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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배우 서지영 "Key, 양요섭 아이돌스타 프로근성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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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배우 서지영 "Key, 양요섭 아이돌스타 프로근성 대단"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15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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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영국 웨스트엔드 히트 뮤지컬 ‘조로’는 전설의 영웅 쾌걸 조로의 복수와 무용담을 다룬다. 스페인 전통춤 플라멩코, 집시킹스의 노스탤지어 짙은 음악, 역동적인 검술장면과 공중을 가로지르는 아크로바틱 동작이 특징이다. 3년 전 국내 초연 이후 왕용범 연출의 대대적인 각색 작업을 거쳐 최근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지난 13일 ‘조로’가 공연되고 있는 충무아트홀 대극장 인터뷰룸에서 위기에 빠진 조로를 구해 영웅으로 만드는 집시 퀸 이네즈 역의 서지영(46)을 만났다. 공연을 마치고 등장한 그는 빨간 드레스로 성장한 열정의 집시여인 그 자체였다.

 

◆ 뮤지컬 ‘조로’에서 열정의 집시 퀸 이네즈로 극 이끌어

이번 공연에서 이네즈는 공연을 이끌어가는 캐릭터이자 조로의 조력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플라멩코 춤에 ‘꺾임’ 창법으로 노래하는 ‘밤볼레오’ 신은 강력하게 눈에 밟힌다.

“예지몽 있는 주술사, 20년 전 사라진 조로의 비밀을 간직한 조력자, 열정적이면서 코믹한 이미지 등 복합적인 캐릭터라 재밌어요. 대부분 이네즈의 노래를 할 때는 진성으로 부르는데 과거의 조로 이야기를 할 때는 좀 더 슬픈 감정과 호흡이 들어가게끔 진가성을 사용하죠. 우리 민요, 트로트, R&B, 플라멩코 등 한이 서린 음악은 꺾이는 공통점이 있어요. 관객들도 익숙하실 거예요.”

치맛자락을 휘날리고 발을 구르는 등 시종일관 무대를 뛰어다닌다. 이렇게 많이 춤추는 건 ‘풋루스’ 이후 처음이다. 발이 퉁퉁 부어 파스를 붙이고 다니지만 열정이 발산돼 공연 후에는 매번 후련함을 느낀다. 특히 영웅 이야기를 그린 ‘조로’를 통해 관객들이 느끼고 돌아갔으면 하는 게 있다.

 

“영웅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닐 거예요. 신념을 지키거나,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영웅 아닐까요. 좋은 힘이 뭉쳐져서 어려운 현실을 바꿔나갔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386세대 관객들 경우 ‘데모하던 열정이 다 사그라든 채 소시민으로 살아가다 조로를 보며 다시 그 열정이 타오르게 됐다’고 하세요. 젊은 세대, 중장년 관객 모두 단순히 신나고 재밌는 감상 차원을 넘어서서 마음 속 불씨를 살려 살아가는데 활력소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 “아이돌 스타들의 프로근성과 성실함 대단”

조로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우형, 아이돌 스타 Key(샤이니)와 양요섭(비스트), R&B 가수 휘성과 호흡을 맟춘다. 같은 길을 걸어온 김우형에게는 무한신뢰가 있다. 기골이 장대한 멋진 조로인데 성격상으론 귀엽고 애교가 많다. 양요섭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외모와 달리 남성적 에너지가 넘치며 연출자의 디렉션을 즉각 흡수할 만큼 센스가 좋다.

가수 휘성은 첫 뮤지컬에서 검술, 춤, 연기, 노래와 같이 할 게 많은 역할을 선택해 고생이 심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단체 카톡방에 “열심히 하겠다. 도와주세요”라고 글을 올릴 정도로 절박하게 매달린 그를 위해 배우들 전체가 도와주려 했고, 무대 위에서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키와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삼총사’에서도 공연하며 서로 호흡을 많이 맞춰서 이젠 눈빛만 봐도 척이에요. 목소리가 너무 어려서 남성적인 면을 표출할 때 손해겠다 싶었어요. 본인도 ‘제가 싫어하는 면이지만 어쩌겠어요’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키가 무대에 서면 스타성이 확연히 느껴져요. 왜 아이돌 스타가 됐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서지영은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진출에 대한 업계 일각의 삐뚜름한 시선에 반대한다. 전문 분야가 아니라 모자란 부분이 보일 수 있지만 동료로서 지켜볼 때 프로근성과 성실함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빠듯한 스케줄에서나마 뭐라도 만들어내려고 하는 모습을 칭찬해주고 싶다.

“아이돌들과 정말 많이 공연했는데 너무 열심이고 약속시간에 늦는 법 한번 없어요. 전 언제든 환영이에요. 이렇게 좋은 친구들의 노력을 알리고 싶고. 우리 뮤지컬 배우들도 드라마, 영화에 진출하는 추세인데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서로 손해잖아요. 격려하고 도와줘야죠.”

◆ 전수경 최정원과 함께 1세대 뮤지컬 여배우 트로이카

서지영은 전수경(48), 최정원(45)과 함께 국내 1세대 뮤지컬 여배우로 꼽힌다. 1990년대 초반 열악한 환경의 뮤지컬계에 입문해 ‘지하철 1호선’ ‘넌센스 잼보리’ ‘브로드웨이 42번가’ ‘블러드 브라더스’ ‘19 그리고 80’ 등에 출연했다. 2002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더 플레이), 2003년 여우주연상(풋루스)을 받았다. 최근 ‘캐치 미 이프 유 캔’ ‘잭 더 리퍼’ ‘삼총사’ ‘프랑켄슈타인’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며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1세대 배우로 각광받는 중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제 사주를 보면 ‘나이 들어서 더 잘 된다’고 나왔다던데 중년이 되면서 일복이 터지고 있네요.(웃음) 얼마 전 전수경 언니가 ‘넌 나이가 드는데도 어떻게 건강한 목소리가 나오니? 부럽다’고 말하시더라고요. 몸이 받질 않아서 커피, 술, 담배를 전혀 못해요. 그래서 체력과 건강이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서지영은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연극반에 들어가 뮤지컬 공연을 처음 시도했을 만큼 의욕이 넘쳤다. ‘사운드 오브 뮤직’ ‘찰리 브라운’의 대사를 복사해오고, 음대생에게 청음을 부탁해 반주 악보를 따오고, 캐스팅을 해 무대에 올려 유명세를 떨쳤다. 졸업 후 일반 회사에 들어갔지만 6개월 만에 퇴사하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기 위해 극단에 입단했다. 선배들이 먹을 밥을 짓고, 전단지를 붙이고, 앙상블을 하며 뮤지컬을 시작했다.

“극단에 들어가서는 아동극부터 시작했고요. 전라도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작은 아씨들’을 공연하는데 조명이 터져버려 깜깜한 가운데 촛불을 켜놓고 공연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아동극을 하면서 호흡량과 발성이 좋아졌죠. 지금까지 무대에 설 수 있는 바탕을 만든 셈이에요.”

◆ 오빠는 성악 전공 배우 서태화, 남편은 유명 뮤지컬감독 왕용범

오빠는 영화 ‘친구’, 드라마 ‘엔젤아이즈’, 요리로 유명한 배우 서태화다. 한양대 성악과를 거쳐 미국 맨해튼음대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했을 정도로 남매에게는 노래와 연기 DNA가 꿈틀댄다. 오빠와는 10여 년 전 뮤지컬 ‘넌센스 잼보리’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남편은 올해 더뮤지컬워어워즈에서 ‘프랑켄슈타인’으로 연출상을 받은 왕용범 연출이다. 남편과는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조로’를 계속 같이 해오고 있다.

 

“오빠 역시 뮤지컬을 하고 싶어하는데 바리톤 전공이라 맞는 작품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뮤지컬에서 남자주조연 노래 대부분이 테너 톤이거든요. 남편과는 함께 작업하는 게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요. 많은 연출가들을 만나왔는데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배우로써 표현을 너무 편하게 하도록 해주는 점에서 그만한 연출가가 없어요. 그래서 평생 함께 하려고요.”

한동안 연출가 남편과 배우 아내의 합작으로 인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부부의 성향이 남의 시선을 별반 신경 쓰지 않는다. 행복하기 위해 뮤지컬을 하며, 서로와 일하는 게 행복한데 굳이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공통점이 워낙 많아서 수다와 쇼핑 등 둘이서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해요. 연출-배우 커플이라 좋은 점은 일터에서 만난 싫은 사람 뒷담화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거예요. 새어나갈 위험이 없잖아요. 하하. 나쁜 점이 많았다면 일적으로 헤어졌겠죠.”

기회가 되면 오빠 서태화와 서지영이 출연하고, 남편 왕용범이 연출을 맡는 소극장 뮤지컬을 올려보고 싶은 꿈을 간직한 그에게서 플라멩코 의상보다 더욱 강렬한 색깔의 에너지가 솔솔 풍겨왔다.

 

[취재후기] 과거 “시집이나 가라”는 친척과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다져온 서지영은 ‘센 여자’로 오해를 살만큼 솔직하다.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로 후배양성을 하고 있어서인지 핵심을 잘 캐치해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그는 전문교육을 받고 프로무대에 진출한 후배들이 ‘무대에 서기가 얼마나 어렵고, 많은 준비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깨달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많은 장면에 출연하며 무대를 넓게 사용하고, 화음을 맞추는 앙상블만큼 좋은 게 없다”고 재삼 강조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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