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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방송 진행자의 품격에 대한 소고(小考)…'2016 연기대상' 전현무와 이휘재의 상반된 평가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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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방송 진행자의 품격에 대한 소고(小考)…'2016 연기대상' 전현무와 이휘재의 상반된 평가를 보며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7.01.1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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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전현무, 박보검, 김지원('2016 KBS 연기대상'), 김국진, 유이('2016 MBC 연기대상'), 장근석, 민아, 이휘재('2016 SAF SBS 연기대상'), 이휘재, 유희열, 혜리('2016 KBS 연예대상'), 김성주, 전현무, 이성경('2016 MBC 방송연예대상‘), 강호동, 이경규, 이시영('2016 SAF SBS 연예대상'), 박보검, 설현( '2016 KBS 가요대축제'), 김성주, 윤아('2016 MBC 가요대제전'), 유희열, 유리, 백현('2016 SAF SBS 가요대전’). 

2016년 지상파 방송 3사의 연기·연예·가요 대상 진행자들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진행면에서 무난한 평가를 받았고, 예상외로 진행 능력이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는 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고, 예의에 어긋났다는 논란에 휩싸인 사례도 있었다.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매년 화제의 대상이 된다. 한해를 결산한다는 의미에서 누가 어떤 상을 받는지에 대한 관심이 우선시 되지만, 연기자, 개그맨, 가수 등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시상식 참가자들이 레드카펫에서 펼치는 화려한 드레스 코드, 수상자들의 다양한 소감들로 인해 화제를 모은다. 

여기에, 메인 진행자와 시상자들의 면면, 서브 진행자의 활약상 등, 한 자리에 모인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연말 시상식에서만 볼 수 있는 제철의 볼거리다.

'2016 KBS 연기대상' 진행자 전현무 김지원 박보검 [사진= 스포츠Q DB]

서너 시간 동안 진행되는 시상식에서 가장 오랫동안 카메라에 노출되는 인물은 바로 진행자다. 이들은 장시간 동안 프로그램의 흐름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두 달 전부터 이름이 공표되고 집중적인 플래시를 받는다. 

이렇다 보니 시상식에서 비치는 이들의 언행 하나하나는 주목을 받고 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만큼 세간의 비판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번의 삐끗하는 실수, 한 마디의 실언도 좋든 싫든 반응을 피해가기 어렵다.

대표적인 아나테이너로 꼽히는 전현무는 ‘2015 SBS 연예대상’에서 호된 경험을 했고, 올해는 이휘재가 ‘2016 SAF SBS 연기대상’에서 비매너 진행 논란에 휩쓸렸다. 전년도 경험이 약이 된 전현무는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 안정적이고 유쾌한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대중매체는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남녀노소 누구나 접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방송의 내용과 구성요소, 진행자의 면면과 언행은 중요하다. 불편한 내용이나 거친 진행을 선보이면서 꼬치꼬치 따지려면 아예 보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2016 KBS 연예대상' 진행자 이휘재, 혜리, 유희열 [사진= 스포츠Q DB]

방송법 제5조 ‘방송의 공적 책임’, 제6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에는 이같은 원칙이 두루 망라돼 있다. 이 가운데에는 국민의 윤리적·정서적 감정 존중(제6조, 3항), 표준말의 사용(제6조, 3항) 등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제32조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 심의’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이같은 조항을 자세히 명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27조 ‘품위 유지’ 조항에는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고성·고함, 예의에 어긋나는 반말 또는 음주 출연자의 불쾌한 언행 등의 표현’(1항),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5항) 등을 피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 영역은 아나운서가 주로 담당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시사 프로그램과 대형 시상식의 영역까지 유명 연예인들이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다. 아나운서들 조차도 프리랜스를 선언한 ‘아나테이너’들이 속속 등장하며 기존 아나운서의 범주보다는 스타 연예인의 그룹에 더 가까운 성향을 보이고 있다.

'2016 MBC 연기대상' 진행자 김국진, 유이 [사진= 스포츠Q DB]

이같은 흐름은 아나운서 중심의 전통적 진행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정장을 입고 예의 바른 자세로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또박또박 표준말을 쓰며 매사에 깍듯한 존댓말로 진행하는 모습은 이제 정통 뉴스프로그램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편안한 옷차림과 격의 없는 말투에 재치와 유머를 뒤섞어 자연스럽고 친근하고 재미있는 진행자들이 스타덤에 올랐다. 틀에 박힌 듯한 고정적인 진행방식이 아니라 때로는 엉뚱하기까지 한 예측불허의 진행방식이 오히려 더 사랑받는 시대가 됐다.

스타 연예인과 유명 아나테이너들 중심의 진행방식은 ‘친근함’과 ‘즐거움’을 주지만, 때때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통적으로는 금기시됐던 반말투나 속어와 은어 표현들이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언행, 출연자들을 무시하는 듯한 표현들도 이따금씩 등장한다.

짜여진 대본대로 진행하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임기응변식 진행방식이 대세를 이루다 보니, 이제 웬만한 돌출성 발언이나 공격적 표현, 비속어의 사용도 별다른 의식 없이 쓰이고 소비되는 시대가 됐다.

'2016 MBC 연예대상' 진행자 김성주 이성경 전현무 [사진= 스포츠Q DB]

이런 상황은 종종 진행자의 자질 시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별다른 의미없이 재미있게 진행하려고 불쑥 내뱉은 표현이나 말투가 출연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거나 언짢게 하고,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악의 없이 내뱉은 진행자의 언변이 예상치 못한 ‘화(禍)’를 불러오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흥미와 재미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임기응변식 진행은 자칫 방송의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손상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

자극은 더 강한 자극을 부른다. 중독성의 원리다. 자극적인 것에 잇따라 노출되면 인간의 뇌수용체는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자극을 갈망한다고 한다. 한 단계 낮은 자극의 음식은 맛이 없게 느껴지는 이유다.

‘과유불급’이라는 옛말이 있다. 무엇이든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법이다. 너무 자극적인 것만 먹다보면 혀끝을 은은히 달래는 듯한 섬세한 맛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맛감별사들은 평소 독한 술, 진한 커피, 담배, 맵고 짠 음식 등은 피한다고 한다.

'2016 SAF SBS 가요대전' 진행자 유의열, 유리 [사진= 스포츠Q DB]

우리 방송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국내 시청자를 넘어 세계 속의 방송, ‘한류’의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더 강하고 자극적인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느라 우리가 갖고 있던 본래의 미각은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되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랜 전통 속에는 분명 소중한 가치가 있다. 앞으로 나아가되 좋은 전통적 가치는 조화롭게 살리면서 발전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방송의 진행방식에도 그같은 적절한 미각의 조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것은 방송이 공적 매체라는 본질적 책무와도 합치된다.

2015 연말 시상식에서의 전현무나, ‘2016 SAF SBS 연기대상’에서의 이휘재의 비매너 진행 논란은 그런 면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그렇다고 시상식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던 가운데 본의 아니게 실수한 진행자의 언행을 두고두고 언짢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그후 그 진행자의 ‘달라질 모습’을 기대하고, ‘달라진 모습’에 응원의 한마디를 더 보내는 것이 방송 진행자를 아끼는 방송 시청포인트이고, 진정한 방송의 발전을 기원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물론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진행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견해이겠지만.

전통적으로 훌륭한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조건을 잠시 살펴봤다. ‘좋은 음성’ ‘풍부한 성량’ ‘정확한 발음’ 같은 발성법, ‘호감적인 용모’ ‘자신감’ 등 외적 이미지, ‘풍부한 상식’ ‘언어 구사력’ ‘임기응변 능력’ 등 지식과 언어적 능력 이외에도, ‘방송언어의 이해’ ‘교양과 품격’ 등의 내면적 자질이 눈에 띄었다. 

일회성이든 그렇지 않든, 방송 진행자라면 누구나 평소에 이같은 자질을 염두에 두고 소질을 갈고 닦아야 하고, 또 무대에 서기 전 다시 한 번 진행자의 올바른 역할을 명심하고 오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고 유쾌한 진행, 자신을 돋보이는 진행에 앞서 반드시 새겨야할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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