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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최형우 올해의 선수, 실로 늦게 핀 꽃들이 아름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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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최형우 올해의 선수, 실로 늦게 핀 꽃들이 아름답도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2.0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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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구자욱도 군전역 후 신인왕, 이후 KBO 톱 클래스로 성장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젠 ‘KIA 타이거즈맨’이 된 최형우(33)가 2일 KBO리그 동료 선수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 영예를 안았다. 프로 입단 후 6년 만에 늦깎이 신인왕을 차지한 이후 최형우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중고신인'으로서 신인왕을 차지해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은 최형우만의 사례가 아니다. KBO 신인왕 타이틀은 2008년 최형우 이후 올해 신재영(넥센)에 이르기까지 9년 연속 중고신인 품에 돌아갔다.

▲ 최형우가 2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주최한  '2016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선수상 을 받았다.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는 현역선수들이 직접 선정하는 시상제로 2013년 제정됐다. 최형우는 최종 후보 김태균(한화), 양현종(KIA), 장원준(두산)을 제치고 2016 KBO 최우수선수(MVP) 2위의 한을 풀었다.  [사진=스포츠Q DB]

신인왕 자격은 입단 5년 이내 투수는 30이닝 이하, 타자는 60타석 이내로 들어선 선수에 적용된다. 입단 후에도 제대로된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신인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 포수로 입단한 최형우는 이후 4시즌 동안 6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결국 2005년에는 방출의 아픔까지 겪었다.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던 최형우는 상무에 지원했지만 탈락한 뒤 새로 창단한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경찰에서 병역 의무를 다하는 동안 외야수로 전향한 최형우는 2007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에서 타격 3관왕(타율, 타점, 홈런)에 오르며 존재감을 알렸다.

2008년 다시 삼성에 부름을 받았고 타율 0.276, 19홈런 71타점으로 KBO 신인왕을 차지했다. 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만큼 더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성공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일까. 최형우는 2008년부터 9시즌 동안 타율 0.319에 314홈런, 911타점을 기록하며 KBO리그의 대표 타자가 됐다. 

그리고 올해 최형우는 KBO MVP는 테임즈에게 밀려 버금자리에 그쳤지만 동료들의 선택으로 올해의 선수상까지 수상하며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뜻깊게 마무리하게 됐다.

신인왕은 최근 9년 연속 중고신인의 차지였지만 그 중에서도 최형우와 가장 비슷한 도약의 주인공은 양의지(두산)와 구자욱(삼성), 신재영(넥센)이다. 이들 모두 입단 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군 입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 케이스다. 이후 한껏 날아오르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006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양의지는 2007년 단 3경기에 출전한 뒤 시즌을 마치고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이후 폭풍성장한 양의지는 전역 후 2010년부터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꿰찼다. 신인 포수로서는 최초로 20홈런을 날리며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승승장구한 양의지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지난 시즌까지 2연속 포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양의지는 올해도 강력한 후보다.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12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 역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최형우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신인으로서 자리를 잡지 못한 구자욱은 2013년 이후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다. 역시나 군 복무는 신의 한수가 됐다.

2014년 구자욱은 타율 0.357로 2군 남부리그 타격왕에 올랐고 그 기세는 2015년에도 이어졌다. 전역한 구자욱은 지난해 타율 0.349에 11홈런 57타점 97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역대 최고 타율의 신인왕에 올랐다. 올해에는 한층 성장한 경기력을 보이며 타율 0.343, 14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신인왕을 차지한 넥센 투수 신재영은 총 465점 만점에 453점을 받아 아쉽게 만장일치 신인왕 수상을 놓쳤다. 15승 7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기량이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12년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신재영은 이듬해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신재영은 기량을 끌어올린 후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오랜 시련을 잘 견뎌낸 신재영은 ‘면도날 제구력’을 잘 살려 넥센 올해의 최고 선수로 손꼽힐 정도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내년 시즌도 올해와 같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낙관론이 우세하다. 파워피처가 아닌 제구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형우, 양의지, 구자욱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군 복무를 마치고 늦깎이 신인왕에 오른 선수들이 한결 같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볼 때 내년 시즌 활약에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 보인다.

선수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에 뽑힌 최형우는 명실상부 KBO리그 최강 타자로 발돋움했다. 대형 신인선수들이 입단 이후 좀처럼 자리를 못잡는다면 군, 경찰 입대로 활로를 찾은 게 구단이나 선수 모두 고려해봐야 할 선택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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