장이다.

◆ 양궁 최적화 신체, 국가대표 선발전을 즐기는 배짱

강채영이 양궁계의 보물인 이유, 신체조건과 낙천적인 성격이다.

강채영의 자세를 보면 무게감, 안정감이 느껴진다. 경희대에서 강채영을 지도하고 있는 최희라 감독은 “채영이가 쏘는 활은 무게가 많이 나가 저항도 덜 받고 비행도 빠르다”며 “타고난 감각에다 강한 멘탈까지 갖췄다. 흔들리는 상황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여자 성인 선수들이 대개 18㎏(40~41파운드) 무게의 활을 쓰는데 강채영은 20㎏(45파운드)이 넘는 활을 사용한다. 어린 남자 선수들이 사용하는 무게다. 성인 남자들이 22㎏(50파운드)을 쓴다. 강채영 스스로도 “키도 크고 팔도 길고 힘도 세다. 화살 인치도 길어 외부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집중력도 빼어나다. 어지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강채영은 올림픽, 아시안게임보다 어렵다는 국내 대회가 두렵지 않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오히려 떨리지 않는다”며 “환경도 익숙하고 매번 보는 선수와 계속 붙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탄탄대로일 것 같은 양궁 인생. 그렇지만 강채영은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며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7월 잠실야구장 훈련과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사진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들려 적잖이 흔들렸다고 고백한다.

“저는 천재형이 아니라 노력형이에요. 선수촌에 가면 잘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지 자극이 됩니다. 활을 쏠 때 다른 생각을 안하는 편이었는데 올해부터 해외 대회를 자주 돌아다니면서 심리 훈련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자세까지. 과연 최고 소리를 들을만 하다.

▲ 강채영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모든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강채영의 두 얼굴, 평범한 여대생과 양궁 욕심쟁이

사대 앞에서는 승부사이지만 일상에서는 하고 싶은 것이 무척 많은 평범한 새내기일 뿐이다. 울산서 자란 그는 지방을 벗어나고 싶어 수도권 학교인 경희대를 택했다. 실업팀의 스카우트 제의도 있었지만 캠퍼스 생활에 대한 환상이 있어 망설임 없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데 양궁을 워낙 잘해 여가 시간이 없다. 어쩌다 한번 휴가가 생기면 명동, 홍대 등 ‘서울구경’에 나선다. 친구들과 노래방 가서 발라드 몇곡을 뽑는게 스트레스 해소법. OT, MT, 축제, 소개팅 등 꿈꿨던 대학생활은 언감생심. “사람을 만나야 뭘 하는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양궁 외 이야기로 한창 꽃을 피우다 이내 자세를 고쳐 앉더니 진지하게 말을 잇는다.

기보배 언니로부터는 막판 뒤집는 경기운영능력을, 동갑내기 라이벌 최미선으로부터는 대담함을 배우겠단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체전이든 개인전이든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 애국가를 울리겠다고 전의를 불태운다. 신궁코리아의 '리우 카니발'을 이끈 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까지 제패를 겨냥하는 것은 당연히 가져야 할 목표.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한 차례도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강채영은 “유니버시아드에서는 결승에서 대만에 졌고 세계선수권 4강에서는 러시아한테 졌다”며 “다른 나라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지만 선배들의 명성을 이을 수 있는 멤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소박한 꿈이 하나 더 있다.

“금메달을 따면 토크쇼에 꼭 나가보고 싶어요. 런닝맨같은 프로그램도 잘할 자신 있는데.”

2016년, 강채영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 지난달 리우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강채영, 최미선, 기보배. [사진=세계양궁연맹 제공]

■ 강채영 프로필

△ 생년월일 = 1996년 6월 8일
△ 출생지 = 울산광역시

△ 출신학교 = 중앙초-월평중-학성여고-경희대
△ 수상 경력
  - 2011 세계유스양궁선수권대회 단체전 금메달
  - 2012 제4회 소강체육대상 여자 최우수선수상 
  - 2013 제47회 전국양궁종별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개인전 60m 금메달 
  - 2013 제31회 대통령기 전국양궁대회 여자 고등부 개인전 30m 금메달
  - 2014 제40회 한국중고양궁연맹회장기 전국중고양궁대회 여자 고등부 개인전 70m 금메달
  - 2015 세계양궁연맹 양궁월드컵 1차대회 여자 단체전, 혼성전, 개인전 금메달
  - 2015 제28회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은메달

[취재 후기] 한국 여자 양궁의 미래가 밝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강채영과 최미선이 국가대표 1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미라 경희대 감독은 강채영과 최미선의 경쟁 구도에 대해 ‘피가 튄다’는 표현을 쓰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최고의 라이벌”이라고 정리했다. 강채영과 최미선, 신궁 코리아 계보에 이름을 올릴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자.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민기홍 기자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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