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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논점] 오리온-SK '첫 송구영신 매치', 기대와 걱정이 맞물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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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논점] 오리온-SK '첫 송구영신 매치', 기대와 걱정이 맞물리는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2.31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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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붐 조성 계기, 선수들 컨디션 관리-교통편 문제 해결은 숙제로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왜 그리스는 축구를 새벽에 하나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한 연예인이 제기한 의문이다. 시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생긴 해프닝이었지만 이 말이 현실이 됐다. 고양 오리온과 서울 SK가 아닌 밤중에 경기를 펼친다. 송구영신 매치다. 병신년을 보내고 정유년을 맞는 고양의 '별밤의 경기'다.

31일 고양체육관에서는 오리온-SK의 매치업으로 한국프로농구(KBL) 사상 처음으로 밤 10시 경기가 열린다. 국내 스포츠에서 종목을 불문해 최초의 시도. 만일 연장에 돌입한다면 프로야구처럼 1박 2일 경기가 펼쳐질 수도 있다.

▲ 고양 오리온과 서울 SK가 31일 밤 10시 고양체육관에서 2016~2017 KCC 프로농구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송구영신 경기로 경기 후 새해 맞이 카운트다운도 함께 진행된다. [사진=KBL 제공]

농구 붐 조성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경기 오리온-SK전이다. 각종 이벤트를 곁들여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신선한 시도에 농구계는 물론이고 국내 스포츠계 전체가 오리온과 SK의 심야경기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 새해맞이의 명소는 따로 있다. 보신각과 정동진, 혹은 집에서 각종 시상식을 보며 가족들과 함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게 가장 흔한 송구영신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농구장이 추가된 것이다. 

이날 고양체육관에서는 오리온-SK 경기를 마치고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한다. 연장에 돌입하게 된다면 심판 재량으로 경기를 중단하고 새해맞이 이벤트를 진행한다.

국내 프로야구는 자정을 넘긴 경기가 이따금씩 있었다. 정규이닝을 모두 마쳐야 끝나는 야구의 특성상 점수가 많이 나고 연장까지 돌입하다보면 경기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여름 낮 시간이 긴 스페인은 프로축구 경기가 간혹 오후 9시나 10시에 열리기도 한다. 200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밤 10시 45분에 치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온-SK 심야경기처럼 모두 ‘송구영신’의 의미가 들어간 경기는 아니었다.

오리온-SK '별밤 경기'에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참신한 발상에 농구팬들은 깊은 관심을 나타냈고 오리온과 SK 경기의 사전 예매 티켓 2800장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상민(현 서울 삼성 감독)과 문경은(현 서울 SK 감독) 등이 오빠부대를 이끌고 한국프로농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때와 지금은 매우 달라졌다.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이번 오리온-SK 경기는 농구 열기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KBL이 발벗고 나선 노력의 일환이다.

추일승 고양 감독과 문경은 SK 감독은 이에 적극 공감했고 고양시는 관중들의 귀가를 돕기 위해 버스를 연장 운행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오리온과 SK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팬들에게 증정할 각종 기념품 등을 지원하며 첫 심야경기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바라고 있다.

팬들이 반응이 좋다면 KBL은 ‘송구영신 경기’를 연례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오리온-SK 매치에 반향이 좋을 경우는 KBL의 독특하고 새로운 송년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

다만 걱정과 아쉬움 몇 가지가 뒤따르기도 한다. 우선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대한 부분이다. KBL에서 가장 늦은 점프볼 시각은 오후 7시다. 야구나 축구처럼 날씨나 주변 환경의 영향도 적어 경기시간이 지연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프로 선수들은 루틴을 중시하기 때문에 경기시간 변경으로 인해 식사시간, 취침시간 등의 변화에도 민감할 수가 있다.

팬들의 관점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고양시가 버스 교통편을 연장 운행하기로 했지만 다양한 목적지에 대한 답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고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팬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점이다.

오리온팬들만을 위한 축제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SK팬 등 타지에서 경기장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시각이다. 세밑을 농구와 함께 마무리하려던 원정팀 팬들은 아예 경기장으로 나설 엄두도 못내게 된 것이다.

새로운 일을 할 때는 기대되는 효과만큼 걱정도 따르기 마련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처럼 시작도 하기 전에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부족한 점을 채워나간다면 오리온과 SK가 협업해 실험에 나선 ‘송구영신 매치’는 KBL만의 자랑스러운 스포츠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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