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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태로운 10대 위한 송가 '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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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태로운 10대 위한 송가 '야간비행'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28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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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 ‘야간비행’은 절절한 멜로영화이자 청춘의 가슴 시린 성장영화다. 올해 상반기 ‘한공주’에 이은 마스터피스의 탄생이다.

서울대 입학 기대를 한몸에 받는 고교 2학년 용주(곽시양)는 자유분방한 싱글맘인 엄마, 성적과 경쟁만을 요구하는 학교 때문에 쓸쓸함을 느낀다. 왕따인 친구 기철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편 외로움을 간직한 채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지 못한다.

▲ 이송희일 감독이 연출한 '야간비행'의 한 장면

용주와 중학교 절친이었던 기웅(이재준)은 교내 일진으로 불량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가출한 해고노동자 아버지를 찾아 떠돌고, 힘든 집안환경 탓에 저녁에는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감당한다. 그 역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닫고 살아간다.

고교 입학 후 엇갈린 생활을 하느라 소원해졌음에도 용주는 늘 기웅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집도, 학교도, 친구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 더없이 외로운 용주는 기웅에게 손을 내밀지만 너무도 멀리 와버린 기웅은 선뜻 용주의 손을 잡아주려 하지 않는다.

모범생 용주와 문제아 기웅 모두 힘든 현실을 감당하기에 아직은 어린 10대다. 여린 새순에게 지우는 사회의 짐은 무겁기만 하다. 공부 외엔 아무런 가치도 두지 않은 채 성적 경쟁만 부추기는 학교는 폭력의 온상이자 낙오자·왕따의 양산지다. 배제되지 않으려는 안간힘은 어느 순간 폭력으로 점화하고, 외로움이 잉태한 괴물들은 창궐한다. 이렇듯 ‘야간비행’은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어떻게 우정이 부서지고, 서로를 배신하고, 소수자들이 배척되는지를 잔인하게 보여준다.

▲ 용주 역 곽시양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매력적이고, 야심적이고, 충격적인 이 영화는 예기치 않은 특별한 선물과 같다” “청춘들이 짊어지는 압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매우 멋진 영화” “자신감 있는 연출과 탁월한 연기, 넓은 사회 속 복잡한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해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선이 곱고, 독특한 감성의 멜로영화를 만들어왔던 이송희일 감독은 청소년들이 직면한 고민을 섬세한 감성과 완급조절로 그려낸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10대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다.

유려한 카메라 워킹으로 건져올린 비정성시 서울의 풍광은 사실감을 더한다. 억압된 교정에서부터 미로와 같이 좁디좁은 골목길, 폐건물과 공터, 밤하늘의 비행기가 바라보이는 건물 옥상, 탁 트인 억새풀 들판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몽환적인 노래와 육중한 사운드는 잔상이 강렬하다.

▲ 기웅 역 이재준

답답한 현실에 갇힌 10대의 쓸쓸한 뒷모습을 연기한 신인 곽시양 이재준은 이 영화의 최대 수확이다. 곽시양은 밝고 부드러운 성품 안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소년의 얼굴을 스크린에 가득 실어 나른다. 강렬한 눈빛의 이재준은 상처를 숨기기 위해 친구들에게 폭력을 일삼는, 거칠고 아픔 많은 10대 소년을 탁월하게 연기한다.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기 앙상블은 휘모리 장단으로 몰아친다. 8월28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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