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16:44 (수)
[박영웅의 드라마Q] 주말vs평일드라마 역전현상 '사회적 주목' 해야하는 이유
상태바
[박영웅의 드라마Q] 주말vs평일드라마 역전현상 '사회적 주목' 해야하는 이유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1.17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마 뭐보니? 그 기상도가 수상타!

[스포츠Q 박영웅 기자] 요즘 드라마계에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 높은 시청률의 대명사였던 지상파 평일 드라마(이하 저녁 시간대 방송 기준)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적정 수준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지상파 주말 극은 기록적인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평일과 주말 극 간의 인기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약 1년 전부터 조짐을 보인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드라마 문화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 '전설의 마녀' 역시 주말드라마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사진=MBC '전설의 마녀' 방송 캡처]

◆ 주말극vs평일 미니시리즈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최근 주말드라마와 평일 황금 시간대(오후 10시~11시) 미니시리즈 시청률 및 관심도의 역전 현상은 누가 봐도 눈에 보일 정도로 심각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지상파 3사 평일 저녁 시간대 드라마들은 월화수목을 기점으로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6편과 일일 드라마 3편, 금요 드라마 1편이 포진돼 있다.

숫자로만 봐도 평일 저녁 시간대 드라마는 무려 10편이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반면 주말드라마의 경우는 이 수치(단편 극 제외)의 절반에 해당하는 5편이다.

수적으로만 본다면 평일 드라마 쪽이 주말드라마를 관심도나 시청률 면에서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 역시도 평일 드라마 쪽에 조금 더 무게를 싣고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처럼 당연한 듯 보이던 예측이 크게 빗나가고 있다. 수적으로나 방송사들의 투자, 시청자들을 찾아가는 횟수 등에서 밀리고 있는 주말 극이 평일 드라마들을 압도하며 관심도나 시청률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방송 중인 평일 드라마들이 기록한 최고 시청률은 10%대 초반(MBC '오만과 편견')에 불과하다. 몇 달간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20%대 이상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거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최저 시청률이다. 평일 드라마 특히 가장 투자를 많이 한다는 황금 시간대 미니시리즈의 경우 5%대 이하에서 3%대까지 심각한 최저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주말드라마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5편의 저녁 시간대 주말드라마 중 15%대 시청률을 넘기고 있는 작품이 3편이고 이중 30%대(KBS 2TV '가족끼리 왜 이래') 드라마도 존재한다.  최저 시청률 기준인 5%대 드라마는 1편에 불과하다.

▲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사진='가족끼리 왜이래' 방송 캡처]

◆ 사회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요인이란 여러 가지다. 이중 주목할 부분은 방송문화의 변화와 경제적 요인이다.

우선 지상파 3사에 의존하던 시청자들의 평일 드라마 소비 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의 증가로 평일 저녁 시간대 드라마 시청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예전 평일 저녁 지상파 드라마를 꼭 봐야 한다는 '본방사수 개념'의 방송 패턴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과 프로그램 다시 보기 시스템의 발전은 이런 현상을 가속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케이블과 종합편성 채널의 예능 편성 전략도 주효했다. 이들은 최근 평일 지상파 드라마들이 방송되는 주요시간마다 예능 프로그램을 집중 포진시키며 시청자들을 빼앗아 오고 있다. 본방송 사수의 개념이 더 강력한 예능의 힘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SBS '미녀의 탄생' 방송 캡처]

CJ PD 출신 연예 소속사 매그넘 오프스 이건우 본부장은 "예전 시청자들을 보면 지상파 3사 평일 드라마는 반드시 시청해야 할 프로그램이었다"며 "하지만 오늘날 다시 보기 시스템과 케이블과 종합편성 채널의 집중 공세에 이런 현상이 깨지고 있다. 특히 케이블과 종편이 드라마에 예능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이 잘 먹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최근 우리나라 경기가 침체하면서 평일 저녁 시간대 드라마의 주 시청 층 중 하나인 직장인 시청자들이 많은 이탈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과도한 업무와 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드라마를 즐길 여유를 상실하고 있다. 당연히 본방 사수는커녕 재방송 역시 볼 시간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주말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앞서 시청률 조사기관에서 벌인 연구에서도 많은 직장인은 경기침체로 인해 저녁 황금 시간대인 10시 이후 방송을 시청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가 나온 바 있다.

▲ 새로운 소재로 도전을 한 아이언맨이 시청률에 참패했다. [사진=KBS 2TV '아이언맨' 방송 캡처]

◆ 드라마 내부적 측면으로도 문제가 있다

이처럼 사회 경제적 요인이 평일 드라마 침체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요인 못지않게 평일 드라마 시청률 저하를 유발하는 요소가 또 있다. 바로 새로운 장르의 증가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부분이다.

'낯선 장르의 문제'는 최근 평일 드라마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 6개월 기준으로 방송 됐거나 방송 중인 평일 미니시리즈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생소하고 낯선 장르가 많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사람 몸에서 칼이 돋아난다는 소재를 사용한 KBS 2TV '아이언맨', 일본드라마 리메이크작 '내일도 칸타빌레' 등이 있다. 이들은 독특하고 실험적인 소재적 측면으로는 평일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는 일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드라마 완성도 측면에서는 많은 약점을 드러내며 시청률에서 참패하는 결과를 냈다.

많은 시청자는 매우 실험적이고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증가하며 일부 질적 저하 현상을 보여주는 평일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소리다.

▲ [사진=MBC 제공]

그렇다면 왜 실험적 소재의 평일 드라마들이 증가하는 걸까? 이 본부장은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드라마의 발전은 장기적으로는 소재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이 점을 많은 드라마 제작진들이 깨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런 도전이 처음이다 보니 완성도의 저하로 인해 드라마의 질이 떨어지는 과도기적 현상이 현재 상황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말드라마에는 전통적으로 히트하는 공식을 담은 드라마들이 포진돼 있다. 가족극 '가족끼리 왜 이래'(30%대), 복수극 '전설의 마녀'(20%)등이 대표적인 예다. 많은 시청자는 새롭고 실험적인 소재의 평일 드라마와는 다르게 거부감 없이 편하게 주말드라마를 접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오 모 씨는 "평일 드라마는 분명 좋은 드라마도 많지만 사실 생소한 소재와 구성이 거북한 경우도 많다"며 "반면 주말드라마는 기존 인기를 끌던 소재들을 사용해 편한 느낌으로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수목드라마로서 10%대 아래의 시청률로 1위를 차치한 '내생에 봄날'. [사진=MBC '내생에 봄날' 방송 캡처]

◆ 쏠림 현상 조짐? 더 좋은 드라마를 위해 형평성 맞추자

주말드라마와 평일 드라마의 인기 역전현상이 뚜렷해 지다 보니 이로 인한 문제점도 보이고 있다. 좋은 배우들과 투자자들의 평일 저녁 시간대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부분이다.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현상 속에서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대로 주말 극에는 배우들과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드라마 제작환경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상파 일부 드라마 제작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결코 대한민국 드라마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 동안 한류를 이끌고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준 드라마들은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모든 작품의 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배우들과 투자자들은 현재의 평일 드라마 부진에 대해 눈앞에 이득을 계산해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며 인내심을 가지고 작품성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사회 경제적으로 힘든 시청자들이라도 드라마가 재미있다면 본방 사수를 하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황지선 방송드라마 작가는 "평일 드라마에 도전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평일 드라마의 부진을 극복하면 힘겨운 삶에 지친 시청자들을 위로 하던 평일 드라마 전성시대가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dxhero@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