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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판교추락사고, 20년간 이어진 공연장 안전불감증 '예고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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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판교추락사고, 20년간 이어진 공연장 안전불감증 '예고된 참사'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17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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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포미닛 등이 참여한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PAN을 펼치다' 콘서트 도중 환풍시설이 붕괴하면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안전사각지대에서 일어났다. 20여 년간 이어진 공연장 사고 사례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발생한 '예고된 인재'였다. 관객통제 등과 관련한 안전조치 미흡, 관련한 안전 법규 미비, 관객의 부주의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판교=스포츠Q 이상민 기자] 17일 오후 5시께 환풍구 추락 참사가 벌어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 광장 현장. 심야 시간에 경찰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7일 오후 5시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에서 포미닛 콘서트 도중 환풍시설 위에서 공연을 보던 관람객 27명이 한꺼번에 추락했다.

현재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 [사진=경기소방서 제공]

이날 사고를 당한 관객들은 콘서트 장면을 더 잘 보기 위해 지하주차장 환풍구 위로 올라갔다가 덮개가 아래로 내려앉으며 20m 아래로 추락했다.

이번 사고는 안전사각지대에서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참사였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장 대형 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안전조치는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992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미국 팝 그룹 '뉴키즈 온더 블록'의 공연 도중 공연장 뒤쪽 소녀팬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나오다 60명 중경상을 입은 사고를 시작으로 ▲1995년 대구 시민운동장사고(8명 부상), ▲1996년 구 우방타워 잔디 광장 사고(1명 사망, 5명 중경상), ▲1998년 전남 순천시 연향동 체육관 사고(2명 실신, 10여 명 부상), ▲2002년 대구시 두류공원 한가위 효 콘서트 사고(4명 부상), ▲2004년 충북 청주시 청주대 종합운동장 개교 기념 공연사고(13명 부상), ▲2005년 성남시 분당구 한 여고 체육관 케이블 방송 녹화 사고(10여 명 부상) 등이 일어났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대형 안전사고는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시 상주시민운동장 직 3문 출입구에서 MBC '가요콘서트'를 관람하려고 입장하던 시민 5000여 명 중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져 11명이 숨지고 110명이 부상을 당한 사고였다.

▲ [사진=경기소방서 제공]

이처럼 크고 작은 공연장 사고는 시대가 지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지지만 곧바로 잊혀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지금까지도 안전 관리 요원 확충과 강력한 규제를 담은 안전관리 지침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 주최자들은 치밀한 안전조치보다는 흥행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한 가요계 소속사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공연장에 투입되는 안전 관리 요원은 국외 대형 콘서트에서 배치된 인원의 반도 안되는 현실이라며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공연에서도 안전 요원들은 숫자도 부족했고 공연장 인근의 환풍구에 올라서 있는 관객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 공연장과 달리 관객 통제가 어려운 야외 공연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위험시설인 환풍구에 대규모 관객이 올라가 있는 것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하는 등 사전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류 열풍이 일어날 정도로 K-POP의 인기가 국제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일어난 이번 참사는 우리나라 공연문화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고여서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앞으로 공연장 안전 관리 수칙과 통제에 대한 강력한 법적 장치 마련과, 공연 주최자는 물론 관객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우선 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사고는 계속해 이어질 수 있다. 확실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 [사진=경기소방서 제공]

공연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공연장 분위기가 공연장 안전 관리 수칙과 관련한 규제는 처벌이 매우 미약한 실정이라 공연 주최자들은 흥행에만 집중하고 안전 관리 부분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사고는 또 재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PAN을 펼치다' 콘서트는 경기도청과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등이 주최한 공연 축제였다. 포미닛 외에도 가수 정기고, 걸그룹 티아라 등의 출연이 예정돼 있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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