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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중원 지배자' 고명진의 재발견, 슈틸리케호 허리가 두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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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중원 지배자' 고명진의 재발견, 슈틸리케호 허리가 두꺼워졌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3.28 0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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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드 모든 지역 휘저으며 경기 리드, 전반 4분에는 석현준 결승골 어시스트까지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보는 눈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고명진(알 라이얀)의 중원 플레이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을 테스트하느라 경기 내용 자체는 만족스럽지 못했어도 몇몇 선수들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이 가운데 고명진의 활약은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함께 칭찬받을 만했다.

고명진은 27일 태국 방콕 수파찰라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 친선 경기에서 남태희(레퀴야), 기성용, 정우영(충칭 리판) 등과 함께 선발로 나서 중원을 지켰다. 이날 고명진은 끝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풀타임 뛰었다.

FC 서울에서 활약할 당시 하대성(FC 도쿄) 등과 함께 최강의 미드필드진을 구성했고 지난 시즌 중반까지도 서울에서 뛰며 중원을 책임졌다. 서울이 지난 몇 시즌 동안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래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계속 진출할 수 있는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중원에 고명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슈틸리케 감독도 고명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 고명진(가운데)이 27일 태국 방콕 수파찰라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 친선 경기에서 공을 몰고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정상급 수비력에 꾸준함까지 장착, 슈틸리케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다

고명진은 서울에서 활약했을 당시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리딩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꾸준함이 부족해 대표팀 감독들이 고명진을 발탁하기를 주저했다. 잘할 때는 정상급 미드필더의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2년 11월 14일 호주전과 2013년 11월 19일 러시아전 등 두 차례 평가전에서 활약하긴 했지만 브라질 월드컵에 함께 하지 못했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고명진을 서울 때부터 지켜봤는데 당시에도 실력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며 "꾸준함이 부족했지만 카타르로 이적한 이후 이런 면이 없어졌다. 4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소속팀의 우승을 확정지었고 꾸준히 활약해 발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고명진은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100% 부응했다.

고명진은 레바논과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7차전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태국전에 선발로 나서 슈틸리케 감독이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전반 4분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부터 공을 뺏은 상대 선수로부터 가로채기를 성공시킨 뒤 석현준(FC 포르투)에게 정확한 패스를 밀어줘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은 하이라이트였다.

A매치 3번째 경기 만에 자신의 첫 공격포인트를 올린 고명진은 어시스트 외에도 수비에서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증명해낸 것이다.

▲ 고명진(왼쪽)이 27일 태국 방콕 수파찰라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 친선 경기에서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더욱 두꺼워진 미드필드 선수층, 슈틸리케 감독의 즐거운 고민

이날 기성용이 석현준과 이정협(울산 현대)이 있는 투톱을 지원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되면서 고명진은 정우영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기성용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포백 앞에서 중원을 더욱 탄탄하게 해줄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찾는 것이 이번 슈틸리케 감독의 테스트 목적이었다.

이미 수비형 미드필더 요원으로는 정우영과 함께 장현수(광저우 푸리), 박주호, 한국영(카타르SC) 등이 있지만 장현수는 최근 오른쪽 풀백으로 더 많이 출전하고 박주호는 왼쪽 풀백 요원이다. 게다가 박주호는 최근 소속팀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를 찾아야만 한다. 바로 이 자리를 고명진이 메워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태국전이 테스트였음을 생각할 때 귀중한 수확을 한 셈이다.

고명진의 합류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원 선수층은 더욱 두꺼워지게 됐다. 기존 기성용과 한국영에 정우영, 고명진 등이 경쟁을 벌이게 됨으로써 경기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기성용이 공격쪽으로 올라가도 수비에서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다만 고명진이 대표팀 경기에서 계속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숙제로 남는다. 이제 겨우 A매치 3번째 경기 출전일 뿐이기 때문이다. 고명진이 자신 스스로 꾸준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더 많은 A매치에 나서 입증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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