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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신태용호, 러시아 월드컵 본선 반등의 3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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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신태용호, 러시아 월드컵 본선 반등의 3가지 조건
  • 김한석 기자
  • 승인 2017.09.0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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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한석 기자] “월드컵 9연속 본선 진출이란 미망에서 깨어나 차라리 예선 탈락해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나?” 러시아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최종관문 1년 대장정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점점 ‘영혼 잃은 축구’로 휘청거리면서 벼랑끝 승부를 벌일 때마다 축구팬들은 이런 자조를 쏟아냈다. 

축구계 일각에서조차 거꾸로만 가는 한국축구 톱팀의 변혁을 위해선 이런 충격요법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A대표팀은 축구팬들에게 실망과 허탈을 넘어 분노까지 안겨줘 왔다.

무색무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슈틸리케호’에 대해 한 번 더, 한 번 더 믿어보자는 대한축구협회의 미련은 실로 도박이었다. 창사 악몽에 이어 도하 참사로 민낮을 뒤늦게 부끄러워하고서야 질타 속에 한국축구 A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를 2년 반 만에 경질했다. 

그 만시지탄의 대가는 '소방수' 신태용 감독이 이끈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9,10차전에서 허무한 연속 0-0 무승부로 돌아왔다. 중국과 시리아가 막판 투혼의 골로 번번이 도와줬건만 골 하나를 터뜨리지 못해 ‘속죄승’마저 신고하지 못한 그 답답증에 팬들은 끝까지 허망함을 감추지 했다. 

그래도 본선행 목표는 달성했다고? 지지 않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자위 속에 9회 연속 본선진출을 위해 성원해준 축구팬들에게 감사한다는 펼침막에 향해진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01 한국축구, 최악의 최종예선 레이스...이란 일본 사우디 외인 감독 성공 대세와 대조

그만큼 한국축구는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 사상 최악의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4승 3무 3패, 11득점-10실점, 승점 15. 
다자간 최종예선 라운드로 바뀐 1990 월드컵 이후 최다 패배, 원정 무승, 최저 승률 55%이었다. 
경기당 평균 1.1골은 홈 앤드 어웨이 최종예선 라운드로 바뀐 1998 월드컵 이후 최저였고, 평균 1.0실점도 사상 처음으로 경험하는 1골대 실점률이기도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번째로 맞은 조 2위 턱걸이 순위도 최악. 1위와 승점차가 무려 7점이나 났으니. 
그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참담한 성적표였다.

최종예선에서는 한 번도 말을 바꿔 탄 적이 없고, 또 그런 선례를 만들면 다음부터는 외국 지도자들이 한국으로 눈돌리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에 갇혔던 축구협회. 선발원칙과 전술대응에서 선수들의 신뢰조차 잃어버린 외인 감독을 교체하는데 실기를 거듭하는 바람에 자초한 형극의 길이었다.

한국축구가 점점 거꾸로 가는 사이, 아시아축구의 전통 강호들은 러시아 본선에 차례로 안착했다. 이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도 모두 외국인 사령탑들을 앞세웠지만 마지막까지 최종예선 레이스를 완주하며 성공을 거뒀다. 한국만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의 ‘갓틸리케’ 성과에 안주하던 외인 지도자의 실패를 맞은 것이어서 대조를 이뤘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일본의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 사우디의 베르트 판마르베이크(네덜란드)는 모두 월드컵 본선 경험이 있었지만 슈틸리케는 없었다는 점에서부터 어쩌면 예견된 한계였을까. 케이로스는 2010년 16강(포르투갈), 할릴호지치는 2014년 16강(알제리), 판마르베이크는 2010년 준우승(네덜란드) 등의 월드컵 성적이 빛나는 지도자들이다.

4년 전 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한국을 조 2위로 밀어낸 뒤 ‘주먹감자’를 날린 케이로스, 2014 월드컵에서 한국을 4-2로 꺾었던 할릴호지치, 2014년 한국대표팀 감독의 우선협상대상자였지만 우선 유럽체류를 내세워 협상이 결렬됐던 판마르베이크는 모두 한국과 묘한 악연도 있다. 그래서 슈틸리케의 실패에서 비롯된 초라한 러시아행은 한국축구의 자괴감을 더욱 깊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02 신태용호 본선 경쟁력 키우는 세 갈래 지향점, 오답노트부터 펼치자

이제 상처투성이의 A대표팀을 새롭게 정비해 9개월 뒤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야 하는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이들 외인 사령탑들의 연착륙 비결을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로서도 월드컵 출전 경험이 없는 초짜 대표팀 사령탑 신태용에게는 본선 밑그림을 그리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강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의 ‘오답노트’부터 펼쳐보면서 이들의 지도철학을 견줘본다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슈틸리케 부임 초기 수석코치를 맡았다가 아시안컵 준우승 직후 A대표팀을 떠나 지난해 23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과 올해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으로 2년여 소방수 사령탑을 맡아 세계무대에서 각각 8강, 16강 진출을 이뤘던 신태용 감독에겐 왜 그토록 A대표팀이 망가질 수 있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반성이 우선이다. 여기에 브라질 월드컵 몰락 이후 자성책으로 대한축구협회가 처음으로 펴낸 326쪽의 ‘오답노트’ 2014 월드컵 출전 백서를 펼쳐 치밀한 본선 로드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최종예선과 브라질 월드컵 실패로 드러난 문제점을 견줘볼 때 세 갈래로 지향점을 잡아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 게 절실하다.

#03 지향점 하나, 새로운 선수 원칙으로 신뢰 회복부터

우선 어그러진 선발 원칙을 새롭게 세워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엔트으~리’ 논란을 불렀던 홍명보 감독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도 해외파 우선주의를 앞세워 배려한다는 핑계로 엔트리까지 채우지 않는 우를 범하면서 선수단 융화에 금이 갔다. 묵묵히 땀 흘리며 좁은문을 뚫어보려는 K리거들로선 부임 초기에 낙점한 일부 선수들에게 밀려 소외됐다. 그 탓에 대표팀은 인재풀의 한계를 자초했다.

신태용 감독이 절체절명의 마지막 두 경기에서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등 베테랑들을 나란히 선발해 신뢰를 회복하려 애쓴 노력은 그대로 밀고나가야 한다.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그나마 활력메이커로 찬사를 받았던 서른넷의 염기훈은 귀국하면서 “나이가 상관없다는 말에 크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호주와 최종예선 9차전에서 혼다 다이스케, 가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등 일본 해외파 트리오를 모두 선발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던졌다. 이름값이 아니라 현재 누구의 경기력이 가장 좋은가로 따져 냉철하게 적용한 선발원칙에 따라 2-0 완승을 거두며 본선행을 확정짓는 등 선수들에게 변화의 동력을 불어넣었던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가 전혀 찾아내지 못했던 스물한 살 수비 대물 김민재를 발탁했다. 그는 마지막 2경기에서 무실점의 버팀목으로 노련한 활약을 펼쳐 팬들을 놀라게 했다. 오는 12월 도쿄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과 내년 초로 예정된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K리거를 중심으로 김민재 같은 뉴페이스들에게 월드컵의 꿈을 살려주면서 기회를 넓힌다면 해외파와 긴장감 있는 경쟁구조를 끌어낼 수 있다. 

#04 지향점 둘, 전술 대응력은 다양하게 팀 칼러는 확고하게 

다음으로는 다양한 전술 대응과 확고한 팀 칼러가 절대적이다. 브라질 월드컵 출전백서는 홍명보호에 대해 “유연하지 못한 전술과 다양한 경기상황 대응전략 매뉴얼이 없었다”라며 전술적 유연성 부족을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4-2-3-1포메이션만 고집하다보니 상대의 다양한 전술에 번번이 무너져 1무2패로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선수들 간에 서로 다른 (경기)체력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은 슈틸리케호에서도 되풀이돼 전술 다변화가 실종된 무색무취의 팀 칼러로 고착됐다.

반면 할릴호지치 감독의 실용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보고서가 브라질 월드컵의 주류로 분석한 빠른 공수전환과 효과적인 역습을 통한 공격적 승부수의 전형으로 평가받았다. 할릴호지치는 2015년 3월 ‘사무라이 재팬’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들과 갈등 속에도 일본이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패스축구’의 한계를 깨는 빠른 역습의 ‘효율축구’를 정착시켜 6회 연속 본선행을 이끌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석코치,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거친 케이로스 감독은 금세기 아시아국가 최장수 축구대표팀 감독. 7년째 페르시아 전사들을 지휘하면서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자신만의 팀 칼러로 완성시켰다. 이번 최종예선에선 9경기 연속 무실점에 최소 2실점팀으로 성가를 높였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비록 1무2패로 1라운드 탈락했지만 준우승국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메시에게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내줄 때까지 90분을 무실점으로 버티는 늪축구로 혼쭐을 냈던 것도 케이로스만의 경쟁력으로 평가받았다.

다행히 신태용 감독은 '전술 다원주의자'라는 점에서는 기대를 갖게 한다. 지난 5월 FIFA U-20 월드컵에서 16강까지 4경기 모두 다른 전술로 다양성을 추구했던 것처럼 공수의 균형을 보장하는 전술 대응력을 다채롭게 안정화시킨다면 한국축구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에 도전해볼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본선에서는 나만의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극단적인 공격축구로 한일전 역전패 등 낭패를 본 적도 있지만 그의 ‘공격 DNA'는 K리그 최다 6회 우승과 두 차례 MVP 수상 시절부터 다져온 ’피치의 지조‘다. 오는 10,11월과 내년 3,5월의 A매치 주간 평가전들을 통해 템포 빠른 공격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2002 월드컵 이후 세계무대에서 강호에 주눅 들던 수세를 극복할 강점이 될 수 있다.  

#05 지향점 셋, 간절해야 ‘원팀’으로 반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태용 감독은 간절한 도전의식을 선수들에게 심어줘야 브라질 월드컵 때 경기력을 결집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FIFA 기술보고서가 주목한 케미스트리로 ‘원팀’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32년 만에 오렌지 군단은 월드컵 결승으로 끌어올린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2015년 8월 사우디에 입성했을 때 ‘그린 팰컨스’들의 자신감이 처져 있는데 주목했다. 조금만 성적이 나쁘면 오일달러로 감독들을 줄줄이 해고하면서 2회 연속 월드컵에 못나가다 보니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다. 

판마르베이크는 선수들에게 ‘기회는 있고 꼭 이룰 수 있다’는 성취의식을 불어넣으면서 모래알같은 조직력과 승부근성을 기르는데 주력했고 최종예선 마지막 날 일본을 꺾고 통산 5번째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사상 최악의 레이스로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턱걸이한 한국축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심리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 그 점은 2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던 염기훈의 고백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팀에 간절함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들어와 보니 맞는 말 같았다. 그래서 내가 대표팀에서 뛸 때 지성이 형, 영표 형에게 배운대로 한 발 더 뛰려고 했다. 어린 후배들에게 그걸 보여 주고 싶었다. 대표팀에서는 소속팀에서 하듯이 뛰면 안 된다. 간절하게 뛰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나도 그렇게 배웠다. 밖에서 보면 대표선수들이 공을 예쁘게 찬다. 그 말은 공을 건방지게 찬다는 거다. 더 간절하게 뛰어야 한다.”

최종예선에서 왜 그토록 무기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에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선수들과 개별 미팅은 물론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진출 때처럼 스포츠심리학적인 지원을 받아 ‘원팀’을 만들 수 있는 강화요인들을 지속적으로 키워갈 필요가 있다. 

‘희생의 아이콘’으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을 입증했던 캡틴 박지성과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무대”라는 지론을 펼쳐온 이영표가 구심점이 돼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했던 2010년 남아공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더욱 간절함으로 뭉쳐야 하는 것이다. 

“월드컵에 못 나가본 게 한으로 남는다”는 신태용 감독으로서도 후회 없는 증명을 위해서는 흐트러진 태극전사들의 혼과 헌신부터 깨우는 일이 실로 중요하고도 시급하다. 

모두가 자성을 통해 결집해야 월드컵 본선에서 등락을 거듭해온 ‘한국축구 8년 주기론’에 따라 반등을 러시아 결전무대에서 한껏 키워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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