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SQ스페셜]② 여자하키, AG 정상 찍고 리우올림픽 입상까지
상태바
[SQ스페셜]② 여자하키, AG 정상 찍고 리우올림픽 입상까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7.29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진수 감독, "요동치는 하키 흐름, 올림픽 2위도 노릴 수 있다"

[태릉=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너무 늦다, 너무 늦어! 조금만 더 뽑자!”

한진수(49) 여자 하키대표팀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오전 10시, 서울 태릉선수촌 하키장. 24명의 대표선수들은 찌는 더위에도 헉헉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트랙을 돌고 있다.

한 선수가 “너무 힘들다”며 조금만 쉬어갈 것을 요청해도 한 감독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아랑곳 않고 인터벌 훈련을 지시했다. 오히려 “앞사람을 바짝 쫓아라. 조금만 더 뽑자”고 선수들을 다그쳤다.

한 감독은 “체력이 경기 후반 승패를 좌우한다”며 “심폐지구력 향상을 위해 반복적인 인터벌 훈련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오전 3시간, 야간 2시간30분간 강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 1일부터 태릉에 소집돼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 위한 여정에 들어갔다.

▲ 대표팀의 인터벌 훈련. 한진수 감독은 "체력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 아시아 정상을 향한 험난한 여정

중국과 일본. 아시안게임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여자 하키 역시 두 나라와 혈투를 벌어야만 한다. 그들은 한국을, 한국은 그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국 여자하키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부터 4연패를 한 이후 번번이 중국의 벽에 막혀 금메달과 연을 맺지 못했다. 중국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뒤 9월 인천 대회까지 4연패를 꿈꾸고 있다.

중국은 1999년 사령탑에 오른 한국인 지도자 김창백(58) 감독 부임 이후 급성장했다. 김 감독은 중국에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 금메달을 안겼다. 후임 김상열(59) 감독 역시 2010년 광저우 대회를 거머쥐며 아시아 최강의 계보를 이었다.

자국 지도자가 감독을 물려받았지만 중국은 두 한국인 지도자가 다져놓은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3개국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 지난해 7월 귀국해 한국 여자하키대표팀을 돕고 있는 김상열 코디네이터는 “객관적 전력상 중국이 가장 앞선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역시 한국인 지도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12년 10월 한국 국가대표 출신인 유승진(45)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일본은 지난달 하키월드컵에서 한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실력임을 증명했다.

▲ 한진수 감독은 "홈의 이점을 극대화해 중국, 일본을 반드시 꺾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데다 10년 이상 지도자 생활까지 거친 일본통이다. 한 감독과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선후배 사이다. 껄끄러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 그라운드를 읽어라, 홈 이점 살린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16년만에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선 아시아 최고 중국의 견제와 거센 일본의 저항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인천에서만큼은 물러날 수 없는 법. 한국은 2002년 부산에서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다.

한 감독은 “하키도 경기장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되는 종목”이라며 “인조잔디의 상태에 따라 불규칙 바운드 등이 나오는 등 변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8월말부터 인천에서 묵으며 본격적인 선학하키장 필드 적응 훈련에 돌입한다.

김 코디네이터는 “그라운드 컨디션을 미리 점검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라며 “숙소 생활을 비롯한 외부 환경에도 익숙하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불러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아는만큼 한국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김 코디네이터는 “객관적 전력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상대의 허점과 강점을 세세히 알고 있다. 예상된 루트를 차단하면 당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 대표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하키장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주장 김종은(28)은 “선수들 모두가 온통 아시안게임만 생각하고 있다. 선후배간 호흡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선수로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해보겠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다”고 자신감을 내세웠다.

◆ 현재 세계 여자하키는 춘추전국시대, 리우올림픽 은메달이 목표

“7위 했습니다. 절대 만족할 수 없죠.”

한국 대표팀은 지난달 막을 내린 2014 라보뱅크 하키월드컵에서 7위에 그쳤다. 한 감독은 첫 경기 호주전에서 2-3으로 패한 것을 떠올리며 “그 경기만 잡았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개최국 네덜란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랭킹 1위 네덜란드는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 감독과 김 코디네이터는 “현재 여자하키는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어떤 팀이든 치고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둘은 “현재 하키계가 요동치고 있다. 어느 팀이든 준비만 철저히 하면 2위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자하키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좀처럼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을 꺾는 것은 대도약을 향한 시발점이다. 김 코디네이터는 “아시안게임 도약이 기반이 되면 2016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현 시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하키의 매력, 스피드·스틱 기술

▲ 대한하키협회는 지난해 7월 김상열 전 중국 감독을 대표팀의 코디네이터로 임명했다.

“농구만큼 빠르게 왔다갔다해요. 축구는 그라운드가 너무 넓지 않나요. (웃음)”

한 감독이 종목의 매력을 어필했다. 하키장은 길이 100~110m, 폭 64~75m의 축구장에 비해 길이 91.44m, 폭 54.86m로 다소 좁다. 그의 말처럼 하키의 공수전환은 순식간이다. 한두번의 패스에 의해 골이 터진다. 1분새 2골이 터져 역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는 “선수들이 스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며 스틱 기술에도 주목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추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코디네이터는 하키의 스피드를 ‘탁구’에 비유했다. 그는 “축구보다 확실히 빠르다. 경기에 몰입하면 공이 오고가는 탁구같은 재미를 느끼실 것”이라며 “순간의 흐트러짐이 결과를 바꾼다”고 매력을 어필했다.

대표팀 최고참 박미현(28)은 “굉장히 힘든 운동이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경기”라며 “보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흥미를 느끼는 점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 여자하키대표팀은

▲ 여자하키대표팀 24명의 선수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한진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김상열 고문, 홍경섭 김윤 코치, 오선순 이신혜 김옥주 이영실 천슬기 박기주 천은비(이상 평택시청) 한혜령 박미현 김영란 허재성 이새롬 서정은(이상 KT) 김종은 김다래 조은지 장수지(이상 아산시청) 김현지 강신애(이상 목포시청) 안효주(인천체육회) 신혜정 박승아 국민지 김유진(이상 한국체대) 등 24명이다. 다음달 아시안게임에 나설 최종엔트리 16명이 발표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