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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공효진 '영민' 강혜정의 연극 '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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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공효진 '영민' 강혜정의 연극 '리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14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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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절친’ 공효진(34)과 강혜정(32)이 반전 매력의 여성 리타로 관객과 만난다.

두 여배우의 출연으로 예매 돌풍을 일으키는 화제의 연극 ‘리타(Educating Rita)’가 오는 12월3일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개막한다. 14일 오후 공연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등장한 리타 역 공효진 강혜정, 프랭크 교수 역 전무송이 취재진과 만났다.

▲ '리타'의 황재헌 연출, 강혜정, 공효진, 전무송(사진 왼쪽부터)

◆ 윌리 러셀의 2인극 ‘리타’…연극·영화로 전 세계적 히트 기록

2인극 ‘리타’는 ‘셜리 발렌타인’ ‘블러드 브라더스’ 등을 집필한 영국 최고의 극작가 윌리 러셀의 히트작으로 1980년 6월 런던의 웨어하우스극장에서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 의해 초연됐다. 84년 마이클 케인, 줄리 월터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남녀 연기상을 수상했다.

초연 이후 35년 동안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공연되며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이 작품은 거칠고 직선적인 29세의 주부 미용사 리타가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개방대학 평생교육원에 입학, 권태로운 삶에 빠져 지내던 완고한 교수 프랭크를 만나 서로를 변화시켜 가는 과정을 그렸다. 러셀 특유의 계급·계층간 갈등이 작품을 관통하는 가운데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물음, 지식의 허위성과 교육의 효용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국내에선 91년 연극으로 첫 소개됐으며 이후 여러 차례 무대에 올려져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특히 리타 역을 맡은 여배우 최화정, 전도연, 이태란이 재발견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리타는 여배우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다. 학창시절 옷과 남자가 인생의 전부였으나 결혼 2년차를 맞아 일상에 지쳐가던 무렵,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진정한 자아와 인생을 찾기 위해 대학을 들어가게 되고 점차 지적이고 세련된 여성으로 변화해 간다. 공효진은 이번이 첫 연극 도전이고, 강혜정은 ‘프루프’ 이후 4년만의 연극 출연이다.

▲ 공효진

◆ 제작자 조재현 꼬임에 공효진 출연 수락…공효진 제의로 강혜정 합류

“연극은 초짜라 걱정이 태산이다. 교통사고 후 재활하며 쉬어야 하는 시기였는데 조재현 선배님(‘리타’의 제작자)의 꼬임을 당해 극장에 왔다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관객의 초롱초롱한 눈을 마주 보며 집중을 받고 싶었다. 15년 동안 스크린 안에 갇혀서 일했으니 이제 라이브하게 관객과 만날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재밌겠다 싶었다. 하지만 요즘 연습하면서 ‘내 무덤을 팠구나’ 싶고, 이제 누울 일밖에 안 남았다.”(공효진)

“연극을 계속 할만의 깜냥이 되지 않는 배우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는데 효진 언니가 ‘리타를 같이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공효진이라는 배우와 공연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매혹적이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캐릭터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성장 과정을 그리는 것도 그렇고, 때 묻지 않았던 여자가 지식의 때가 많은 프랭크를 만나 개조해 나가는 모습이 그렇다.”(강혜정)

과거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없었던 두 여배우가 친해지게 된 계기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 배우 조은지 덕분이다. 친한 친구들이 겹쳐 함께 어울리며 친분을 두텁게 쌓아왔다. 강혜정이 출산한 이후에는 집에 들러 딸과 놀아주는 등 이들의 우정은 의외로 탄탄하다.

▲ 강혜정

◆ “엄청난 에너지 가진 연기파” “자유로운 연기법 부러워”

강혜정이 주로 영화에 출연해 왔다면, 공효진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공블리’라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평범을 거부한 채 자기만의 개성과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온 점은 공통점이다. 서로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강혜정은 동시대 여배우 중 가장 무서운 사람 중 하나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굉장한 포스와 에너지를 가진 연기파 배우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어찌 보면 나와 색깔이 비슷해서 주의 깊게 봤던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괴물처럼, 혜성과 같이 등장하는 남자배우는 많은데 여배우는 드물다. 그런데 혜정이는 그렇게 등장했다.”

“효진 언니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있다. 배우로서의 자유로움, 속박당하는 법 없이 연기하는 게 무척 궁금했다. 눈치 보지 않고 천재적으로 연기한다. 휴대폰 업그레이드되듯이 업그레이드돼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 난 한계인가, 슬럼프인가 싶은데 어느 순간이든 본인을 뛰어넘는 연기를 해낼 때 충격이었다. 책임과 부담을 벗어던지고 연기하는 거 같아서 너무 부러웠다.”

▲ 강혜정과 공효진이 제작발표회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 ‘공리타’는 사유적, ‘강리타’는 또릿또릿…활발함과 속사포 대사 공통점

‘공리타’와 ‘강리타’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프랭크 교수로 두 여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관록의 배우 전무송은 “강혜정이 또릿또릿하고 능동적인 톤이라면 공효진은 사유하는 분위기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점이나 빠른 대사 속도는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 ‘미스 프랑스’로 여배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재능을 보인 황재헌 연출에 따르면 공효진은 가끔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당돌함 밑에 숨겨진 리타의 부드러운 속살과 슬픔을 드러내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연기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반면 강효정은 분석적이고 철저하다.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고 정확하지만 행동은 달콤하고 귀여워 ‘충무로의 여신’ 찬사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님을 느꼈다고 말했다.

출신성분과 학력, 취향 모두 달라서 사사건건 충돌하는 리타와 프랭크 교수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각자 삶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용기를 되찾는 따뜻한 이야기는 과거와 달리 배우의 숨결마저 느낄 수 있는 돌출 무대와 관객이 마치 프랭크의 강의실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제공하는 무대 위 객석 설치로 색다른 감흥을 전달할 전망이다.

▲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강혜정과 공효진

◆ “파워풀한 에너지와 무대매너 익히고파” “리타에 접근하며 스릴 만끽하고파”

그동안 뮤지컬과 연극 캐스팅 제의를 받아본 적이 있으나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고 여겨 거절했던 공효진은 “무대 공포증과 엄청난 대사량에 힘들긴 하지만 라이브 무대를 통해 쇼맨십과 파워풀한 에너지, 무대매너를 익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이어 “무대 위에서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하나 두려우면서도 재밌을 것 같다”며 “이러다 드라마는 안하고 연극만 할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동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그는 “한 눈에 반해서 로맨스를 향해 달리다 끝내 사랑을 얻는다는 스토리엔 흥미가 없다”며 “성공기와 극복기에 재미를 느끼다보니 분량이 남자보다 많고, 고생스러운 작품들 많이 했다”며 “지적으로 변해가며 본인이 갈망하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리타 역시 성장 드라마라 매력을 느낀다. 나는 누구인지,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말을 리타를 통해 동시대 여성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혜정 역시 “리타는 무식하지만 자아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드러낸다. 정보가 많이 없다고 지혜롭지 못하거나 현명하진 않다고 평가할 순 없다. 난 리타처럼 현명해지고 싶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그런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어 “2인극이라 쉼 없이 달리다보면 혈당은 떨어져도 에너지가 줄어들진 않는다. 리타에 접근하는 기분이 매력적이고 스릴 넘친다”고 벅찬 느낌을 토해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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