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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싱어](3)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 모인 뮤지션클럽, '함께'라서 가능한 집단지성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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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싱어](3)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 모인 뮤지션클럽, '함께'라서 가능한 집단지성 (인터뷰Q)
  • 연나경 기자
  • 승인 2016.03.1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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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집단지성'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하며,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하며, 그 의견을 하나로 융합해 나가면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그 결과 서로에게 윈윈(Win-Win)을 가져오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

[스포츠Q(큐) 연나경 기자] CD에 열 몇 곡을 담아내는 정규 앨범보다 더 작은 규모의 EP앨범, 디지털 싱글 앨범이 많은 요즘, 다른 아티스트의 각자 다른 곡이 담겨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열정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크음악을 하고 있는 '마음과 마음'의 멤버 임석범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후배 뮤지션들과 힘을 합친 '뮤지션클럽'의 '함께' 앨범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뮤지션클럽'의 첫 앨범에 참여한 멤버 14명 중 지우, 미니, 유소이, 이정남, 김혜진, 심종각, 유연우를 만나 앨범과 더불어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각자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뮤지션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다

▲ 뮤지션 클럽의 쇼케이스 사진. 2015년 11월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의 '인디팍'에서 개최됐다. [사진=마음과 마음 임석범 제공]

'뮤지션클럽'의 멤버들은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정말 음악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도 있었고,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의 삶과 인디밴드의 삶을 함께 살고 있는 인물도 있었다. 또 공연 기획을 하는 인물이 있었고, 또 음악과는 아예 거리가 먼 직업을 택한 인물도 있었다. 그들의 만남은 '마음과 마음'의 멤버인 임석범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저희가 '마음과 마음' 임석범 선배님은 모두 다 알고 있었어요. 저희 14명끼리는 아는 사람도 있고, 이름만 아는 정도인 사람도 있어요. 처음엔 앨범을 만들려고 모인 게 아니었고, '밥 한번 먹자'고 하셔서 그 취지로 시작했다가 우리 밥만 먹지 말고 앨범 한 장 내보자가 된 거였어요. 단, 전제조건이 있었죠. '우리끼리 곡쓰고, 편곡하고 연주해서 앨범을 만들자'. 이름하여 가내 수공업" (미니, 지우)

'가내수공업'이라는 말을 대변하듯, '뮤지션클럽' 앨범에는 참여한 음악인들의 이름이 여러 번 쓰여 있었다. 지우와 이정남은 주로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했고 김혜진은 코러스에 있어 이름이 안 실린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로 시너지 효과를 높였고 앨범의 퀄리티도 상승시켰다.

"같이 작업을 해도 곡을 잘 만드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기술적인 부분이 뛰어난 가수가 있어요. 표현이 좋은 사람도, 기동성이 좋은 사람도 있었고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줬기 때문에 즐겁게 앨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일이라고 생각하면 사실 못해요, 하고 있는 일들 다 줄여가며 했던 작업이라서." (유소이)

"단체로 녹음실에 와서 응원을 하고 간식을 나눠먹는 일이 많았어요. 먹다보니까 녹음이 안되더라고요. (심)종각 형님 같은 경우에는 강원도에서 물회를 싸 가지고 오셨어요. 녹음을 하는데, 그게 자꾸 먹고싶더라고요. 녹음 할 때 초집중을 해야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먹자'라는 마음도 많았어요. 너나 할 것 없이 맛있는 걸 사 가고. 시간 되는 사람이 녹음실에 들러서 앨범에 참여하고. 훈훈하고 즐거운 기억이에요." (지우, 이정남, 김혜진)

게다가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인 '함께'는 남궁옥분 앨범에 들어있는 합창곡으로, 남궁옥분의 앨범에 이문세, 김범룡, 최성수, 최백호 등 많은 선배가수들이 목소리를 보탰던 것과는 달리 뮤지션클럽 후배들과 함께 새로 목소리를 입혔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수십 년간 음악을 했던 베테랑들이었지만, 선배가수와의 협업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법했다.

"남궁옥분 선배님이 직접 저희 노래하는 것을 보시고 디렉팅을 해 주셨어요. 그날 그 한 곡을 녹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녹음실에 모이고, 서로 녹음하는 것을 체크해 주고. 영상도 만들었어요. 각자 활동하는 분야가 달라서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한 발짝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우)

"일반 가수들이 체험해 보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다른 기성가수들이 한 곡의 노래를 부른다고 했을 때 모두 친분이 있어서 모이기는 쉽지 않잖아요. 우리가 같이 불렀던 '함께'처럼 어떤 한 곡이 주제가 되고 우리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은 드문 것 같아요. 또 우리의 사정을 알고 이해하고 계신 선배님이 기획을 해 주셨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미에서 뜻이 깊어요." (유소이)

◆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산다는 것, "라이브클럽의 개념, 과거와 지금 달라"

▲ '뮤지션클럽' 첫 앨범에 참여한 14명의 멤버들. 이들은 모두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진=마음과 마음 임석범 제공]

'뮤지션클럽' 멤버들이 주로 활동을 시작했던 한강 인근의 미사동(미사리)은 라이브 카페촌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 미사리 카페촌에도 문 닫는 점포가 크게 늘어났다. 60여 개가 넘던 카페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라이브 클럽의 개념도 변화했다.

"지금 라이브 카페라고 이름 지어놓은 곳은 대부분 손님들이 노래하는 곳이 됐어요. 정통 라이브 카페라는 곳도 말이 안 되고요. 가수들이 40분을 라이브 하는데 불안해 해요. 왜냐, 손님들이 가수의 자리에서 자신의 노래를 하려고 하니까요. 학교 선생님이 수학을 가르치는데, 학생이 나와서 내가 당신보다 더 잘 가르치니까 나와 봐라 하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 없이 톱가수 되는 사람 없어요. 그런데 일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음악인들에게는 막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음악을 그만 뒀었어요." (심종각)

그들은 주로 '인디음악'을 하는 집단과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하는 집단을 비교했다. 인디밴드도,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도 어렵게 음악을 하고 있지만 전자가 정부의 혜택을 더 많이 보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들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음악적 스타일과 나이를 이유로 인디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보다 훨씬 외면받고 있는 상황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한 분야에서 뭔가를 10년 이상 하면 장인이나 명인 소리를 들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 같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은 뜨지 않으면 언더그라운드에 머무르는 거예요. 2000년이나 지금이나 페이는 다르지 않아요. 지금은 라이브 카페가 없고, 가수가 많아서 페이가 더 내려간 상태예요. 우리가 수입을 얻으려면 기획하시는 분들이 알아줘야 해요. 그런데 기획자들 입장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은 쓰고, 무명 가수 중에 골라서 써야 한다면 무급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을 써요. 그러니 일자리가 더 없어요. 라이브 카페에서의 수입 없이 각종 행사만 보고 계신 분들은 지금 더 힘든 거예요. 기획자들이 알아주려면 지방에서부터 일을 하고 인지도를 쌓아나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해요. 쉬운 일이 아니죠." (미니)

"정부에서 문화 예술인 등록하라는 이야기가 있어 내부 규정을 봤는데, 난 문화 예술인이 아니더라고요. 앨범을 3장 이상 제출을 하고, 콘서트 포스터가 있어야 그 '문화예술인'으로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그걸 보면서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하면서 콘서트를 하고,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꼭 하라고. 두 가지를 하지 않으면 내리막을 타게 될거라고 말해 줘요. 트로트를 좋아하는 세대가 죽고, 포크음악을 좋아하는 세대가 어른이 되면 그들이 우리의 음악을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1년에 만 명이 넘는 실용음악과 무직자들이 배출되고 있고, 그들은 열정페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접받고 싶다면 뿌리를 다져놓고 PR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심종각)

◆ 기자가 만난 '뮤지션클럽' 7명의 이야기, 그들이 들려주는 '나의 노래, 나의 인생'

▲ 이정남, 유소이, 심종각, 김혜진, 지우, 미니, 유연우(이상 왼쪽부터) [사진=마음과 마음 임석범 제공]

지난 2월29일, 데뷔 57주년을 맞이한 원로가수 윤항기의 55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윤항기는 성직자, 교육자의 생활을 하면서 수십 년간 가요계를 떠나 있었지만 그의 인생에는 언제나 '음악'이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션클럽' 멤버들이 풀어놓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 윤항기의 콘서트 타이틀이 생각났다. '나의 노래, 나의 인생'

"딸보다 어린 나이에 노래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31년째 노래를 하고 있어요. 의도치 않게 딸도 음악을 하고 있는데, 이번 앨범에 들어가는 곡을 딸에게 써 달라고 부탁했어요. (뮤지션클럽에 소속된 지우, 이정남) 모두 사랑하는 후배들이고, 좋아하는 작곡가님들인데 내가 언제 기회가 있어서 딸 곡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지난해 11월에 '함께' 쇼케이스 때도 딸과 무대에 서서 노래를 했어요.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딸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게 돼서 기뻤어요. 저와 제 동료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고는 '세상에는 정말 내가 알지 못하는 음악인들이 많구나'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선배로서 뭔가를 보여줬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유소이, '함께' 5번 트랙 '잊혀지는 사이')

"김완선이 인기를 얻던 시절에 음악을 같이 했어요. 라운지 음악도 했었고, 미사리가 생길 때쯤 라이브 카페도 경영했어요.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장사가 잘 될 때 해외로 나가서 10년을 살다가 다시 돌아와서 라이브 카페를 경영했어요. 그런데 그땐 이미 라이브 카페 무대에 서는 사람이 '가수'가 아니라 '손님'이 되어 있더라고요. 이제는 음악을 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음악 공부를 위해 장비를 구입했어요. (지우, 이정남) 두 친구에게 조언을 많이 받아가면서 하고 있는데, 음악과 인생은 비슷해요. 둘 다 공부의 연속입니다." (심종각, '함께' 5번 트랙 '따뜻한 사랑')

"음악을 하는 사람이 음악 열심히 하면 되죠. 투자를 하고 노력을 해야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 결과물도 많이 내야 하고요. 노래보단 작곡을 주로 하고 있는데, 작곡자들도 한 곡이 제대로 떠야 유명인의 반열에 설 수 있어요. 힘든 일이지만, 올 한 해는 터트려야죠."(이정남, '함께' 7번 트랙 '내 사랑아')

"노래한 지 20년 정도 됐습니다. 제 아버지가 6.25 때 군에 간 세대인데, 노래를 잘 해서 신병 휴가를 보름이나 나오신 적도 있었어요. 그런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노래를 시작했는데, 아버지가 이 길이 힘든 것을 알고 기타를 부수며 제 진로를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아버지 돌아가시고 다시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내 노래를 막연히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제의는 많았지만 (임)석범 오빠처럼 액션을 취해 주시는 분은 없었어요. 결과물이 나오니, 제 첫 노래인 '여자라서'의 가사대로 행복해진 것 같아요. 물론 곡이 생기기 전이나 지금이나 일상은 같은데요. 내 곡이 있으니 같은 음악을 해도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함께' 앨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음악, 제 인생에서 '함께'를 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김혜진, '함께' 10번 트랙 '여자라서')

"음악을 할 거라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학교다닐 때 밴드를 해 본 적도 없고요. 미사리에 있는 라이브 카페 사장님이랑 우연히 연을 맺게 되면서 노래를 시작했어요. 라이브 카페에서 일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은 일하다 보면 '제일 잘하는 노래 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뭘 잘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잘 해보지 못했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내가 뭘 잘하는 지'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미니, '함께' 11번 트랙 '7전8기(일어나)')

"고2 때 음악을 시작했어요. 아르바이트 해서 등록금 벌려고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평생 직업이 됐네요. '함께' 멤버들 중에는 제가 라이브 카페에서 만난 분들도 계시고, 미사리에 입성했을 때 뵌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과 함께 걸으며 계속 음악 생활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유연우, '함께' 12번 트랙 '술 한잔')

"인디밴드 오후(5who)라는 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하지만 밴드 음악과 제 음악은 다르니 제 음악을 하겠다는 갈망이 있었죠. 제 음악을 하고 싶은 간절한 상황에서 기획사도 많이 거치고 부딪혔는데, 열정만 남아 있고 자료는 없었어요. 지금 '뮤지션클럽' 활동이 음악을 함에 있어서 제게 에너지를 많이 준 것 같아요. 음악하면서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게, 즐겁게 해본 게 정말로 오랜만인 것 같아요. 오랜시간 음악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었던 상황이었는데, '뮤지션클럽' 사람들과 함께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면서 오랜만에 열정을 되살리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음악을 하면서 인생에 좋은 동료들이 남아서 굉장히 좋습니다." (지우, '함께' 14번 트랙 '왜 날')

[취재후기] 기타,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진 음악이 취향이고, 자주 듣지만 같은 음악을 하더라도 '나의 세대'가 아닌, 유명하지 않은 음악인들에겐 언제나 편견이 생겼다. 하지만 편견이 있었던 사람들의 음악을 듣고 곡에 담겨진, 또 그들의 인생에 녹아난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 깨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들의 앨범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킬 순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열정을 이해하고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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