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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대 여배우의 생존경쟁...'해적'의 액션여전사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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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대 여배우의 생존경쟁...'해적'의 액션여전사 손예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30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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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충무로 대표 여배우 손예진(32)이 해양 액션 어드벤처 ‘해적’(8월6일 개봉)에서 카리스마 가득한 여해적 여월을 연기했다. 액션 여전사로 탄생했다. 영화는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다.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미녀스타의 속내에 귀 기울였다.

 

◆ 30대 여배우로 산다는 건

대한민국 30대 여배우들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민에 빠졌다. 영화와 드라마는 대부분 남자배우 위주다. 남자 원톱, 투톱 영화가 대세이며 액션·스릴러·사극 등 장르물의 인기도 남자배우의 차지다. 10년 넘는 배우생활을 통해 연기력은 무르익었는데 이를 발산할 기회마저 마땅치 않다. 설 자리가 점점 좁아드는 상황에서 경력 15년차 여배우 손예진 역시 자유롭지 않다.

“2~3개 시나리오 중 하나를 고르게 돼요. 많아야 1년에 한 작품 출연하는 게 전부죠. 상대적으로 남자배우들은 넘쳐나고, 이들에게 몰리는 시나리오는 어마어마해서 캐스팅하기에도 힘들 정도인데 여배우로서 섭섭한 측면이 있어요. 정말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데 저희에게 오는 시나리오가 많질 않아요. 어떤 분들은 ‘왜 그 작품 했어?’라고 물으시는데 ‘그거 말고 할 게 뭐있어’란 볼멘 대답이 불쑥 나와요. 이게 현실이에요.”

20대 여배우는 치고 올라오고, 30대 여배우군은 쟁쟁하다. 송혜교, 하지원, 이나영, 배두나, 최지우, 전지현, 공효진, 송혜교, 김민희, 이보영, 이요원, 한지민, 정유미 등 얼마 되지 않는 여성 캐릭터를 놓고 벌이는 이들 사이의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그리고 활로 모색은 눈물겨울 정도다.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면 예전과 분명 다를 거예요. 20대의 풋풋함은 없더라도 더욱 진한 감정과 대중을 진심으로 웃기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남자배우들 사이에서 기둥을 마련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선 저를 비롯한 여배우들이 뭔가 더 많이 해야 해요. 아니 닥치는 대로 해야죠.”

‘해적’에서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액션연기에 도전한 것도, MBC 간판 예능프로 ‘무한도전- 브라질 월드컵 특집편’에 고정 출연한 것도 이런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예능프로에서 춤추고, 망가지는 모습은 예전의 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일 거예요. 예능의 콘셉트에 맞춰야 하니까 열심히 한 거죠. 워낙 제가 웃긴 걸 좋아하고, 좋아하던 프로그램이라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파이팅과 뭉클함, 동지애를 느끼며 수학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에요.”

◆ 죽도록 고생하며 액션 여전사로 탄생

해적단 대단주 여월은 조선 최고의 여자 해적이다. 남자들을 압도할 만큼 위엄이 넘치고 정의로운 여월은 우아하면서 날카로운 검술로 영화 전체 액션의 중심에 선다. 손예진은 유연한 몸짓을 선보인다. 액션연기를 처음 하는 배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 '해적'에서 손예진의 검술 및 와이어 액션 장면

"액션연기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사전 훈련을 통해 체력을 올려야하는데 드라마 ‘상어’를 끝낸 직후라 약 한달의 시간밖에 없었죠. 액션을 배우는데 최선을 다했는데도 더 완벽히 잘 하고 싶었어요. 어설퍼 보이고 싶지 않았고요.”

여해적은 과거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적이 없었기에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오락영화이므로 내면연기보다 외적인 면이 강할 것이라 판단한 뒤 동서양을 결합한 비주얼에 고심했다. 헤어, 의상, 메이크업 등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며 여러 차례 테스트를 통해 여월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이어 이제껏 한 번도 카메라를 뚫어져라 쳐다본 적이 없었는데 여월의 강렬한 눈빛을, 호령하는 사극톤의 말투를 차례로 개발했다.

“내가 지닌 여성성, 익숙해진 표현이 나오면 어떡하나, 늘 걱정이었죠. 와이어 연기를 잘 한다고 무술감독과 스태프는 칭찬하지만 손동작이 어색하진 않았을까 고민했고요. 촬영 내내 불안하고 회의에 빠지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대한 설렘이 널뛰기를 한 것 같아요.”

 

액션연기는 열심히 하다보면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보면 부상당하기 일쑤라 힘 조절이 관건이다. 더욱이 높이 9m에 이르는 짐벌 위에 선박 세트를 올려놓고 이뤄지는 촬영이었기에 아찔한 고공에서 액션을 진행해야 했다. 불상을 건지기 위해 배에서 바다로 수직 입수하는 장면은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을 해본 그로서도 살 떨리는 체험이었다. 혹한의 추위도 난관이었다.

“여성의 몸으로 액션을 하는 게 체력적으로 보통 일이 아니구나 절감했어요. 촬영 3분의2 지점까진 죽을 것 같았고 ‘다시는 안해!’ 그랬어요. 그러다 끝날 때가 되니까 몸을 쓰는 재미를 알겠더라고요. 액션동작이 다양하고 현란할 줄 알았는데 기본 동작 위주더라고요. 이 동작들을 익히면 몸이 기억해서 다시 나온대요. 계속 응용하면 되는 거고요. 이젠 자신 있죠. 대신 한겨울의 야외촬영은 사양할래요. 하하.”

◆ 멜로와 코미디 사이에서

대표적인 멜로드라마 여배우로 군림해 왔다. ‘연애소설’ ‘클래식’에선 순결한 여주인공으로 ‘청순가련’의 월계관을 썼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여름의 향기’ ‘연애시대’ ‘상어’를 통해 멜로의 정수인 통속과 감상을 깊은 정서로 표현했다.

싱그럽거나 지독한 사랑에 능한 손예진을 두고 ‘오히려 코미디에 더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하는 관계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실제 그는 유머러스하고 활달하며 코믹감각이 탁월한 여배우다”(안은미 프로듀서), “코미디 연기에 대한 호흡이 뛰어나다”(이석훈 감독)고 전한다. 하긴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작업의 정석’ ‘오싹한 연애’ ‘아내가 결혼했다’ ‘개인의 취향’ 등 그의 로맨틱 코미디는 예외 없이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몸에서 끓어오르는 코믹 본능이 있어요. 우리가 평소 살아갈 때 멜로하면서 살지는 않으니까, 멜로는 그야말로 연기지만, 코미디는 일상이잖아요. ‘작업의 정석’ 가운데 민준(송일국)과 지원의 병원신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있어 다시 봤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 그토록 망가지면서까지 웃기게 연기했나 싶어서요. 당시 주변에서는 이미지를 우려해 출연을 반대했었죠.(웃음) 로맨틱 코미디를 다시 하고 싶어요. 제대로 웃겨줄 수 있는데...망가지고, 힘 있고, 20대 시절보다 더 깊이를 갖춰서. 문제는 저보다 더 어리고 예쁜 20대 여배우들이 많은데 과연 써줄까? 후후.”

‘해적’에서 장사정(김남길)이 이끄는 산적단이 영화의 코미디 파트를 견고하게 맡고 있다. 대척점에 선 여월은 위엄을 담당한다. 하지만 장사정과 여월이 만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나 서로에 대한 로맨스가 싹트는 장면에서 코미디 기운이 슬쩍슬쩍 묻어난다. 서로의 팔이 묶여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들어가 소변을 보는 장면에서 보여준 연기는 폭소탄을 터뜨린다.

“영화 후반부에 장사정과 유치해지는 순간이 있어서 재밌었죠. 서로 짠 것도, 작정하고 웃기자 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평소 만화를 좋아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장면을 만화의 한 컷처럼 상상하곤 하죠. 어색하게 몸을 움직이면 재미가 없어져요. 한끗 차이로 유치해질 수도 있고. 그런데 오빠(김남길)와 그런 호흡이 잘 맞았어요.”

 

[취재후기] 그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에서 부진한 적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높은 흥행 타율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고 털어 놓는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앞으로의 목표를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말한다. 왜일까? 나(손예진)라는 틀이 있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도 나오는 비슷한 표정, 연기패턴이 끔찍이도 싫어서다. 한계에 부딪히고, 자신과 싸우며 보내온 15년이다. 그래서 예민하고 영민한 이 여배우에게 연기는 애증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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