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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파괴적 막장 '뻐꾸기 둥지'가 남긴 것과 얻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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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파괴적 막장 '뻐꾸기 둥지'가 남긴 것과 얻은 것은?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1.07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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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KBS 2TV 일일 드라마 '뻐꾸기 둥지'가 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을 넘는 작품으로 많은 논란을 몰고 왔다. 불륜, 출생의 비밀, 음모라는 강력한 막장 3박자가 교과서처럼 들어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일부 연기자들이 보여준 절정의 연기력이 호평을 받았고 높은 시청률을 거뒀지만, 막장의 계보를 이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KBS 2TV '뻐꾸기 둥지' 제공]

'뻐꾸기 둥지' 개연성은 없다. '파괴적' 막장드라마

102회에 달하는 '뻐꾸기 둥지'의 중심 스토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당혹스럽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잣집 맏며느리 백연희(장서희 분)가 결국 압박에 이기지 못하고 난자를 제공하고. 대리모 이화영(이채영 분)을 통해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이회영의 정체는 자신의 오빠를 죽음으로 내몬 것으로 오해하던 연희에 대한 복수심에 대리모를 통한 접근을 시도한 것이었다. 아들을 낳은 이화영은 연희의 남편과 집안 재산을 음모를 통해 모두 빼앗고 끝없는 악행을 저지른다. 그러나 복수의 의지를 보여주던 연희는 결국 화영의 계략에 맞서며 빼앗긴 아들과 재산을 모두 찾는 데 성공한다.

기본 내용만 봐도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개연성을 파괴하는 말도 안 되는 우연과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내용 변경이 더해졌다.

좋은 예가 황동주(정병국 분)와 이소라(전민서 분)의 친부 논란이다. 화영은 애초 연희의 남편이던 동주를 빼앗기 위해 대리모 시술 과정에서 난자를 바꿔치기 했고 이를 토대로 본인의 계획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청자는 동주가 화영과는 전혀 사귄 적이 없는 사이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극의 막판에 이르자 화영은 자신이 시도한 난자 교체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친아들로만 알았던 진우를 연희에게 다시 빼앗기고 만다. 이런 이유로 화영은 병국의 집안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화영은 또 다른 음모를 계획한다. 여동생으로만 알고 있던 소라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병국의 자식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 KBS 2TV '뻐꾸기 둥지'에서 막판 친부 논란을 이끌던 정병국(왼쪽)과 이채영

대리모 이전에 사귄 적도 없는 사이였던 병국이 느닷없이 소라의 친부라는 화영의 주장에 휘말린 것이다. 드라마는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화영과 병국이 예전부터 사귄 관계라는 사실을 강조했고 이를 토대로 친부 논란의 내용을 이어갔다.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극 초반 소라는 백연희와 죽은 화영의 오빠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암시를 끊임없이 내놓다가 병국이 느닷없이 친부 논란에 휘말리며 혼란을 줬기 때문이다. 이 내용만 봐도 '뻐꾸기 둥지'가 얼마나 우연성과 돌발성에 의존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밖에도 '뻐꾸기 둥지'에는 화영의 복수를 위한 살인 과정과 기업 소유권 쟁탈전 등 전후맥락이 생략되거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등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의 계보를 살펴보면 우연한 일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며 '개연성'이 흐트러진 경우는 많았으나 '뻐꾸기 둥지'처럼 아예 내용을 변경하며 개연성을 크게 파괴한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뻐꾸기 둥지는 이런 장치들을 도드라지게 차용했고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신 막장의 탄생'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 '뻐꾸기 둥지'는 현대판 씨받이 격인 충격적인 내용에다 폭력적인 장면까지 자주 등장했다. [사진=KBS 2TV '뻐꾸기 둥지' 방송캡처]

개연성 파괴에 따른 막장 효과? '시청률 폭발' 씁쓸

이처럼 우연의 속출과 개연성 파괴 때문에 '파괴적 막장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뻐꾸기 둥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힘을 얻고 있다. 바로 높은 시청률 때문이다.

지난 6일 방송된 101회분의 시청률은 무려 22.9%(닐슨 제공, 전국기준)라는 수치가 나왔다. 같은 시간대 1위는 물론 이날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오후 퇴근 시간대인 7시 50분에 방송되는 드라마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씁쓸한 현실이다. 전통적인 드라마의 형식과 내용을 과도하게 파괴하는 '막장' 형식이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선례를 또 한 번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뻐꾸기 둥지'의 시청률 부분에서의 큰 성공은 제2, 제3의 '뻐꾸기 둥지'의 제작을 뒷받침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막장도 하나의 장르라는 주장들도 있지만, 이런 드라마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 KBS 2TV '뻐꾸기 둥지'에서 악역 이화영 역을 소화한 이채영. 그는 혼신의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뻐꾸기 둥지'가 남긴 긍정 요소는? 큰 뺨으로 성장한 이채영의 연기력

'뻐꾸기 둥지'가 방송된 시간은 무려 6개월이다. 호흡이 길었던 만큼 비판과 논란 이외에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그 중에서도 베테랑 여배우 장서희와 라이벌 연기를 펼쳤던 이채영이 보여준 혼신의 연기다. 이채영은 회를 거듭할수록 연기력이라는 측면에서 멋진 성장 스토리를 써나갔다.

극 초반까지만 해도 이채영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어설픈 눈물 연기와 감정이 없는 분노 연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반이후부터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결국에는 완벽한 악녀로 다시 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많은 시청자는 이채영의 연기가 '뻐꾸기 둥지'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큰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이채영은 이 드라마를 통해 발전한 연기자가 됐다. '뻐꾸기 둥지'가 남긴 최고의 성과다.

▲ KBS 2TV '뻐꾸기 둥지' 출연자들

끝이 어떻든 이제 이런 드라마는 그만 됐으면

'뻐꾸기 둥지'의 마지막은 거의 예상대로였다. 단순 권선징악의 스토리인 만큼 화영의 처벌과 연희의 전화위복이 주 내용을 이뤘다. 앞서 화영의 자살설이 극 마지막까지 관심을 끌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별다른 신선함은 보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시청자들은 단순한 '권선징악'의 드라마를 보기 위해 6개월 동안 당혹감과 분노를 감수 한 셈이다.

앞으로도 시청률 보증수표인 막장 드라마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라고 해도 최소한 형식과 내용에 완성도를 추구하는 노력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공익성이 중요시되는  방송사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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