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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푸른 바다의 전설'의 기억상실 키스와 '별에서 온 그대'의 목숨을 건 키스, 박지은 작가의 순정만화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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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푸른 바다의 전설'의 기억상실 키스와 '별에서 온 그대'의 목숨을 건 키스, 박지은 작가의 순정만화 감성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1.2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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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일상에서 '키스'란 사랑의 시작을 의미하는 달콤하고도 아름다운 순간이지만, '별에서 온 그대'에서 '푸른 바다의 전설'로 이어지는 박지은 작가의 판타지 멜로에서는 '키스'란 사랑의 시작 이상의 중요한 의미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23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연출 진혁) 3회에서는 인어 세화(전지현 분)가 바다에 빠진 허준재(이민호 분)에게 하는 '인어의 키스'를 통해 '별에서 온 그대'와는 또 다른 '키스'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인어 세화(전지현 분)는 물에 빠진 허준재(이민호 분)에게 인어의 키스를 함으로써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지운다. [사진 =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방송화면 캡처]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과 이민호의 키스는 사실 수백년 전인 조선시대에 이미 처음 이루어졌다. 인어 세화(전지현 분)는 어른이 되기 전 아직 어린 아이 인어이던 시절(신은수 분) 허준재(이민호 분)의 전생인 어린 김담령(진영 분)을 만나 인간과 인어라는 종족을 초월해 사랑에 빠졌다. 

신은수는 어른 인어가 되면 다리가 생겨 사람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진영은 조선시대답게 신은수가 어른 인어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정략결혼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진영은 첫날 밤 그대로 신부를 두고 바다로 달려와 신은수를 만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졌고, 신은수는 진영을 위해 진영에게 '인어의 키스'를 선사한다. 

'인어의 키스'란 인어와 인간이 키스를 하면 인어와 관련된 기억이 지워지게 되는 것. 훗날 현령이 되어 사람들에게 사로잡힌 인어 세화(전지현 분)를 구하게 된 김담령(이민호 분)은 인어와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바로 이야기 속의 소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인어의 키스'는 다시 현재로 이어진다. 전지현은 바다에 빠진 이민호에게 키스를 했고, 이민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에도 전지현과 관련된 것만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키스'란 분명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시작하고 약속하는 의미를 지녀야 하지만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사랑의 증표가 되어야할 키스가 오히려 기억이 지워지는 이별의 징조가 되어 버렸다.

이처럼 '키스'라는 연인들의 일반적인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박지은 작가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박지은 작가는 여러 면에서 '푸른 바다의 전설'과 평행이론을 보이고 있는 전작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키스'에 이처럼 중대한 의미를 부여해 긴장감을 만들어낸 바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수백 년을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안하무인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그리고 '별에서 온 그대'에서 '키스'란 김수현에게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매우 중차대한 사건이다. 외계인인 김수현은 타인의 타액이나 혈액이 자신의 몸에 들어올 경우 초능력을 잃거나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은 전지현과의 사랑을 키스를 통해 증명해 낸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인간사를 방관하며 수백 년을 살아온 외계인이 자신의 모든 능력과 심지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 이 순간의 사랑을 선택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외계인인 도민준(김수현 분)은 키스를 통해 인간의 타액을 교환하면서 초능력을 잃거나 심하게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송이(전지현 분)에게 목숨을 걸고 키스를 한다. [사진 = 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

'별에서 온 그대'와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보이는 박지은 작가의 '키스'에 대한 남다른 설정과 집착은 순정만화 속 여주인공을 동경하는 박지은 작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할리퀸 로맨스'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서구권의 멜로나 로맨스는 키스는 물론 원나잇 정도까지도 모르는 남녀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범위임을 상정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의 순정만화에서는 언제나 남녀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종착점이 바로 키스와 포옹이다. 

그렇다고 박지은 작가가 그동안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남녀 주인공이 모든 갈등을 극복하고 키스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그런 식상한 결말을 선택할 리도 만무하다. 그래서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키스'에 초능력의 상실, 기억의 상실과 같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 오히려 시청자들이 두 주인공이 키스 대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다른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인간과 인어의 사랑, 인간과 외계인의 사랑. 그리고 목숨을 건 키스와 기억을 건 키스.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가 한류를 겨냥한 뻔한 드라마라는 지적 속에서도 여전히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일상적이지 않은 것을 일상으로 끌고 들어오고, 키스라는 연인 사이의 일상적 이벤트를 오히려 비일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일 것이다. 그리고 이 발상의 전환은 바로 박지은 작가 특유의 순정만화 감성이 빚어낸 고민의 산물임은 물론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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