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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SK 최준용 감동 팬서비스, 바르셀로나 메시-맨유 포그바 부러우랴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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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SK 최준용 감동 팬서비스, 바르셀로나 메시-맨유 포그바 부러우랴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2.21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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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늘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경기 후 소감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팬이 있어 프로스포츠가 운영되니,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게 꼭 당연하지만도 않은 게 세상이다. 올해만 해도 국내 프로스포츠 역대 최다인 84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팬서비스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이 있다 보니 오히려 그 소중함을 잊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 서울 SK 최준용(왼쪽)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은 팬을 위해 자신이 신던 농구화를 선물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 이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지며 많은 농구팬들이 감동을 받고 있다. [사진=이상섭 씨 제공]

 

그렇기에 팬들을 살뜰히 챙기는 스타들이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최근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30)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폴 포그바(24)의 사례가 그렇다.

최근 바르셀로나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감동적인 스토리가 전해졌다. 장애를 앓고 있는 누진이라는 바르셀로나의 열렬한 팬인 한 소녀가 홈구장 캄프 누를 찾은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바르셀로나의 선수단 버스 기사가 누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구단 버스를 끌고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구단 버스에 올라타자 헤라르드 피케가 그를 반기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누진은 “축구 경기장에 가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더없이 기쁘다”고 감격에 겨워했다.

긴 시간을 달린 버스는 드디어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 누에 도착했고 조세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이 직접 반겼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경기를 직접 관전할 수 있었다.

이후 여러 스타들이 그녀를 찾아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건넸고 리오넬 메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도 사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격려와 축하의 말을 건넸다.

누진은 자신을 데려다준 버스 기사에게 “정말 고맙다. 인생에서 손꼽을 만한 여정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 바르셀로나는 구단 선수단 버스를 활용해 누진(왼쪽에서 5번째)이라는 한 소녀를 캄프 누에 초청했다. 리오넬 메시는 이 소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다. [사진=바르셀로나 공식 트위터 캡처]

 

포그바도 마찬가지다. 포그바는 추운 겨울 산타로 변신했다. 마케토니아 스콥제의 야니라는 소년에게 위해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다. 야니는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축구팀의 주장으로서 골키퍼로 활약하는 등 밝게 살아가고 있다. 포그바는 야니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자신의 친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선물했다.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든 야니는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물 정말 고맙다. 언젠간 나도 당신처럼 플레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포그바의 전매특허인 댑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그러나 ‘산타’ 포그바의 선물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는 “잘 지내니 야니. 나는 네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며 “셔츠 선물은 고마워할 것 없다. 오히려 내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준 너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네가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맨유 홈 올드 트래포드에 초청하고 싶다”며 “빠른 시일 내에 볼수 있기를 바란다”고 만남을 기약했다.

메시와 포그바가 왜 세계적인 스타인지를 잘 보여주는 팬서비스 사례다. 이름값은 그들이 미치지 못하지만 팬을 향한 마음만큼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 스타가 있다. 서울 SK 나이츠의 최준용(23)이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폴 포그바(왼쪽)는 자신의 팬인 마케도니아 소년 야니에게 유니폼 선물과 함께 홈구장 초청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야니는 기쁨에 겨워했다.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감동적인 사연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자신이 담당하는 중증장애인 이준수(29) 씨가 SK의 홈구장 잠실 학생체육관을 찾아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연은 이랬다. 이준수 씨는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야 하는 가운데서도 SK 나이츠의 홈구장을 빠지지 않고 찾는 SK의 광팬이다. 지난 14일 인천 전자랜드와 홈경기에도 어김없이 활동지원인 이상섭 씨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고 경기 후 야근을 하고 있던 글 작성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현장에서 감격에 겨워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고. 경기 후 선수들이 버스타러 오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휠체어를 이끌고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광경을 본 최준용이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함께 사진을 찍어줬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보통은 사인 혹은 사진 정도로 끝났을 수도 있겠지만 최준용은 당일 착용했던 농구화를 선뜻 이준수 씨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흔히 팬들에게 선수가 사용했던 신발, 유니폼 등은 그 가치가 더 크기 마련이다.

글 작성자는 끝에 “고려대 출신이라서 그런지 연세대 출신 최준용 선수에 대해 심드렁했엇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 팬이 되어버릴 것 같다”며 “이러한 팬서비스 하나 하나가 당사자에게는 평생추억거리 및 엄청난 자랑거리와 기쁨이 된다. 최준용 선수가 이 글을 볼 수는 없겠지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적었다.

이준수 씨와 동행했던 이상섭 씨는 스포츠Q와 전화인터뷰에서 “언어장애가 있어 직접적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전달하기는 어려웠지만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르고 온몸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며 “준수가 그날 내내 너무 기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평소 가장 좋아하던 문경은 감독, 김민수와도 기념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최준용(오른쪽)은 때론 과격한 몸싸움 등으로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팬서비스 정신만큼은 대다수의 팬들을 감동시켰다. [사진=KBL 제공]

 

크게 주목받을 게 아니라는 SK 홍보팀의 입장이다. 스포츠Q와 전화인터뷰에서 홍보팀 관계자는 “준용이 뿐 아니라 선수들 대부분 스포테인먼트를 내세우는 팀 방향성과 맞게 팬서비스을 중요시한다”며 “김선형은 꾸준히 중증 장애인센터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준용이도 이러한 팀 분위기에 맞게 자연스럽게 행동한 것이다. 늘 팬들께 감사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최준용은 “경기 끝나고 나가는데 그분께서 추운데도 반갑게 웃어주셔서 고마움에 농구화를 드렸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몸도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응원해 주시는데 그 순간 해드릴 게 그것밖에 없어 흔쾌히 농구화를 드렸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팀을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준용은 흔히 ‘코트의 돌+I’라고 불린다. 승부욕이 강해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자칫 건방져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벤치에 앉아 있을 때도 동료들의 플레이에 관중처럼 환호하고 인터뷰에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언 등을 일삼으며 범상치 않은 선수로 팬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분명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일부 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낙인이 찍혀 있는 선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팬을 위한 마음은 누구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프로는 팬들이 있기에 생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팬들의 소중함을 모르는 경우가 더러 보이곤 한다. 당연한 것임에도 위해주는 마음을 확인할 때 팬들은 감동을 받는다.

메시와 포그바처럼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춰야만 프로의 자격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선수로서 기본적인 실력은 당연히 갖춰야하겠지만 뛰어난 팬서비스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마음은 열린다.

그럼에도 뛰어난 팬서비스를 보이는 스타들을 찾아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준용의 행동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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