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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심을 향한 끈기, 배우 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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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심을 향한 끈기, 배우 신상민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2.05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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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뮤지컬 '뮤직쇼 웨딩'의 문을 여는 역은 '웨딩플래너'다.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이 연출한 이 작품은 대사가 없는 논버벌(non-verbal) 퍼포먼스다.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 대만, 태국, 홍콩 등 외국에서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고, 세계 최대의 공연 축제인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도 공연한 바 있다.

웨딩플래너 역을 맡은 배우는 이 '뮤직쇼 웨딩'을 3년째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배우 신상민(32)이다. 2005년 데뷔해 올해로 데뷔 10년차. 연기 10년차를 맞은 소감은 어떨까? "지나온 시간이 전혀 실감나지 않고, 이제 막 시작한 것 같다"는 신선한 배우, 신상민을 만났다.

 

[스포츠Q 글 오소영·사진 최대성 기자] '뮤직쇼 웨딩'은 신상민에게 "'터닝 포인트'같은 작품"이다. 이전 출연작에서는 큰 역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명 뮤지컬 '그리스'를 비롯해 어린이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을 해 오며 그는 차근차근히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뮤직쇼 웨딩'을 만나 제 이름으로 작품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지금 공연 중인 '뮤직쇼 웨딩' 이야기로 시작해 그와 여러 대화를 나눴다.

◆ 3년차 공연 중인 '뮤직쇼 웨딩', 신상민의 '터닝 포인트'

'뮤직쇼 웨딩'은 대사 대신 배우들이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직접 악기도 연주하는 논버벌 퍼포먼스다. 신상민은 이 공연으로부터 '노래의 힘'을 더욱 깨달았다.

"노래가 가진 힘은 어디서나 통하는 것 같아요. 한국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퍼햅스 러브(Perhaps Love)', 브루노 마스의 '매리 유(Marry You)' 같은 곡들도 있거든요. 따뜻하고 잔잔한 곡도, 신나는 노래도 있어서 분위기 반전도 되고요."

작년 8월에는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에딘버러 공연리뷰전문 주간지인 '쓰리 윅스(Three Weeks)'에서 별점 5개를 받는 등 좋은 평을 받고 돌아왔다. 또한 대만, 태국, 홍콩 등지에서 공연하며 해외 팬들도 적잖게 생겼다. 이때 공연을 접한 팬들은 한국에 찾아와 다시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고, 입소문을 타 외국 관객들이 와 공연을 보기도 한다.

"제가 '한류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배우들과 하는 한국 작품에 해외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니 뿌듯하기도 해요.(웃음) 관객에 감사한 마음이 큰데, 함께 사진 찍는 것밖에 못 해드려 아쉬워요."

▲ '뮤직쇼 웨딩'에서 웨딩플래너 역으로 공연 중인 신상민.[사진=민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공연에 필요하다면 뭐든지! 3일만에 가능하게 된 색소폰 연주 

'뮤직쇼 웨딩'에서 신상민이 연주하는 악기는 색소폰이다. 불어서 소리를 내는 데만도 적잖은 힘이 드는 악기인데, 사실 이 작품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그는 색소폰을 불 줄도 모르는 상태였다.

"'뮤직쇼 웨딩'의 시즌2를 시작하면서 각자 악기를 하나씩 연주하는 것으로 구성을 바꿨어요. 그런데 함께 공연하는 친구들 중에 저만 악기를 다룰 줄 몰랐어요. 다른 친구들은 드럼이나 트롬본을 전공한 상황이었죠. 그러다 아버지께서 취미로 배우셨던 색소폰 생각이 났어요."

신상민의 부친은 취미로 색소폰을 배워 동네의 7080 라이브 카페에서 연주하기도 했던 것. 색소폰으로 악기를 정하고 하루종일 연습한 끝에 3일만에 애니메이션 '개구리 왕눈이'의 OST 등 간단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시즌2의 출연자를 선발하는 오디션장에 들어가 연주하니 다들 놀랐다.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던 사람이 3일만에 해 왔으니 다들 놀랐나 봐요. 제가 색소폰을 가져온 걸 보고 '멋 부리려고 들고 온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후로 색소폰은 신상민이 연기하는 웨딩플래너의 상징같은 것이 됐다. 3일만에 악기 연주가 가능하게 될 정도로 끈기있는 근성은, 운동선수를 꿈꿨던 학창시절과 연관된 듯 보였다.

▲ 에딘버러 페스티벌 공연 차 찾은 영국에서. [사진=민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육상선수 꿈꿨던 학창시절, "화면발 잘 받겠다" 한 마디에 멋모르고 시작한 연기

신상민은 사실 연기자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이, 육상선수를 꿈꿨던 학생이었다. 6살쯤 태권도를 처음 배웠고, 늘 달리기에서는 1, 2등을 했다. 중3 때는 서울시 멀리뛰기대회에서 3등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 또한 육상을 했던 분이라 자신도 운동을 해야 할 팔자인 줄" 알았다. 고등학교 때는 육상부 특기생으로 합숙 훈련을 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구로동부터 목동까지 달리기 연습을 하며 지냈다.

그러나 당시 훈련이 너무나 힘들었고,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운동을 위해 지원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대학을 못 갈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신상민은 운동선수의 길 대신 체대 입시를 준비하려 했다.

그러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연기를 접하게 됐다. 평소 아버지와 친목 모임을 가졌던 친구 분들이 건넨 한 마디로부터였다.

"'상민이는 얼굴이 작아서 화면발이 잘 받겠다. 연기자 시키면 좋겠다'는 말이 시작이었어요. 아버지께서 그 말에 혹하셨나봐요.(웃음) '너 연기해볼래?' 하셨는데, 저도 호기심이 많은 성미라 한번 해볼까 싶더라고요. 아무 지식이 없는 상태였어요. 어떤 장르,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탤런트'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연극영화과 입시 준비를 시작했죠."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수두를 앓았어요. 때마침 병원 파업 기간이라 꼼짝없이 집에서 앓았는데, 가려워서 긁었던 자국이 얼굴에 많이 남아 있어요. 연기를 하게 될 줄 알았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웃음)"

남들보다 늦게,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친구들보다 정극 연기나 발성은 부족했지만, 운동을 했던 덕에 춤 동작을 익히거나 아크로바틱에는 능했다. 대학에는 합격했지만 합격 순간마저도 아찔했다.

"'예비 21번'. 아직도 그 숫자가 기억나요. 추가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지하 건물에 있었는데, 통화가 제대로 안 되고 중간에 끊겼어요. 느낌이 심상치 않아서 밖으로 나가 다시 전화를 했죠. 나중에 알고보니 22번까지 붙었더라고요. 전화를 못 받았다면 불합격했을 수도 있었던 거죠."

 

◆ 대학 들어와서 처음 접한 뮤지컬, 관객 앞에서 느낀 연기의 맛

거의 꼴찌로 대학에 들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신상민은 동기들과 어울려 놀기보다 선배들의 공연 준비를 돕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던 중 학과에 뮤지컬 동아리가 생겼다. 지금은 안무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선배 오재익을 주축으로 만든 모임이었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뮤지컬을 배우고, 학과 수업을 들은 후 저녁에는 아침에 배운 것을 다시 연습하는 일정이 이어졌다. 신상민은 연습한 춤과 노래를 기업 축하 공연이나 학교 축제 무대에서 선보이며 뮤지컬의 재미를 알게 됐다.

"사람들이 제 공연에 박수를 쳐 주는 것에서 감동이 왔어요. 이후로 학교에서 연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됐죠."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해 홍지민, 조정석, 김산호 등 유명 뮤지컬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연기했다.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대학교 때 교수님께서 제가 뮤지컬을 하는 걸 반대하셨어요. '너는 노래를 못 하니 안무 쪽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죠. 지금도 훌륭하진 않지만, 그때는 발성도 좋지 않고 목이 쉽게 쉬었거든요. 그런데 이미 저는 뮤지컬이 너무나 재밌는 상태였죠. '2년만 해보고 안 되면 말씀대로 하겠다' 했어요. 그런데 막상 2년을 해보니 뮤지컬을 맛보기에는 너무 짧았어요. 그렇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여전히 그는 데뷔 때처럼 신선한 열정으로 작품을 대한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많은 장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한 장면 장면을 위해 2~3개월 동안 연습하고, 관객에게 박수받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뮤지컬 무대뿐 아니라 연습 순간도 너무나 행복해요. 땀흘린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이 오죠.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인사할 때 참 좋아요."

 

◆ 신상민의 연기관 "진심", 3년차 같은 공연에서는 전문성 쌓기도

그가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심'이다. 많은 선배들을 보며 다짐한 것이다.

"연기에 진심이 있다면 눈빛 하나만으로도 내용을 표현하고,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더군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관객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어요. 조급해하기보다는 지금 내공을 쌓아서, 나중에는 뮤지컬, 영화, 드라마, 다방면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하나. 그는 '뮤직쇼 웨딩'에서 3년차 연기하며 느낀 점이 있다. 보통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작품을 하는 것에 비해, 그는 비교적 오래 한 작품을 계속 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의 소신이 있었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턴엔드에서는 한 배우가 하나의 작품을 굉장히 오래 해요. 한 작품을 오래 공연하며 '나만 할 수 있는' 특색을 만든 거죠. 저 또한 같은 공연을 오래 하면서 '어떻게 표현을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좀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러 작품에 출연해야 경력을 쌓는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그것 역시 좋은 경험이지만, 여러 회사를 다녔다고 해서 늘 좋은 경험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3년간 '뮤직쇼 웨딩'을 하면서 함께 하는 멤버들과 환경이 바뀌었어요. 저도 나이가 들어 막내에서 형이 됐고, 이젠 나름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위치가 됐죠. 내 위치와 주변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에서도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요."

[취재후기] 힘든 훈련을 거쳤던 학창시절부터 3년간 같은 공연을 하는 지금까지. 신상민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끈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얼굴에는 고된 삶의 흔적(?)보다는 순수함과 열정이 더 크게 담겨 있었다. 상당한 동안이고,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신나는 마음이 작은 얼굴 위에 감돌았다. 신상민을 만나 보려면 공연장을 찾으면 된다. 뮤지컬 '뮤직쇼 웨딩', 서울 마포구 서교동 뮤직쇼웨딩전용극장, 오픈 런 공연.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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