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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0년 전 황우석 사건 현재로 불러낸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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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0년 전 황우석 사건 현재로 불러낸 '제보자'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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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임순례 감독의 신작 ‘제보자’가 16일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제보자'는 10년 전 대한민국 사회를 들썩인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모티프 삼아 만들어졌다. “본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으나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픽션임을 밝힙니다”라는 설명이 붙었으나 누가 보더라도 황우석 박사 사건이 영화 전편을 관통함을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10년 전 사건을 2014년으로 이동시켰을 때 현실과 더 잘 어울리며, 울림이 크다는 것이다.

 

영화는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 박사(이경영)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해오던 심민오 팀장(유연석), 심 팀장으로부터 줄기세포 논문 조작 제보를 받은 방송사 탐사프로 ‘PD추척’의 윤민철 PD(박해일)의 진실 추적 과정을 담고 있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연출했던 임순례 감독은 이번에도 무서운 뚝심으로 주제를 파고든다. 영화에 반복해 등장하는 “진실이냐 국익이냐”는 대한민국 사회 내부에 똬리를 튼 무시무시한 가치판단 잣대다. 이렇듯 진실과 국익을 형식논리로 양분해버리는 ‘후진’ 사회의 이면을 임 감독은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장환 박사의 연구결과에 도취돼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어버린 언론,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사실 은폐·진실 조작에 나서는 국가권력,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으며 이에 반하는 세력에 대해 마녀사냥을 하는 광기에 사로잡힌 대중은 익숙해져버린 풍경이라 가슴을 짓누른다. 반면 심팀장과 윤PD 그리고 ‘PD 추적’ 방송을 강행하려는 방송사 국장·팀장은 진실이 훼손되는 현실을 바로잡으려 고군분투한다.

 

‘제보자’에는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 팩트를 탐사하는 언론인의 집요한 투쟁이라는 서사가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법 없이 집중력 있게 전개된다. 모두가 원치 않는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싸움인지, 어떠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드러나고야 마는 진실의 힘을 오롯이 전달한다.

‘제보자’는 관객으로 하여금 줄기세포 조작을 밝히는 한 편의 시사 프로그램 제작 과정의 한 가운데 있는 느낌을 선사한다. 발로 뛰며 증거를 모으고, 여러 인물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기분이 든다.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과 다양한 앵글 및 커트, 속도감 있는 전개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중간중간 고개를 내미는 위트 있는 대사와 ‘PD수첩’이 연상되는 ‘PD추적’과 같은 표현은 웃음을 유발한다. “이 무모한 싸움은 대한민국 그 누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안돼요“ ”의혹이 있으면 취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등 주제의식을 함축한 간결한 몇몇 대사는 쉬 잊히질 않는다.

똘망똘망한 이미지의 박해일은 외압에 물러서지 않는 집념의 윤민철 PD 역과 잘 어울린다. 디테일을 잘 살려낸 그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매력적인 중저음 발성의 유연석은 한 아이의 아빠이자 용기 있는 제보자 심민호를 맡아 내면의 갈등을 절제된 연기로 소화한다. 가장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장환 박사를 연기한 이경영은 내공이 깃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나 박사의 이중적 캐릭터를 좀 더 극명하게 표현했더라면 극적인 재미가 배가됐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연 권해효 박원상 류현경의 넘치거나 부족함 없는 정량 연기는 꽤 좋다. 러닝타임 113분. 10월2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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