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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얼음공주' 최민정, 세계쇼트트랙 2연패 일군 냉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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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얼음공주' 최민정, 세계쇼트트랙 2연패 일군 냉정함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3.13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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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에 3000m 슈퍼파이널 6위로 밀리고도 계주 정상 견인…"그냥 순간마다 최선다할 뿐" 겸손

[목동=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빙판 위에 서있는 최민정(18·서현고)의 얼굴을 보면 과연 여고생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얼음 위에서는 무섭도록 운동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표정이 거의 없다.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오면 다소 아쉬운 표정이 묻어나오는게 정상이지만 무표정에 가깝다.

하지만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개인종합 2연패를 이룬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는 최민정은 여느 여고생이나 다름없었다. 대표팀에서 막내인 최민정은 한 살 위 언니인 심석희(19·한국체대) 등 다른 선수들과 환하게 웃으며 재잘거렸다.

▲ [목동=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최민정이 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6 ISU 세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여자 3000m 슈퍼파이널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스퍼트를 하고 있다.

최민정이 결국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다. 최민정은 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여자 10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3000m 슈퍼파이널에서 6위에 오르며 개인종합 합계 66점으로 마리앤 생젤라(캐나다)를 3점차로 제치고 세계선수권 여자부 2년 연속 챔피언이 됐다.

여자부 개인종합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은 2008년과 2009년 왕멍(중국) 이후 7년 만이다. 역대 한국 선수로는 전이경(1995~1997, 2003~2004년)과 진선유(2005~2007년)에 이어 세번째 기록이다. 또한 최민정은 국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2001,2008년,2016년)에서 한국 남녀 선수 통틀어 처음 종합우승했다.

하지만 최민정의 세계선수권 2연패는 순탄하지 않았다. 점수차에서 보듯 아슬아슬했다. 지난해 89점을 받아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를 무려 21점차로 제친 것과 다르다.

최민정이 어렵게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날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데 그친 영향이 컸다. 생젤라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1500m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빨간 헬멧(세계선수권 중간 1위 선수가 쓰는 헬멧)을 손쉽게 차지하지 못했고 1000m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야 빨간 헬멧을 비로소 쓸 수 있었다.

또 하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중국의 견제였다. 지난해 3000m 슈퍼파이널에서 정상에 올랐던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는 레이스 초반 취춘유(중국)의 코스 안쪽 파고들기에 걸려 넘어지면서 6위에 그쳤다. 생젤라 역시 5위에 그쳤기에 망정이지 만약 생젤라가 조금 더 높은 순위를 차지했더라면 재역전을 당해 세계선수권 2연패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 [목동=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최민정(왼쪽)이 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6 ISU 세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여자 1000m에서 엘리스 크리스티에 간발의 차로 앞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민정은 "아직까지 경기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있다"며 "그래도 종합 2연패로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슈퍼파이널 때문에 마음이 속상하고 당황하긴 했지만 대표팀 선배 언니들과 관중들이 응원을 해줘서 침착하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취춘유에게 걸려 넘어진 것은 중국의 과도한 견제 때문이다. 조금 비뚤어진 마음으로 본다면 취춘유의 고의성이 짙어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민정은 여기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민정은 "취춘유에 대해 화가 났다기보다는 슈퍼파이널이 그런 식으로 끝나게 돼 속상했다"며 "그러나 쇼트트랙이란 것이 어느 정도 몸싸움이 용인되는 경기이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다. 알면서 더 조심하지 못한 내 실수"라고 밝혔다.

또 슈퍼파이널 성적 때문에 계주에서 자칫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에 대한 것도 기우였다. 최민정은 "계주에서 마지막에 중국에 재역전을 당한 것은 지쳐 있었기 때문"이라며 "어린 선수치고 마인드컨트롤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많이 받는데 경기 중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은 표현이 서툴러서다. 그냥 순간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정은 끝내 계주에서도 투혼을 발휘해 금메달을 함께 나눴다.

무서우리만치 침착한 최민정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것만 하면서 결국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다. 최민정의 경기력과 실력, 그리고 정신력을 모두 생각한다면 '쇼트트랙 여왕'이라는 찬사가 왜 무색하지 않은지 알 수 있다.

▲ [목동=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최민정이 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6 ISU 세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에서 여자부 종합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메달 수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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