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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한축구협회-이용수 '실검행' 의미, 카타르가 눕질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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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한축구협회-이용수 '실검행' 의미, 카타르가 눕질 않더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6.14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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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향한 분노 폭발, 시리아도 중국에는 안 진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슈틸리케', ‘대한축구협회’, ‘이용수’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한 자리 씩을 꿰차고 있는 14일 아침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는 지붕을 뚫고 하늘로 치솟고 있다.

한국이 카타르에 2-3으로 졌다. 앞서 A조 선두 이란이 3위 우즈베키스탄을 잡아준 덕에 승점 3을 챙겼다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가 눈앞으로 다가왔을 텐데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다시 한 번 믿어 달라”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신뢰를 잃은 지 좀 됐다. 사실 부진 때마다 곧잘 등장하는 키워드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젠 누리꾼의 독설이 그를 기용한 대한축구협회와 이용수 기술위원장에게로 직접 향하기 이르렀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3위가 우즈벡(62위), 시리아(77위), 카타르(88위), 중국(82위)을 상대로 고전하니 행여 본선에 나서면 뭐하나 싶다.

지금 경기력으로 월드컵을 치러봤자 한국은 대회 질의 하향 평준화에 일조하는 나라가 될 터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처럼 유럽의 벨기에, 아프리카의 알제리 레벨의 국가들이 한국과 한 조가 될 경우 반색할 게 보인다.

한국-카타르전이 열리기 몇 시간 전, 200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정상에 올린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시리아와 2-2로 비겼다. 1승 3무 4패(승점 6)로 A조 꼴찌인 중국은 유일한 승리를 한국을 상대로 거뒀다. 시리아도 중국에는 안 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공한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창사 참사’를 당하더니 이번엔 카타르 가서 ‘도하 참사’까지 저질렀다. 한국 성인대표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진 건 무려 33년 만이다. FIFA 랭킹 30위 이란은 한국이 넘보지도 못할 상대로 성장했다.

카타르전은 그야말로 치욕이었다. 중동 축구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침대 축구’다. 선제골만 넣으면 드러누워 공 차는 시간을 대폭 없애는, 매너 꽝인 그들의 플레이 방식을 비꼬는 관용적 표현이다.

그런데, 카타르가 2-0으로 리드하고 있는데 눕지를 않더라. 경미한 접촉에도 엄살을 떨고 그라운드 안으로 들것을 투입하라 요구하던 과거의 그들이 아니었다. 정상적으로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종이 호랑이’ 한국을 누가 두려워할까.

13일 밤 한국 축구팬 대다수가 일본이 이란에서 이라크와 비기는 걸 보고 고소해 했다. 일본은 5승 2무 1패(승점 17)로 B조 선두이긴 하지만 잔여 2경기가 호주, 사우디(이상 승점 16)라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이번에는 슈틸리케호가 카타르를 누르고 마음 편히 ‘강 건너 불 구경’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우리 집에 더 큰 불이 나버렸다. 8월 31일 이란과 홈 9차전, 9월 5일 우즈벡 원정은 대체 어떻게 치러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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