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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배우 안재영의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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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배우 안재영의 '8월의 크리스마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31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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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로스트',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 겹치기 주연 맹활약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대학로 한복판에 위치한 DCF대명문화공장 건물에는 연극 ‘더 로스트’와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 간판이 나란히 걸려있다. 주중 두 작품을 하루 걸러 출연 중인 배우가 있다. 바로 안재영(28)이다.

 

영화를 바탕으로 한 ‘비스트 보이즈’에선 배우를 꿈꾸는 허세 작렬의 호스트 강민혁을 연기한다. 끔찍한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더 로스트’의 파트2 ‘당신을 잃어버렸습니다’에선 7년 전 크리스마스 다음 날, 상가 화재사고로 죽은 여자친구를 찾아가기 위해 택시를 탄 출판사 직원 태완과 여친과의 사이에 덜컥 아이를 임신한 고교생 김철 역을 동시에 맡았다.

“겹치기 출연은 현실적으로 힘든데 그나마 같은 건물에서 공연이 이뤄져 이번에 가능해진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데다 순발력을 배우고 있어요. 연극 속 대사처럼 한여름 8월이 제겐 어쩌면 크리스마스이지 않나 싶어요.”

◆ 상실에 관한 연극 ‘더 로스트’서 연인 잃은 남자 열연

연극은 시대의 정신이라고 한다. 예술을 통해 현실에 대한 성찰과 희망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창작연극 ‘더 로스트’(9월9일까지 수현재씨어터)는 이런 소명의식이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들로 구성된 젊은 창작집단 독이 극작을 맡고, 김현우가 연출한 ‘더 로스트’는 상실과 살아남은 자들의 아픔에 관한 가슴 먹먹한 이야기다. 파트1 ‘그대를 잃어버렸습니다’와 파트2 ‘당신을 잃어버렸습니다’는 4편의 에피소드가 연결고리를 이루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 연극 '더 로스트' 중 '갈까말까 망설일 때' 에피소드의 안재영(왼쪽)[사진=수현재컴퍼니 제공]
▲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에서 호스트 강민혁을 연기하는 안재영(왼쪽)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유쾌한데 그저 가볍지만은 않고, 어두운데 그저 무겁지만은 않은 점이 재밌었어요. 태완 캐릭터는 전사가 많이 필요했어요. 사고 후 7년 동안 매번 사고현장을 찾았고,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되는데 두 남녀의 추억이 무엇인지 등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상상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갔어요.”

주제가 예상치 못한 사고, 그로 인한 이별과 상처다보니 참혹한 현실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다. 안재영은 세월호 참사 관련 동영상과 합동분향소 영상, 대구지하철 참사 생존자 인터뷰 등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준비를 했다.

“대본을 접하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다면?’을 생각하게 되니 절로 몰입이 이뤄지더라고요. 연극 속 4편의 에피소드 가운데 제가 출연하는 ‘갈까말까’ 편의 그나마 상세한 상황설명이 이 연극의 기능적 역할을 해줘야 하므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도입부 휴대전화 통화 대사는 직접 만들었어요. 태완에 대한 상태를 드러내야 해서요.”

 

어머니를 잃은 뒤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자매, 자식을 잃은 레스토랑 주인 부부, 아들을 잃은 뒤 삶의 터전을 떠나 서울에서 지내는 중년의 여성 동화작가 등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무겁다. 안재영은 이런 극 분위기에 속사포 같은 대사, 웃고 절규하는 등 굴곡 있는 연기로 숨통을 틔운다. 택시기사 역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많이 맞추면서 관객이 어떻게 하면 명확히 느낄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다.

“‘더 로스트’는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우리는 보통 잃어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현재가 굉장히 소중하잖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 양아치 호스트 민혁으로 이미지 변신

하정우 윤계상 주연의 영화로 사랑받은 ‘비스티 보이즈’는 뒤틀린 욕망의 공간인 호스트바를 배경으로 한다. 강민혁은 비스티(Beastie·속물스러운)한 인간의 전형이다. 흔히 말하는 속물 근성으로 가득한 쓰레기이자 양아치다. 연예인 지망생이며 허황된 꿈에 빠져 지내며, 여자를 무지하게 좋아한다.

“영화를 매우 재미있게 봤고 좋아했어요. 추악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너무 당연할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싶어 출연하게 됐어요. 특히 그동안 착하고 교회오빠 같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어서 해본 적 없는 캐릭터를 도전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잘할 수 있는, 백혈병 딸을 둔 성실한 알렉스 역보다 민혁을 하고 싶다고 제작진에 어필했죠.”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신앙심 깊고 성실한 스크랩스 역을 맡았을 때는 이지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책에 파묻혀 살았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첫사랑을 간직한 순박한 남한군 병사 역에 캐스팅됐을 때는 어리바리한 심성으로 지냈다. ‘비스티 보이즈’의 경우 죄책감 없이 뻔뻔하게 살아나가려 노력 중이다.

“악역이라고 나쁘게만 그려내면 유치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고, 나쁜 심성도 내면에 존재하잖아요. 이런 역할을 맡았을 땐 억눌러왔던 감정에 대한 봉인을 푸는 행동을 하게 돼죠. 그런 경험이 배우 입장에선 흥미로워요.”

◆ 대학시절 일찌감치 대학로 진출…스펙트럼 넓은 배우 목표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낭독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 중학교 2학년 때 도덕 선생님이 10년 후 미래에 토론을 주도했을 때 ‘배우’를 꼽았다. 아이돌 가수와 같은 연예인이 아니라 무대에 서서 말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만 꿈을 꾸다가 고교 2학년 때 교회 성극에 참여하며 큰 흥미를 느꼈다. 이후 입시를 준비하면서 연극영화과 입학을 구체화했다. 본격적으로 개인 레슨을 받고, 연습실에 다니며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으며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2008년 뮤지컬 ‘억수로 좋은 날’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방학 때마다 극단 오디션을 봐 연극 및 뮤지컬에 출연하는 부지런을 떨었다.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아요. 이것저것 배우기를 좋아하고요. 이런 성향이 배우를 하는데 도움이 되죠. 배우라는 직업이 잘 맞고 재밌어요. 다양한 무대에서 다채로운 역할을 맡으며 스펙트럼 넓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진짜 독한 악역부터 따뜻한 사랑에 빠지는 남자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취재후기] 안재영은 훈남 외모와 반듯한 이미지로 여성팬을 몰고 다닌다. 연극 ‘내 이름은 김삼순’ ‘유형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총각네 야채가네’ ‘짝사랑’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탄탄하게 키워왔다. 조만간 드라마, 영화에서도 마주하게 될 기대주다. 그는 배우 황정민의 멘트를 금과옥조로 가슴에 품고 지낸다고 고백했다. “배우는 항상 무대로 돌아올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샛길로 빠져들지 않고, 당당히 정도를 걸어갈 친구라는 신뢰를 안겨주는 배우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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