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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日 감독·독 트레이너가 말하는 '연기견의 시크릿 액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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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日 감독·독 트레이너가 말하는 '연기견의 시크릿 액팅'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30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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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영화 '히마와리와 나의 7일' 제작진 내한 인터뷰

[순천(전남)=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 21일 개막한 제2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개막작이자 오는 9월25일 국내 개봉되는 ‘히마와리와 나의 7일’은 일본 미야자키 현을 배경으로 노부부의 사랑을 받고 자란 개 히마와리와 인간 사이에 이뤄지는 소통과 사랑을 다룬다.

인간과 동물, 자연의 공존을 테마로 한 영화제가 열린 생태도시 순천에서 히라마츠 에미코(49) 감독과 연기견 이치를 조련한 독 트레이너 미야 타다오미(70)를 만났다.

▲ '히마와리와 나의 7일'의 일본판 포스터

◆ 여성 각본가 히라마츠, 반려견-인간의 가족애 다룬 ‘히마와리와 나의 7일’로 감독 데뷔

할머니의 죽음과 할아버지의 요양소 입소로 인해 혼자 남겨진 히마와리는 뒤 험난한 삶을 살면서 점차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갓 태어난 새끼들과 함께 보건관리소 직원 쇼지(사카이 마사토)에게 발견된다. 하지만 구조 동물들은 7일 동안만 보호센터에 머무를 수 있기에 히마와리 가족을 살리려는 쇼지 부녀의 눈물겨운 노력이 펼쳐진다.

이 영화는 ‘엄마’ ‘남동생’ ‘작은집’ ‘동경가족’ 등 가족 소재 시나리오 작업을 주로 해온 유명 각본가 히라마츠 에미코(49)의 감독 데뷔작이다. 어린 시절 고양이와 개를 길렀고, 7년째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그가 반려견 소재 영화 연출을 맡은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원래 동물을 좋아했으나 영화 소재화하는 것은 피해왔다. 상업영화를 만들었을 때 동물들에게 인간을 위한 연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스트레스일 테고 싫은 경험일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을 하게 된 이유는 꼭 해야만 하는 주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를 통해 자신의 감독 데뷔작을 공개한 히라마츠 에미코 감독

미야자키 보건관리소에서 실재 일어났던 일을 기록한 포토북을 전달받으면서 영화 기획이 이뤄졌다. 7일에 걸친 관리기간 동안 어미견이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보건소 직원을 위협하는 행동을 계속 했다. 그러다가 점차 마음을 열고 직원과 친해지는 내용을 담은 포토북이었다.

“이후 1년에만 30만 마리의 개·고양이가 살처분되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물학대 금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생명의 소중함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영화화하기로 마음을 먹은 뒤 개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래서 독 트레이너 미야 타다오미 상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 국내 반려견 440만 마리 시대…유기견 7~10일 보호기간 지나면 살처분

국내 반려견 숫자는 총 440만여 마리(2012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집계)로 추산된다. 전체 16%의 가구에서 평균 1.38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유기된 반려견은 6만2119마리. 정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의한 유기동물 공고기간은 단 10일이다. 그 사이 주인이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살처분(안락사)이 이뤄진다. 일본과 비슷하다.

지난해 발생한 9만7197마리의 유기동물 중 2만3911마리가 살처분됐다. 전국 361개 동물보호소의 수용능력은 약 5만 마리 정도인데 유기동물은 점점 늘고, 보호 예산은 부족하다 보니 공고 후 살처분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 '히마와리와 나의 7일'에서 유기견 히마와리와 보건소 직원 쇼지가 소통을 이루는 모습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가족은 히라마츠 감독의 영원한 테마다. 시대가 급속도로 변화하며 1인가구 등 가족형태마저 달라지는 현실에서 반려견은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히마와리와 나의 7일’은 히마와리 가족, 쇼지 가족 그리고 두 가족 사이에 신뢰가 쌓이며 유대감이 강화되는 구조로 진행된다.

◆ 동물영화 촬영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은 시선처리

“동물영화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시선처리다. 카메라와 시선을 맞추는 게 만만치 않다. 엔딩신에서 쇼지와 히마와리가 서로 마주보는 장면이 클로즈업으로 스크린을 채우는데 서로 마주보는 시선이 잘 나타나지 않으면 관객의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칫 무너져버릴 수가 있다. 이럴 경우 독 트레이너가 카메라 바로 뒤에 서서 이치가 카메라를 보도록 수신호를 보냄으로써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히마와리 역을 맡은 연기견 이치는 진짜 어미개 밖에 할 수 없는 젖 물리는 장면을 제외하곤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감독으로써 지시를 했을 때 다른 차원의 연기를 보여줘 깜작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요양소로 향하는 할아버지가 탄 승용차를 뒤쫒아 가다 길을 잃은 뒤 몇일만에 돌아온 집을 인부들이 부수는 장면에서 흠칫 멈춰선 뒤 몇 걸음 뒤로 물러서기까지 하는 예상치도 못한 연기까지 해내 깊은 감동을 얻기도 했다.

▲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에 천착해온 히라마츠 감독은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 주목했다.

◆ 미야 타다오미, 40년 경력의 연기견 전문 트레이너

7세의 암놈인 이치의 견주인 미야 타다오미는 40년 경력의 독 트레이너다. 독 트레이너에도 맹인안내견, 구조견, 경찰견, 마약탐지견 트레이너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그는 드라마·영화·CF에 출연하는 연기견 트레이너다. 1970년대 ‘남극이야기’를 시작으로 극영화만 20여 편에 참여했다. 과거 영화에서 개가 잠자거나 죽는 장면을 촬영할 땐 진정제, 수면제를 사용했는데 동물보호단체의 반발 이후 “마취제를 쓰지 말자”고 결심한 뒤 훈련으로 이를 대체했다.

“연기견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 훈련을 마쳐야 한다. 천천히 걷기부터 전속력 질주에 이르기까지 걷는 스피드를 컨트롤하는 훈련과 카메라를 응시하는 시선처리 훈련을 통과하면 연기가 가능해진다. 기초 훈련 성과가 좋은 개,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 좋은 개, 촬영이 많은 스태프가 있는 가운데 매번 다른 장소에 이뤄지므로 이런 데 민감하지 않은 개를 골라내야 한다.”

▲ 40년 경력의 독 트레이너 미야 타다오미가 순천만정원에서 밝게 웃고 있다.

특히 연기에 맞는 견종이 있는데 이런 개를 찾는 게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골든 리트리버, 레브라도, 셰퍼드, 잭 러셀테리어가 연기에 적합하며 일본 토종견은 별반 연기에 맞질 않는다.

◆ 눈빛, 의욕 체크한 뒤 연기견 발탁…기초훈련 통과해야 배우 데뷔

뛰어난 연기견 전문 독 트레이너는 개를 마주한 순간 연기로 대성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유기견 보호소 등에서 연기견을 픽업할 경우 수십 마리의 개를 30분~1시간 동안 유심히 관찰한다. 이때 눈을 본다. ‘눈은 입만큼 많은 것을 말한다’는 일본 속담처럼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선 손수건을 던져 반응을 체크한다. 의욕 없는 개는 반응이 없는 반면 활달한 개는 손수건을 가지고 열심히 논다. 자신이 기르던 이치의 경우 우연히 함께 산책을 하는데 작은 소리에 즉각 반응하며 풀숲에 뛰어 들어드는 걸 보며 의욕이 많고, 수렵본능이 남아 있음을 판단, 연기견으로 조련하게 됐다.

▲ '히마와리와 나의 7일'의 극중 장면

“연기견이 등장하는 영화를 촬영할 땐 1차적으로 감독과 이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 가능 여부를 토론한 뒤 여러 방법을 고안해가며 촬영을 진행한다. 이때 카메라맨과의 소통이 아주 중요하다. 개가 연기할 때 난 프레임 밖에서 누워 개의 심리를 안정시켜주거나 분위기를 잡아준다. 카메라를 응시해야 할 경우엔 카메라 뒤에 서서 나를 바라보게 한다.”

◆ “개들은 나의 동료…맛있는 음식보다 말 걸고 쓰다듬어주는 게 더 중요”

어린 시절부터 개와 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21세에 개 훈련사로 입문한 뒤 34세부터 연기견 독 트레이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에 연기견 전문 트레이너는 불과 2~3명밖에 되지 않는다. 고도의 조련 및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과 아울러 프리랜스이다 보니 안정적인 작품 활동이 어렵다. 또 평소 여러 마리의 개를 돌보기 위해선 직원들을 고용해야 하므로 수익이 여유롭지 못하다. 미야 타다오미는 수익을 충당하기 위해 홋카이도에 미니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다.

▲ 미야 타다오미가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기간 중 스포츠Q와 인터뷰하고 있다.

“영화가 완성된 뒤 전국을 순회하며 홍보활동을 할 때 관객들이 감동하는 걸 보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독 트레이너를 하고 있기에 이렇게 한국에도 오고 다양한 사람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 않나.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백발의 미야 타다오미에게 개들은 가족을 넘어서 함께 일해 온 동료다. 인간의 마음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만 그의 개들에겐 미야 상만이 있을 뿐이다. 촬영이 없을 땐 홋카이도 동물원에서 맘껏 뛰어놀며 지내는 이치도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그를 ‘보스’로 신뢰한다.

“반려견에게 비싸고 좋은 스테이크를 먹이는 것보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말을 걸고 쓰다듬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 개들은 맛있는 음식을 주는 사람보다 같이 놀아주며 산책하는 사람을 따르고 신뢰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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