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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더욱 심각해진 좌우 풀백 문제, 시리아 꺾지 못한 '녹슨 한국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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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더욱 심각해진 좌우 풀백 문제, 시리아 꺾지 못한 '녹슨 한국 공격'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9.07 0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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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백 시스템에서 좌우 측면 수비의 활발한 오버래핑이 관건…오재석-이용 부진으로 공격 2선-최전방까지 악영향 도미노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 좌우 풀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좌우 풀백은 포백 시스템에서 상대팀의 측면 돌파를 막아내는 역할 외에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 2선과 최전방 공격에 힘을 더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게 안된다. 갈수록 삐걱거린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의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시리아와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볼 점유율 6-4 이상의 압도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제대로 풀아가지 못하면서 득점없이 비겼다.

한국은 지난해 8월 9일 북한과 동아시아축구연맹(EFF) 동아시안컵에서 0-0으로 비긴 이후 13개월 만에 무득점 무승부를 거뒀다. 이와 함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포함해 9경기 연속골과 9연승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혹자는 시리아의 침대축구에 말린 결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이 이른 시간 골을 넣었다면 시리아의 침대축구도 없었다. 시리아로서는 A조에서 이란 다음으로 FIFA 랭킹이 높은 한국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면 '대박'이고 무승부만 해도 성공이었다. 그렇기에 시리아의 침대축구는 한국이 자초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 잃어버린 좌우 풀백을 찾습니다, 남은 1개월의 숙제

문제는 아직까지도 한국 축구대표팀이 좌우 풀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두리의 은퇴와 함께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의 경기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한때 강점이었던 좌우 풀백은 단숨에 약점이 되고 말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광저우 푸리)에게 오른쪽 풀백을 맡겨봤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에서 더욱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에게 활발한 오버래핑을 기대하기란 무리였다.

이 때문에 원래 오른쪽 풀백인 오재석(감바 오사카)을 왼쪽으로 돌리고 시리아전에서는 이용(상주 상무)를 기용해봤지만 오히려 중국전보다 못했다. 중국전에서는 그마나 활발한 오버래핑을 보여줬던 오재석은 시리아전에서 허둥대는 장면만 연출하며 전혀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과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용 역시 오버래핑을 보여주지 못했다.

좌우 풀백은 포백 시스템에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다. 상대의 측면 공격을 막아내는 저지선 역할도 해야 하지만 앞선의 측면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공격도 지원해야 한다. 좌우 풀백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공격 2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무용지물이다.

공격 2선에서 제대로 활약해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세계 최고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라고 하더라도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혹자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경기력 부족을 지적하지만 그 자리에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를 가져다 놓아도 소용이 없다. 물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처럼 개인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공격수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이런 스트라이커를 바라기란 무리다.

슈틸리케 감독은 앞으로 남은 1개월 동안 좌우 풀백을 다시 찾아야 한다. 장현수나 오재석, 이용만으로는 안된다. 다행히 홍철(수원 삼성)이 부상에서 회복해 경기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홍철은 오히려 너무 공격적이어서 가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기도 하는 선수다. 수비의 안정감만 보완된다면 홍철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오재석도 자신의 원래 위치인 오른쪽 풀백으로 복귀할 수 있다. 또 K리그 클래식에는 좌우 풀백으로 뛸만한 자원이 없지 않다. 자세히 경기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신데렐라'를 발굴해낼 수도 있다.

◆ 유럽파도 깨지 못한 시리아 침대축구, 역시 손흥민이 있어야?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이 현재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서 한발 밀려나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표팀에는 손흥민처럼 제대로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지동원과 이청용은 서브에 가깝고 그나마 구자철이 있을 뿐이다. 시리아전에서는 손흥민이 없는 공백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문제는 손흥민의 빈자리를 어느 누구도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을 왼쪽으로 기용하면서 이재성을 오른쪽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했지만 힘이 떨어졌다. 오히려 이럴 때는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일찌감치 원톱으로 기용하고 지동원을 왼쪽으로 내보내는 편이 나았다. 손흥민 공백에 유럽파도 시리아 침대축구를 깨지 못했다.

또 황의조(성남FC)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대표팀에 든 것에만 만족해야 했다. 황의조가 대표팀 훈련 도중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황의조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이라도 다시 불러왔어야 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팀 적응을 이유로 끝내 차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조금 더 경험이 많은 선수들에게 눈길을 돌릴 필요도 있다. 석현준이나 이정협(울산 현대), 황희찬, 지동원, 황의조로도 성이 차지 않는다면 K리그 클래식에서 새로운 공격수를 찾아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원톱의 역할이 지금의 지동원과 같다면 박주영(FC 서울)의 차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박주영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데얀, 아드리아노와 함께 '아데박 트리오'를 이루며 FC 서울의 공격력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박주영 외에도 박기동(전남), 양동현(포항) 등 테스트해볼 선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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