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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세계선수권에 달린 올림픽 쿼터, 17세 피겨 최다빈이 짊어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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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세계선수권에 달린 올림픽 쿼터, 17세 피겨 최다빈이 짊어진 부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2.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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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메달권은 불가능, 톱10 안에 들어야 2명 출전…11위 이하는 1명

[인천공항=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주현희 기자] 최다빈(17·군포 수리고)에게 2017 삿포로-오비히로 동계아시안게임은 행운이었다. 출전 자격이 없었지만 대표팀 맏언니 박소연(20·단국대)의 부상으로 대체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유쾌하지 못한 일로 출전한 것이기에 '행운'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최다빈 개인만 놓고 보면 분명 행운이었고 일종의 '보너스'와 같은 대회였다.

그렇기에 최다빈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깔끔한 클린 연기로 자신의 최고점 기록까지 새롭게 쓰며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 최다빈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데는 부담이 적었던 것도 주된 요인이었다. 

▲ 최다빈이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선수단 환영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제 최다빈은 17세 여고생이 감내하기엔 무거운 짐을 안게 된다. 다음달 29일부터 4월 2일까지 핀란드 헬싱키 하트르발 아레나에서 벌어지는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최다빈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세계선수권 메달권은 힘들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렸던 4대륙 선수권에서 5위에 오르며 선전하긴 했지만 최근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 등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는 세계선수권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대회다.

문제는 세계선수권 결과에 따라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규모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출전하는 한국 선수인 최다빈이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올림픽 쿼터 3장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최다빈에게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톱10이다. 동메달 또는 10위 안에만 들면 2명의 선수가 올림픽 쿼터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박소연과 최다빈이 함께 출전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경쟁을 거쳐서 올림픽 출전 선수가 결정된다.

그러나 최다빈이 11위 이하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올림픽 쿼터는 1장으로 줄어든다. 대표팀 선발전을 통해 단 1명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박소연 또는 최다빈 가운데 1명은 출전할 수 없다. 물론 두 선수 모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 최다빈이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선수단 환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때문에 최다빈은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세계선수권에 대한 부담감을 그대로 나타냈다. 최다빈은 "아시안게임은 성적에 대한 의무감이나 책임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왔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쿼터가 달린 대회여서 부담이 간다"고 말했다.

최다빈은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 내내 먹고 싶어했던 한식에 대한 욕심도 버렸다. 또 부상 우려 때문에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진행하려던 해외 전지훈련 대신 세계선수권까지 남은 기간 국내에서 훈련을 이어갈 생각이다.

최다빈은 "세계선수권 때문에 식사 조절을 해야 한다"며 "미국 등에서 뛰면 다쳤을 때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등의 어려움이 있어 국내에서 계속 훈련을 받으려고 한다. 당장 마사지를 받으면서 몸관리부터 해야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포스트 연아'라는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최다빈은 "그렇게 불리는 것은 과분하다. 실력이 부족해 더 발전해야 한다"며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아 비시즌이 더없이 중요하다.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전했다.

▲ 삿포로-오비히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다빈이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있다.

그래도 최다빈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쇼트프로그램을 바꾸고 코치도 바꾼 이후 성적이 급상승했다. 또 계속된 훈련을 통해 체력과 표현력도 발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다빈은 "점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회전수가 부족해진다. 프로그램 전체를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올림픽 쿼터가 1장이 되느냐, 2장이 되느냐가 모두 최다빈에게 걸려 있다. 17세 여고생에게는 분명 무거운 부담이지만 최다빈이 이 과정과 부담마저 즐기고 넘어선다면 '포스트 연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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