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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피지전 대승에도 중요한 한국 리우올림픽축구 '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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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피지전 대승에도 중요한 한국 리우올림픽축구 '오답노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05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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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빠른 템포 살리지 못해 황희찬 고립…공격 2선 스피드 살아난 후반 7골 맹폭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전반 내용만 놓고 보면 역대 올림픽 사상 최강의 공격진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후반은 합격점이었다. 추가시간까지 48분 동안 7골을 넣었다.

한국은 5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남자 C조 리그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과 멀티골을 넣은 권창훈(수원 삼성), 석현준(FC포르투), 페널티킥골을 신고한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의 릴레이골을 묶어 8-0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피지전을 통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0년 만에 1차전 승리를 따냈을 뿐 아니라 1948년 런던 대회 멕시코전 5-3 승리 이후 68년 만에 한 경기 최다골 기록을 깼다. 또 류승우는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 스피드 죽은 전반, 황희찬은 고립되고 류승우만 홀로 분전

기대했던대로 8-0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분명 복기할 것은 있다. 한국의 목표는 피지전 대승이 아니라 독일과 멕시코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제치고 8강에 올라 4강 그리그 그 이상으로 가는 것인만큼 '오답노트'는 필요하다.

일단 피지가 워낙 약체이다보니 수비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문제는 한국이 자랑하는 공격력이었다.

한국은 추가시간 1분을 포함해 전반 46분 동안 단 1골에 그쳤다. 피지 수비는 아래로 물러서긴 했지만 헐거웠다. 충분히 한국의 공격력으로 제치고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전반 32분 류승우의 한 골에 그쳤던 것은 템포 실종이었다.

한국은 전반 74-26 정도로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갔다. 사실상 경기를 일방적으로 주도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피지의 느린 템포에 말리면서 함께 스피드가 떨어졌다. 스피드가 떨어지고 움직임이 둔화되니 패스할 곳을 찾지 못했다. 최전방 황희찬(잘츠부르크)는 자연스럽게 고립됐다. 황희찬은 전반 내내 제대로 공을 잡아보지 못했다.

결국 풀어줘야 할 곳은 공격 2선이었다. 그러나 문창진(포항), 권창훈 등 공격 2선의 스피드도 함께 떨어졌다. 그나마 맹활약했던 선수가 류승우였다. 류승우는 권창훈의 어시스트를 받아 선제 결승골을 넣었을 뿐 아니라 비록 문창진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전반 39분 상대 파울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 공격 2선 유기적인 움직임, 독일-멕시코전에서도 다시 한번

신태용 감독이 원했던 공격 2선의 움직임은 후반에서야 나타났다. 황희찬은 여전히 득점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전반보다 공을 잡는 빈도가 높아졌다. 또 류승우, 문창진, 권창훈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무더기 골을 뽑아냈다. 이날 류승우는 3골 1도움, 권창훈은 2골 1도움, 문창진은 2도움을 기록했다.

권창훈이 나가고 손흥민이 들어온 이후에도 공격 2선의 스피드는 여전히 살아났다. 전반보다 훨씬 빠른 템포로 피지를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템포를 조금만 더 올리니 피지의 수비는 추풍낙엽과 같았다. 전반부터 진작에 보여줬어야 할 무브먼트였다. 전반부터 빠른 움직임을 가져갔다면 8골이 아니라 두 자리 골도 충분히 기록할 수 있었다.

한국은 오는 8일과 11일에 각각 맞붙을 독일과 멕시코의 방어벽은 피지의 수비보다 훨씬 탄탄하고 강력하다. 피지와 달리 190cm 장신 수비수가 즐비하고 세트 플레이에도 능하다.

독일과 멕시코의 첫 경기에서도 드러났듯 두 팀은 모두 탄탄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바탕으로 빌드업 전개가 뛰어나다. 서로 2실점씩 하긴 했지만 이는 수비 조직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공격력이 한국 못지 않게, 아니 한국보다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피지전 전반처럼 템포가 살아나지 않고 중원을 장악당한다면 역대 최강의 공격력이 무색해진다. 공격 2선에서 빠른 스피드와 유기적인 움직임이 있어야만 독일과 멕시코의 수비도 제치고 득점까지 성공할 수 있다.

또 양쪽 풀백의 오버래핑도 더없이 중요하다. 한국이 8-0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이슬찬(전남)과 심상민(서울 이랜드)의 오버래핑과 크로스는 기대 이하였다. 양쪽 풀백에서 상대 수비를 괴롭혀주지 못하면 최전방은 물론 공격 2선도 고립될 수밖에 없다. 양 풀백의 오버래핑은 공격 2선의 측면 공격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수비 조직력을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피지전에서 최규백(전북 현대)이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를 받아 카드 관리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독일, 멕시코의 공격력은 피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수비에서 집중력을 더욱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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