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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산둥 밀집수비에 막힌 FC서울, '과유불급 교훈'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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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산둥 밀집수비에 막힌 FC서울, '과유불급 교훈' 새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4.05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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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과 K리그 클래식 개막전 이어 산둥과 ACL 4차전도 무득점…침착성 잃은 '무공해' 약점 드러나

[상암=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FC 서울의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가 약점을 드러냈다.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등 'MSN 라인'처럼 언제나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시원스러운 골 폭풍을 일으킬 것만 같았지만 밀집, 압박수비에는 여전히 취약했다.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산둥 루넝(중국)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 홈경기에서 아드리아노와 데얀의 투톱을 선발로 내세우고 박주영과 윤주태까지 투입하며 총공세를 폈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 전북 현대와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 이어 올 시즌 들어 두번째 무득점 경기다.

서울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드리아노와 데얀이 호흡을 맞추며 상대 수비를 공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 신진호, 다카하기, 고요한, 오스마르 등 미드필더들이 중원을 탄탄하게 지켜주며 투톱의 공격력에 힘을 더한다. 미드필드진은 아드리아노, 데얀과 시너지 효과를 낼뿐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골까지 넣으며 공격루트의 다양화까지 가져오고 있다.

▲ [상암=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FC 서울 아드리아노(오른쪽)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둥 루넝과 2016 AFC 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에서 공을 몰고 공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작정하고 나온 산둥의 밀집수비는 뚫지 못했다. 서울이 산둥 원정에서 4-1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홈경기를 치르는 산둥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공간이 많이 비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산둥은 서울 원정을 오면서 잔뜩 움추렸다. 이미 3차전에서 4골을 내주며 혼쭐이 났던 산둥은 승점 1이라도 챙겨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보다 한발 앞서야 했기 때문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 상대의 수비지향적 전술을 뚫는 것이 숙제다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홈 개막전을 치르면서 스리백 전술을 썼다. 최강희 감독은 이미 서울을 상대할 때마다 스리백을 쓰면서 재미를 봤다.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트레이드마크가 있는 전북이 그것도 홈경기에서 수비 지향적인 스리백을 쓴 것은 역시 데얀과 아드리아노를 앞세운 서울의 공격력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전북은 당시 서울을 상대로 실점하지 않으며 1-0으로 이겨 승점 3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AFC 챔피언스리그는 달랐다. 서울의 공격력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파악이 안된 AFC 챔피언스리그의 경쟁팀들은 맞불을 놨다가 혼쭐이 났다.

부리람은 공격력이 좋지 않은 예전의 서울을 생각했다가 6골을 내주며 무너졌고 히로시마와 산둥 역시 공격 지향적으로 나섰다가 4실점하며 패퇴했다. 그러나 산둥은 이미 '학습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4차전에서는 포백의 오버래핑까지 지양하면서 뒷공간에 철옹성을 쌓았다.

▲ [상암=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FC 서울 데얀(왼쪽)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둥 루넝과 2016 AFC 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에서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브라질 대표팀을 지휘했던 마누 메네제스 산둥 감독도 "서울이 홈에서 당연히 적극적인 공격을 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선수들을 뒤로 물렸다. 양 측면 수비수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자제시켰다. 양 측면 수비수가 중앙 수비수와 함께 서울 공격수들을 수비하니 지난번과 같은 대량 실점이 없어졌다"며 "홈에서는 함께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득점력 차가 많이 나면서 졌지만 이번에는 수비를 탄탄하게 해 안전하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서울을 상대한 모든 팀들은 수비지향적으로 나서면서 역습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비지향적으로 나선다면 서울의 공격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간파됐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이 장기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상대팀의 수비지향적 전술을 어떻게 뚫느냐가 숙제다.

◆ 조급함과 욕심이 화를 부른다, 전북전 이어 얻은 뼈저린 교훈

최용수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조 1위로 16강 진출을 빨리 확정짓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과 욕심이 묻어났다"며 "상대 페널티지역에 들어가 마무리를 지을 때는 조그만 섬세함이 큰 차를 만든다. 아무래도 페널티지역 안에서 선수들이 조금 급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선수들은 산둥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도 우왕좌왕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이 가운데 아드리아노의 골 욕심은 과했다.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 3경기에서 연속 멀티골을 넣으며 9골이나 폭발시킨 아드리아노는 자신에게 패스를 하지 않는 동료 선수들을 향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드리아노가 공을 잡아 슛을 연결시킬 때도 막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산둥 수비수들은 아드리아노의 득점력을 경계하면서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아드리아노는 슛을 때리면서도 상대 수비수 또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 [상암=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FC 서울 주세종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둥 루넝과 2016 AFC 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밀집수비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1골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도 이를 모두 실수 또는 조급함에 섬세함이 떨어져 날려버린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전북전에서도 그랬다. 서울은 당시 56-44로 앞선 볼 점유율을 자랑하며 전후반 통틀어 13개의 슛, 8개의 유효슛을 때렸지만 정작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이 가운데 아드리아노가 5개의 슛을 기록했고 4개의 유효슛이 나왔지만 역시 득점에 실패했다.

아드리아노가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올 시즌 공식경기에서 11골이나 넣었지만 이런 골 욕심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너무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서울이 다시 한번 느낀 뼈저린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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