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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유혹 뿌리친 서정원 역발상, 수원 공격축구로 트라우마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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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유혹 뿌리친 서정원 역발상, 수원 공격축구로 트라우마 떨쳤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10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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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와 수원더비서 지키기 대신 후반 공격자원 대거투입, 공격 고삐 늦추지 않고 승리

[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후반 막판 실점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이었다.

1골차로 앞선 상황에서는 지키겠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서정원 감독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정공법으로 오히려 공격수들을 투입하면서 실점도 막았고 승리도 지켰다.

수원 삼성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17분에 터진 권창훈의 귀중한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두 차례 수원 더비를 모두 이긴 수원 삼성은 경기를 잘 치르고도 막판에 실점하면서 승점 3을 놓친 최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수원 삼성 선수들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 2016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긴 뒤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 삼성은 지난 5월 14일 수원FC와 첫번째 수원더비에서 2-1로 이긴 이후 최근 8경기에서 1승 3무 4패에 그치며 10위까지 밀렸다. 수원 삼성 팬들은 구단 버스를 둘러싸고 항의까지 했다. 팬심(心)이 등을 돌렸다. 서정원 감독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에 머리를 감싸쥐어야만 했다.

수원 삼성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 아니, 스트레스를 넘어서 이젠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결국 서정원 감독의 요청으로 심리 전문가들을 초빙해 상담까지 받아야만 했다.

◆ 지키기 대신 이젠 멀티골로, 서정원 감독의 생각 전환

서정원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차라리 경기를 너무 못해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수긍하겠는데 경기 내용은 괜찮으면서도 후반 막판 골을 내주면서 계속 승리를 놓치니 힘들다"며 "원인을 분석해보니 선제골을 넣고도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추가골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결국 상대 팀에 역전의 빌미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경기를 분석해도 서정원 감독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난 2일 울산 현대전에서 상대 자책골로 1-0으로 앞서고도 후반 추가시간에 2골을 내주며 2-1 역전패를 당한 것이 단적인 예다. 수원은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조나탄 등을 앞세워 추가골을 노렸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계속 놓치면서 끝내 울산에 역전패했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 2016 K리그 클래식 홈경기를 앞두고 긴장된 표정으로 벤치를 지키고 있다.

서정원 감독은 지키는 축구 대신 공격축구를 해법으로 내세웠다. 지키기를 포기한 것은 이미 지난 울산전에서도 나왔다. 1-0으로 앞서있던 후반 19분과 후반 27분 각각 조동건과 이상호를 빼고 조나탄과 염기훈을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하지만 당시 서정원 감독은 마지막 유혹을 피하지 못했다. 후반 44분 1골을 지키기 위해 권창훈을 빼고 수비자원 연제민을 투입한 것이 화근이 됐다. 울산의 파상공세에 결국 추가시간 2실점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아야 했다.

이를 위해 서정원 감독은 아예 벤치에 조동건과 김건희 등 2명의 공격 자원을 앉혀뒀다. 후반에 모두 투입하겠다는 의도였다. 서정원 감독은 "조동건과 김건희를 벤치에 앉혀둔 것은 후반에 공격의 고삐를 더욱 조이기 위함이다. 조나탄의 컨디션이 좋으면 두 선수를 내보내 스리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나탄이 후반 45분 김건희와 교체되면서 서정원 감독이 생각했던 스리톱은 나오지 않았지만 조동건과 김건희를 동시에 후반 교체하면서 공격의 고삐를 조인 것이 오히려 수비적으로는 안정을 가져왔다. 이미 위부터 수원FC의 공격을 압박, 기회 자체를 차단했다. 수원FC는 후반에 고작 단 2개의 슛에 그쳤다.

이에 대해 서정원 감독은 "조동건과 김건희 등 큰 선수가 들어와 앞에서 먼저 저지를 해주니 수원FC가 올라서지 못했다"며 "물론 뒤에서 문제가 크게 생길 수도 있었지만 아예 전방에서 상대가 킥을 때리지 못하도록 주문했다. 그것이 잘 먹힌 것 같다"고 밝혔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수원 삼성 권창훈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 2016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활동범위 넓은 고승범의 활용, 중원을 휘저었다

이날 서정원 감독은 조동건, 김건희라는 투톱 자원 외에 공격형 미드필더 고승범을 내세웠다. 고승범은 올림픽대표팀으로 차출될 권창훈의 빈 자리를 메울 카드로 일찌감치 서정원 감독이 점찍은 선수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5월 11일 경주한국수력원자력과 축구협회(FA)컵 경기 때 고승범을 선발로 내세웠는데 데이터 분석업체에서 고승범의 활동거리를 14.5km로 가져왔더라"며 "잘못된 분석자료인줄 알고 업체에 다시 뽑아달라고 얘기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14.5km가 맞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고승범은 비록 후반 41분 권창훈을 대신해 교체해 추가시간 6분을 포함해 9분여만 뛰었지만 중원 이곳저곳을 누볐다. 그만큼 활동범위가 넓다는 뜻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수원FC 공격력의 위축을 불러왔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고승범 같은 어린 선수들이 팀에 활력소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고승범은 짧지만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쳤다.

지키기 유혹에 빠지면 오히려 수비가 뒤로 물러서 상대 팀에 역공을 당할 위험성이 커진다. 서정원 감독은 그 유혹에서 벗어나 공격 성향이 강하고 활동 범위가 넓은 조동건, 김건희, 고승범을 활용해 전방 압박을 한 것이 효과를 봤다.

서정원 감독은 "우리 선수들도 트라우마에 빠지지만 계속된 역전패나 무승부를 통해 나 자신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어떠한 어려운 경우가 있더라도 내 스타일은 절대로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은사인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도 그렇게 가르쳤고 내가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었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앞으로는 흔들리지도, 물러서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수원 삼성 고승범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 2016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후반 41분 교체 투입된 뒤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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