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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한국 무술 고수들, 만리장성이 높다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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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한국 무술 고수들, 만리장성이 높다하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7.08 09: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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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 종주국 중국 파워 꺾고 "아시안게임 성적으로 보여줄 것"

[300자 Tip!] 우슈라는 단어에서 오는 생소함을 떨치려면 이 설명 하나면 된다. 이소룡, 성룡, 이연걸이 한 것이 바로 우슈다. 무술(武術)의 중국어다. 모든 무술의 뿌리라고 보면 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중국의 전통무술인 우슈는 놀랍게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항상 세부 종목별 메달권에 드는 우슈 강국이다. 홈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의 우슈대표들은 만리장성의 독주를 막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태릉=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국가대표의 산실, 태릉선수촌은 늘 분주하다. 더군다나 아시안게임이 채 석달도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 1분1초가 소중한 때다.

서울 불암산 자락 숲속에 자리한 다목적 체육관으로 무술 고수들이 속속들이 들어섰다.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수줍게 인사를 했다. 숫기가 없어 보이던 그들은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의상을 챙겨 입더니 눈빛이 바뀌었다. 우렁찬 기합소리를 듣지 않아도 서있는 자세만 봐도 강렬한 기(氣)가 느껴졌다.

▲ 우슈대표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숲에서 무림 고수 컨셉트로 개성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상훈, 이용현, 김동영, 임성은.

동작 하나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들이 하는 것은 곧 쿵푸다. 쿵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경기화한 것이 바로 우슈다.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경기단체의 이름도 대한우슈쿵푸협회다.

우슈는 1990년 베이징아시아게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무려 1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메달밭 이다. 종주국 중국은 언제나 우슈 메달을 휩쓸어갔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우슈는 중국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다. 세부 종목에서 세계 2~3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이야말로 중국을 견제할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 중국 게 섰거라, 이번이 절호의 기회

무리가 둘로 나뉘었다. 한 무리 선수들은 검과 봉 등을 꺼내 왼쪽으로, 다른 선수들은 샌드백이 걸려진 오른쪽으로 퍼진다. 선수들이 나뉜 이유는 그들의 종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슈에는 두 가지 종목이 있다. 투로와 산타다.

투로는 표현종목이다. 피겨나 리듬체조 같은 종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은 태극권, 장권, 남권으로 또 나뉜다.

산타는 격투종목이다. 태권도, 레슬링처럼 같은 체급의 선수들이 맞대결해 타격으로 승부를 가린다.

▲ 대표팀 맏형 태극권 대표 김동영이 훈련에 몰입하고 있다.

1990년 이전에는 선수들이 두 종목을 병행했지만 이후부터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투로와 산타를 중복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생겼다.

안희만(48) 한국 우슈대표팀 감독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우리집에서 하는 대회이지 않은가”라고 웃어보이며 “종주국인 중국의 세를 막을 절호의 찬스”라고 힘주어 말했다.

종주국 중국은 우슈에서 언제나 무더기 메달을 따갔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안방 이점을 잘 살려 15개의 금메달 중 무려 9개를 독식했다.

이번 역시 만리장성의 벽은 높다. 그런데 복병이 생겼다. 한국은 마카오, 홍콩, 대만, 베트남 등과도 치열한 다툼을 해야 한다. 이들 나라는 중국에서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수혈하며 기량이 급격히 상승했다. 한국이 각별히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 산타는 격투종목이다. 태권도, 레슬링처럼 같은 체급의 선수들이 맞대결해 타격으로 승부를 가린다.

안 감독은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계 선수들의 저항이 거세다”라고 인정하면서도 “투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산타는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한 개를 따낸 것이 전부인 한국 우슈가 이토록 야무진 목표를 제시하는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코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든든한 코치들을 믿고 있다.

◆ 박찬대 투로 코치, “꾸준함이 가장 중요, 평정심 유지에 중점”

투로는 박찬대(40) 호원대학교 무도경호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무술 고수다. 그는 중국에서도 거두지 못한 세계선수권 6연패 경력이 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기량과 지식을 갖췄지만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박 코치는 “우슈는 배움에 끝이 없다. 항상 변화무쌍해 새로 배워야 한다”며 “가르치면서도 배운다. 늘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투로 종목은 이름값에 좌우되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큰 대회에서 입상하려면 꾸준히 명성을 쌓아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사람이 채점을 매기는 종목이다. 꾸준히 성적을 쌓았던 사람이 잘 하게 돼 있다”며 대회마다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 장권 국가대표 서희주가 창을 들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투로는 0.01점 차로 등수가 갈릴 수 있다”며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 스스로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자신의 지도 철학을 설명했다.

피겨스케이팅처럼 투로는 프로그램 구성이 좋아야 한다. 고난이도 동작을 추가하면 점수가 뛴다. 고도의 체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는 “순간의 집중력은 물론이고 근지구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이를 집중적으로 기르고 있다”고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을 전했다.

그는 금메달 2, 은메달 2, 동메달 3개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안 감독의 목표보다 높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 김귀종 산타 코치, “체계적인 웨이트법 연구, 몸이 반응하게끔 유도”

“이런 식으로 돌려쳐야지. 오케이? 감아때려야돼.”

김귀종 코치가 직접 동작 시범을 보였다. 타격 소리가 체육관 내를 가득 메웠다. 산타 김귀종 코치도 박 코치 못지않게 명성이 화려하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자다.

김 코치는 “산타는 순간적 감각이다. 때려야지 생각하고 들어갔다간 늦는다”며 “몸이 먼저 반응하게끔 유도하기 위해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법을 연구하고 이를 지도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강의를 병행하며 신체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항상 선수촌의 전문 트레이너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다. 산타에 최적화된 훈련법을 찾기 위해 동영상과 책을 모조리 뒤지고 있다.

▲ 김귀종 산타 코치(오른쪽)가 선수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는 “6~7세부터 실업팀에서 훈련한 중국 선수들은 역시 최강이다”라면서도 “최근 상승세의 이란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탄탄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산타의 다크호스로 거듭나고 있다.

김 코치는 내심 “남녀 모두 금메달을 노린다”며 “꼭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선수들을 잘 육성해서 세계 정상을 여럿 배출하겠다”고 다짐했다.

■ 우슈 투로 종목 설명

검, 도, 곤, 창 등을 이용해 화려한 동작을 보이는 표현 종목이다. 선수는 나라의 구별 없이 중국 전통 의상을 입는다. 5명의 심판이 기술 6점, 힘 2점, 태도·복장·시간·자세 등에 2점씩을 부여한다.

△ 장권 = 화려하고 가볍다. 도약과 발차기가 많고 움직임이 유려하다. 권(주먹)보다는 장(손바닥)을 주로 사용한다. 선수들이 호리호리하고 날렵하다. 보통 여성들이나 아이들이 처음 우슈를 접할 때 장권을 추천한다.

△ 남권 = 도약이나 발차기의 사용이 적다. 움직임에 무게감이 있다. 우람하고 절도 있는 동작이 필수다. 권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정해진 타이밍에 기합 소리를 잘 내야 한다. 남권 선수들은 근육이 발달하고 상체 힘이 매우 좋다.

△ 태극권 =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강한 힘을 피하고 중심을 잡아 상대를 물리치는 권법이다. 기가 중요하다. 고령이거나 격렬한 움직임을 소화하기 힘든 경우에는 태극권이 적합하다. 투로 종목 중 가장 길게 진행돼 지구력이 좋아야한다. 건강법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우슈대표팀은

▲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중인 우슈대표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용문, 김동영, 안희만 감독, 김귀종 산타 코치, 이용현, 이하성, 김옥진, 임성은, 제가영, 서희주.

안희만 감독, 박찬대 김귀종 코치, 이하성 이용현 이용문 김동영 진민섭 강영식 박승모 유상훈 김명진 여자 제가영 서희주 임성은 김옥진 김혜빈 송선영 등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취재 후기]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아시안게임같은 큰 대회에 사활을 건다. 그들에게 이런 무대는 자주 오지 않는 절호의 기회다. 명예를 드높이는 것은 물론 조금이나마 종목을 알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메달 목표를 제시하기에 앞서 그들은 ‘나를 통해 우슈를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국 우슈가 만리장성을 넘어 정상에 설 그날을 기대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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