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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26연패' LIG, 왜 현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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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26연패' LIG, 왜 현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3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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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출범 이후 5승55패, 수준급 세터 부재-단조로운 패턴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지긋지긋하다.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새 시즌 들어서도 LIG손해보험 굴욕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2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원정경기 현대캐피탈전에서 3-1(21-25 25-20 19-25 18-25)로 패했다. 시즌 2패(1승)째. 6위다.

2005년 배구가 프로화가 된 이후 60번을 만났다. 통산 전적 5승55패, 승률 0.083. 현대캐피탈의 홈구장인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는 26연패다. 단 한 번도 승전고를 울려보지 못했다.

대체 왜 LIG손해보험은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작아지는 것일까.

◆ 수준급 세터의 부재, 단조로운 패턴 

29일 경기. 거포간의 자존심 대결은 팽팽했다.

‘꽃미남’간의 격돌에서 LIG손해보험 김요한은 현대캐피탈 문성민과 나란히 21점을 올리며 대등히 맞섰다. 외국인 선수간 득점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에드가는 18점을 기록하며 16점을 올린 아가메즈를 근소히 앞섰다.

LIG손해보험에는 보스니아 국가대표 출신의 페피치, 쿠바 국가대표 출신의 까메호, 한국 배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로 꼽혔던 이경수 등 화려한 공격수들이 즐비했다. 현재 양날개를 구축하고 있는 에드가와 김요한도 결코 이름값에서 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세터다. LIG는 프로 원년부터 여태껏 손꼽히는 세터를 보유해 본 적이 없다. 속공, 시간차, 변화무쌍한 토스로 상대 블로커들을 농락할 힘이 떨어진다. 이효동과 양준식이 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두 선수 모두 2년 이상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

큰 공격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 전통적으로 높이가 강한 현대캐피탈의 센터진은 LIG손해보험의 양 날개를 잡을 채비를 이미 마치고 있다. 29일 경기에서도 최민호는 홀로 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 심리적 요인, LIG 만나면 이긴다 

현대캐피탈은 개막전에서 삼성화재에 역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번 시즌 최약체로 분류되는 우리카드를 잡으며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매 시즌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하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초반 행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그러나 LIG손해보험을 만났다. 9년간 홈에서만큼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팀을 상대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안방에서 승점 3점을 보탠 현대캐피탈은 승점 7점(2승2패)으로 단숨에 2위로 뛰어 올랐다.

장기전을 치르다 보면 고비가 오게 마련. 현대캐피탈은 매 라운드마다 한 번은 LIG손해보험을 만나 숨을 고른다. 행여 연패중에 만나더라도 심리적 우위에서 발현되는 강한 자신감을 갖는다. 반면 LIG손해보험은 애써 무시하려하면서도 들리는 소식을 듣고 움츠러든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중국을 상대로 역대전적 16승12무1패를 기록하며 ‘공한증’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미디어의 관심에서 비롯되는 용어의 탄생은 당사자들을 더욱 주눅들게 만든다.

‘원정 26연패’, ‘현대 징크스’. LIG손해보험이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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