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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포스트 장미란'의 발견, 손영희 인상 강해지면 내일은 창대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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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포스트 장미란'의 발견, 손영희 인상 강해지면 내일은 창대하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15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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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급 6위…최중량급 대 이을 선수로 성공적인 세대교체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손영희(23·부산역도연맹)가 아쉽게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포스트 장미란'의 가능성을 보이며 한국 유도의 밝은 내일을 열었다. 한국 역도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데 실패했지만 손영희의 발견으로 성공적인 세대교체 가능성을 확인했다.

손영희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루 파빌리온 2에서 벌어진 리우 올림픽 역도 여자 75kg 이상급에서 인상 118kg, 용상 155kg로 합계 273kg을 기록, 종합 6위를 차지했다.

손영희는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일찌감치 장미란의 뒤를 이을 최중량급 역사(力士)로 기대를 모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4위를 차지한 손영희는 당장의 올림픽보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경쟁력을 길러가고 있다.

올림픽 데뷔무대에서 비록 6위에 그쳤지만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메달권에 도전하느라 용상에서 중량을 올리다가 실패한 때문이었다. 아직 합계 300kg을 넘기기엔 갈 길이 멀지만 세계 정상권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본 올림피아드다.

◆ 장미란의 빈자리는 컸다, 그래도 손영희가 있다

75kg 이상급에서 2004년 은메달, 2008년 금메달을 수확한 뒤 2012년 런던 올림픽(4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장미란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장미란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에 바로 그 공백을 메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포스트 장미란'으로 손영희가 소리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2007년 전국소년체전에서 당시 덕포여중 2학년이었던 손영희가 여중부 75kg급에서 인상, 용상, 합계 3관왕에 오르며 미래의 최중량급 역사로 기대를 모았다. 손영희는 장미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2008년 소년체전을 통해 2년 연속 3관왕에 올랐다. 이미 부산에서는 손영희가 곧 '장미란'이었다.

손영희가 이처럼 역도에서 재능을 보였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던 덕분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바벨을 잡은 손영희는 덕포여중에서 본격적으로 기량을 발전시켰다. 당시 역도부 코치가 아버지의 후배였기 때문에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됐다.

특유의 쾌활한 성격도 손영희를 더욱 발전시켰다. 부산에너지고 3학년 때 어깨 부상으로 어깨막을 감싸는 수술을 받았지만 쾌활한 성격으로 부상 치료와 재활을 잘 견뎌냈다.

부산에너지고를 거쳐 부산역도연맹 실업팁의 창단 멤버가 된 손영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나타냈다. 인상 120kg와 용상 162kg을 들어올리며 합계 282kg로 4위에 올랐다. 메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21세 선수로서는 최고의 성적이나 다름 없었다.

이후에도 손영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인상 118kg, 용상 155kg를 들어 합계 273kg로 종합 7위에 올랐다.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가 합계 333kg로 무려 60kg 차가 있었지만 손영희의 미래를 가늠해보기엔 충분했다. 장미란도 손영희를 주목했다.

◆ 인상 자세 수정후 기록 성장, 이희솔과 최중량급 '투톱'

리우 올림픽에서 내심 메달권을 바라보긴 했지만 아직까지 합계 300kg 고지를 돌파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윤석천 역도대표팀 감독은 "인상에서 자세를 수정한 뒤 기록이 높아졌다"며 내심 메달을 기대하긴 했지만 이보다는 올림픽 경험을 쌓는 것이 1차 목표였다.

그런 손영희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세계랭킹 1위인 카시리나가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허된 것.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빠진 것은 손영희의 순위가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분명 기회였다.

하지만 손영희가 인상에서 자신의 기록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2차 시기까지 118kg을 들어올렸지만 3차 시기에서 121kg을 실패하면서 용상이 부담됐다. 손영희는 사라 엘리자베스 로블레스(미국), 사이마 하리디(이집트)와 동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 위해 2차 시기에서 162kg로 승부수를 던졌다. 162kg는 아시안게임에서 들어올렸던 무게였다.

그러나 손영희는 균형을 잃으면서 바벨을 놓쳐 162kg을 들어올리지 못했고 3차 시기 166kg로 중량을 높여 승부를 걸었지만 실패하면서 6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래도 손영희로서는 값진 경험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이희솔(27·울산광역시청)과 함께 여자 최중량급 '투톱'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이희솔이 어느덧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라고 한다면 네살 어린 손영희가 '포스트 장미란'으로 더욱 커나갈 수 있다.

앞으로 손영희에게 중요한 것은 인상에서 기량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아직까지 자세가 불안정해 인상 기록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160kg가 넘는 용상 기록을 170kg 이상으로 높이고 인상까지 보완한다면 충분히 300kg에 도달할 수 있다.

300kg를 넘긴다면 세계 최정상급으로 인정받는다. '포스트 장미란'이 아니라 손영희라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한국 역도사에 아로새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리우에서 그 가능성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손영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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