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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현대건설 이다영의 '생각대로 되는 배구'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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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현대건설 이다영의 '생각대로 되는 배구' [SQ포커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10.26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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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흥국생명전서 6득점, "감독님께 배워가고 있다"

[수원=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주위에서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께 하나하나 배우려 하고 있어요(웃음).”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수원 현대건설에 가장 크게 바뀐 두 가지를 꼽으라면 이도희 감독 선임과 이것을 들 수 있다. 바로 세터 이다영(21)의 주전 도약이다.

시즌을 앞두고 기대만큼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부상 전력도 있고, 프로 4년차임에도 코트를 오래 밟진 않았기 때문에 경기 운영이 미숙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 이다영(왼쪽 두번째)이 25일 흥국생명전 도중 황민경(오른쪽)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하지만 이다영은 시즌 초반부터 이런 시선을 확실히 거둬들이고 있다. 비시즌 이도희 감독의 강훈련을 견디며 기량을 끌어올렸고, 이를 코트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현대건설의 개막 3연승에는 분명 이다영의 공이 큰 지분을 차지한다.

이다영은 25일 인천 흥국생명과 2017~2018 도드람 V리그 홈 개막전에서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를 3개씩 잡으며 6득점을 기록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3연승, 승점 7을 확보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이다영은 물 만난 고기와 같았다. 어느 곳으로 공을 배분해도 통했다.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흥국생명의 중앙을 잘 파고들었다. 미들 블로커 김세영이 83.33%, 양효진이 38.46%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좌우 날개 공격수들의 정확도도 높았다. 엘리자베스가 공격 성공률 56.75%, 황연주가 46.66%를 각각 찍었다. 팀 전체 공격 성공률도 50.59%로 흥국생명(27.68%)의 두 배에 달했다.

고비 마다 나온 블로킹도 일품이었다. 180㎝의 장신인 이다영은 점프력도 좋아 이따금씩 날개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를 차단했다. 이날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의 공격을 막고 기뻐하기도 했다. 경기 후에 취재진과 만난 이다영은 “지난 시즌에는 많이 못 잡았는데, 올해는 두 개를 잡아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올 시즌 컵 대회부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저 감독님께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며 쑥스러워했다.

▲ 이다영이 25일 흥국생명전에서 점수가 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이때 이다영과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양효진이 한마디 했다. “원래 재능과 끼를 가지고 있던 선수다”라며 말문을 연 양효진은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도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놀랐던 건 내가 대표팀에 다녀오고 나서 보니 짧은 시간인데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이어 “주전으로 뛰는 첫 시즌이라 마음에 부담도 되고 어려울 수도 있는데, 요즘 보면 오히려 즐기면서 하는 것 같다. 지금도 짧은 시간에 이만큼 늘었지만, 한 단계 올라서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이다영도 지금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매 경기가 끝나면 감독님과 풀 영상을 보며 어떤 점이 잘 됐고 안 됐는지 공부한다”며 자신의 경기 운영을 복기한다고 했다.

이날은 이다영의 생각대로 배구가 됐지만, 시즌은 길다. 좋은 날이 있으면 안 좋은 날도 있기 마련. 특히 이다영에게는 체력이 떨어지는 시즌 막판이 고비가 될 수 있다.

그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프로 데뷔 후 풀타임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이다영은 “앞으로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주전급 세터로 일취월장한 이다영이 세터 출신인 스승 이도희 감독만큼의 명성을 얻을 수 있을까. 이다영이 장차 대형 세터로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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