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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우리들의 특별한 US여자오픈, 박세리의 마지막 샷과 세리키즈의 마지막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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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우리들의 특별한 US여자오픈, 박세리의 마지막 샷과 세리키즈의 마지막 승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07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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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38년전 맨발투혼 추억 간직하며 공식은퇴…태극낭자들은 리우행 마지막 경쟁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총상금 450만 달러, 우승상금 81만 달러)이 8일(한국시간) 개막된다.

올 시즌 ANA 인스피레이션과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뉴질랜드 돌포 리디아 고(19)와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아직까지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퀸 등극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US여자오픈이어서 남다르다.

그러나 이번 US여자오픈이 더욱 뜻깊은 것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중반을 세계를 호령했던 LPGA의 전설 박세리(39·KEB하나금융그룹)가 공식 은퇴하기 때문이다. 박세리에게 US여자오픈은 특별한 추억을 간직한 무대다.

여기에 태극낭자들로선 채 한달이 남지 않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여부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결정된다. 오는 12일 발표되는 세계여자골프랭킹을 기준으로 올림픽 본선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클럽(파72, 6752야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초점이 모아진다. 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려 있는 것은 '덤'이다.

◆ 18년전 '맨발의 투혼' 전설, 박세리의 뜻깊은 은퇴

박세리는 1998년 7월 6일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 런 오리지널 코스(파71, 6412야드)에서 벌어진 US여자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미국계 태국 선수 제니 추아시리폰을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이미 2개월 전에 LPGA 챔피언십에서 11언더파로 생애 첫 승이자 메이저 첫 승을 거뒀기 때문에 박세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추아시리폰과 밀고 밀리는 접전을 벌인 박세리는 17번홀까지 1타 앞서 있었지만 18번홀에서 추아시리폰이 버디를 기록하면서 동타가 돼 연장에 들어갔다. 추아시리폰에 4타나 앞선 선두로 시작했다가 동타를 허용했기에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연장전이 곧바로 서든데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날 18홀을 모두 돌았다. 상승세를 탄 추아시리폰은 5번홀까지 한때 박세리에 4타나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 보였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추아시리폰이 6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면서 순식간에 1타차로 줄어들었다. 결국 18번홀까지 동타를 이룬 두 선수는 서든데스에 들어갔다.

10번홀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한 박세리는 11번홀에서 때린 샷이 워터 해저드 근처로 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 순간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연못으로 들어갔다. 검게 그을린 종아리와 대비된 뽀얀 발이 드러나 골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국 박세리는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추아시리폰을 이겨냈다.

이번 대회가 18년 전 그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US여자오픈에서 가장 감명깊은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로서는 US여자오픈이 자신의 은퇴 대회가 된다는 것이 남다르다.

박세리는 7일 미국 일간지 머큐리 뉴스를 통해 공개된 기자회견에서 "미국 무대에서 출전하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며 "은퇴 뒤 미래 골프선수들에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돕고 싶다. 개인과 선수로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출전자격이 없지만 LPGA 투어 사무국으로부터 특별 출전권을 받은 박세리는 후배 최나연(29·SK텔레콤)과 1라운드를 시작한다. 2012년 대회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최나연은 "박세리는 한국에서 전설이자 개척자"라며 "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항상 TV에 나오는 박세리를 응원하려 자랐다. 모든 어린 선수들은 박세리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 양희영-장하나-유소연, 올림픽 본선티켓 놓고 '마지막 승부'

이번 대회는 올림픽 본선티켓이 걸린 마지막 기회다. 올림픽 본선에 나가려면 세계랭킹 상위 15위 선수 가운데 한 국가에 4명씩 출전할 수 있다. 15위 밖의 선수는 2명씩 출전이 가능하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박인비(28·KB금융그룹)와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일단 안정권이다. 박인비는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포기했지만 7.96점으로 3위를 달리고 있어 사실상 출전 자격을 확보했다.

또 김세영과 전인지도 6.98점과 6.15점으로 각각 5, 6위를 달리고 있다. 바로 그 뒤인 양희영()이 5.66점으로 9위에 올라 있기 때문에 김세영과 전인지도 올림픽 본선티켓 획득에 9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남은 1장을 놓고 양희영과 장하나(24·비씨카드), 유소연(26·KEB하나금융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장하나는 5.54점으로 양희영에 이어 10위를 달리고 있어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유소연은 5.07점으로 양희영과 점수차가 많이 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인비가 올림픽에 나갈 것이냐도 변수다. 박인비가 출전 자격을 획득하긴 했지만 출전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다. 박인비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인비가 손가락 부상 치료와 재활에 힘쓰고 있다. 오는 11일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박인비가 끝내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출전을 포기한다면 남은 올림픽 티켓은 2장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현재 순위라면 양희영과 장하나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가능성이 희박한 유소연도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역전이 가능하다. 유소연은 2011년 우승한 경험이 있다.

이와 함께 역대 8번째로 US여자오픈을 제패하는 한국 선수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박세리를 시작으로 2005년 김주연(35), 2008년과 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30·한화), 유소연, 최나연에 이어 지난해 전인지까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는 7명이나 된다.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한미일 메이저 퀸이라는 진기록을 썼던 전인지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지도 기대가 모아진다.

전인지는 LPGA 홈페이지를 통해 "나 스스로 혼잣말을 하면서 내가 영화의 여주인공이 되는 것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그랬더니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다"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지켜보며 응원해줬던 팬들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이번에도 나만의 경기를 하고 즐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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