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인터뷰] '빅매치', 이정재가 '런닝맨'이 된 까닭
상태바
[인터뷰] '빅매치', 이정재가 '런닝맨'이 된 까닭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1.28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0자 Tip!] '도둑들', '신세계', '관상'. 최근 출연한 작품을 연이어 흥행시킨 배우 이정재(41)는 요즘 '흥행보증수표'로 불린다. 그런 그가 영화 '빅매치'로 코믹‧액션에 도전했다. '빅매치'에서 이정재는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격투기 선수 최익호로 분해 원톱 연기를 펼친다. 그동안 굵직한 누아르에 출연해온 그가 본격적인 액션 연기는 처음 선보인 것. 여러모로 이정재에게는 여러 도전을 하는 작품이다.

"제 나이에 이런 역할은 이제 못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죠."

[스포츠Q 오소영 기자] '빅매치'에서 이정재는 악당 에이스(신하균 분)에게 납치된 형 영호(이성민 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형을 구해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익호는, 흡사 '런닝맨'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전력질주한다.

"작품을 찍을 때 보통은 힘 조절을 하기 위해서 처음에 80%의 에너지를 쓰고 중후반부에 다다르면 점차 90%. 100% 식으로 늘려나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100%로 달렸던 것 같네요. 좀더 보여드려야 할 장면에서는 110~120%까지 안 나오는 힘까지 짜냈죠."

 

◆ 격투기 선수 익호의 몸으로 산 1년

"실제 격투기 훈련을 보러 갔는데, 3시간 동안 쉼 없이 연습하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스무 명 정도가 운동을 같이 하는데, 뜨거운 땀으로 이뤄진 수증기가 지하 운동실을 가득 메워요. 평소 이 강도의 운동을 거친 후 링에 올라간다는 걸 알고 나니 참 대단해 보이더군요. TV에서 보는 경기 장면과는 참 다른 모습들이잖아요."

세상의 많은 부분에는, 실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 그가 본 격투기 선수들의 삶이 그랬고, 이정재 또한 '빅매치'의 격투기 선수 익호의 몸이 되기 위해 6개월간의 훈련과 식사를 거쳤다. 이후 촬영하는 5개월 동안에도 익호의 몸으로 살았다.

"눈 뜨면 고단백질 식품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 운동을 하고, 또다시 먹다가 잠들었죠. 화면에 보여주기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참 고통스러웠어요. 이 한 장면을 보여드리기 위해 몇 개월간 고생을 하는거니까요. 이제 웬만해서는 안 벗으려고요.(웃음)"

◆ '빅매치' 액션과 코믹의 만남, '한국형 생활 액션' 

촬영 전 훈련 기간에는 몸을 가꿀 뿐 아니라, 무술 동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감독과 함께 나누고 구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경찰서 도주 장면'이나, 이정재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 영화에 넣은 '경찰서 형광등 장면'도 이 때 나왔다.

많은 액션 영화들과 '빅매치'가 다른 점은, '빅매치'에는 좀더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생활 액션'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아저씨',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작업한 박정률 무술감독과 의논했다. 무겁고 어두운 느낌의 액션이 아닌, 어두움을 최대한 배제하고 유머러스한 동작을 디자인했다.

 
 

"'한국형 액션'은 과하지 않으면서 사실적인 액션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이를 기반으로 해서 유머를 많이 입혔죠. 브루스 윌리스나 성룡의 영화를 봤던 기억을 감독님께 말씀드리기도 했고요."

액션과 유머의 결합은 쉽지 않을 듯했다. 두 요소가 어울리지 않거나, 우스워보이기만 할 경우는 영화의 몰입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납치된 형을 구하고 범인을 응징하겠다는 설정에서, 액션에 유머 코드를 가미한다는 게 쉽진 않았어요. 하지만 익호가 너무 심각하면 영화도 무거워지니까요. 동작에 유머를 주고 캐릭터의 감정에는 심각함보다는 상황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부각시켰죠."

액션의 느낌이 가볍고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촬영이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구르고 넘어지다보니 타박상이나, 약간의 골절은 늘 달고 있었다. 때문에 액션 영화를 찍는다고 하자 절친한 친구 정우성은 무엇보다도 "부상 조심하라"는 조언을 했다. 그 자신도 '놈놈놈', '신의 한 수' 등에서 팔 골절이나 잔 부상을 달고 살았기에 한 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어렵지 않나?' 말을 들으면 더 승부욕이 생겨서" 극중 액션 중 90% 이상을 직접 소화한 결과, 어깨에 심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회전근개'라고, 오른쪽 어깨의 힘줄이 찢어졌어요. 팔을 앞으로 뻗는 건 되는데 숟가락을 위로 드는 것처럼 위쪽으로 움직이는 게 안 됐어요. 원래 오른손으로 해야 할 동작을 왼손으로 바꿔 연기하기도 했죠. 시간이 지나면 근육이 뭉치는데 그러면 동작이 더 힘들어지거든요. 가만 있어도 욱신욱신하고."

이렇게 몸을 아끼지 않은 액션은 '빅매치'를 가득 채운다. 축구 경기장, 서울역 등에서 이정재는 '날아다닌다'.

 

◆ '남자 영화'의 대표주자, 코믹함으로 돌아오다

'빅매치'에서는 이정재의 액션은 물론, 그의 코믹한 모습도 오랜만에 볼 수 있다. 익호는 유쾌하고 허술한, 어딘가 귀여운 캐릭터다. 노래방에선 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인다. 이정재에게 코미디 연기는 2003년의 '오!브라더스' 이후 오랜만이다. 최근의 이정재는 주로 '남자 영화'에 출연하며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연기했다. 그는 '코미디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미디 연기는 쉽지가 않아요. 그런 재능은 타고 나는 것 같아요. 제가 딱히 가미한 부분은 없어요. 그저 황당한 상황에서 제 리액션을 잘 살리면 웃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괜히 뭔가를 잘못 넣었다가는 덜 웃길 것 같아서요.(웃음)"

자신은 리액션에만 충실했다는 것. 대신 이정재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제가 좀더 재밌게 연기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많이 안 웃기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다른 배우 분들이 재밌게 연기하셔서. 김의성 선배, 이성민 선배, 신하균 씨와 라미란 씨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함께 호흡을 맞춘) 보아 씨도 매번 연습을 열심히 하고 촬영장에 왔어요. 테이프를 여러 번 간다든가 찍기 어려웠던 장면도 전혀 없었죠. 영화를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 주신 것 같아요."

 

◆ 어느새 빠져나온 슬럼프, 보다 긍정적으로

'도둑들', '신세계', '관상'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이정재는 '제2의 전성기'라고 불리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데뷔 때부터 '청춘스타'로 유명했던 그지만, 그에게도 주춤한 기간이 있었다. 그의 슬럼프는 연기의 공백이 있었던 2005년부터 2008년 쯤이었다.

"영화 '태풍'을 찍고 좀 남성적인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의 시나리오를 찾을 수 없었고 시나리오를 너무 고르다 보니 좋은 작품들을 많이 놓쳤죠.

내가 원하고 기다린다고 해서 기회가 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도적으로라도 내 욕심을 버리고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하녀'를 찍었죠. 그 이후부터는 쉬지 않고 일을 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슬럼프에서 빠져나왔더군요."

욕심은 버리되 작품은 열심히. 쉬지 않는 배우 이정재는 그런 태도로 슬럼프를 스스로 극복했다. "요즘엔 익호처럼 좀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도 한다. 마흔에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생긴 변화다. 이런 모습은 캐릭터와 닮기도 했다.

"예전에는 같은 상황에서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눈에 더 띄었어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할까?' 싶었는데 이제는 좋은 모습만 보려고 해요."

[취재후기] '빅매치'의 예상 성적을 묻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건 조금씩 느는 것 같은데, 흥행 감에 대해선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흥행보증수표'라는 말은 참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다만, 배우로서 반드시 흥행에 대한 책임감은 있어요. 스태프들의 고생은 물론이고, 투자하신 분들도 있는 거니까요."

'투자자'까지 언급하는 배우는 오랜만이다. 이런 책임감으로 이정재는 연기에 임하고, 구현된 장면들은 관객을 열광시킨다. 연이은 흥행은 그의 이런 책임감이 빚어낸 것이 아닐까.

[사진제공=호호호비치]

ohso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