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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부 망친 '연속 판정논란', KB손보 승점은 어디서 보상받나?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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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부 망친 '연속 판정논란', KB손보 승점은 어디서 보상받나? [SQ이슈]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12.20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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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선수가 지배해야 할 경기를 심판이 지배했다."

"오늘의 MVP는 심판이었다."

배구 팬들이 단단히 뿔났다. 심판들이 연달아 오심을 저질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배구 기사에는 경기 자체에 대한 내용보단 심판진의 판정을 꼬집는 팬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심판진의 연속 판정 논란과 안일한 대처에 배구 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 권순찬 감독(왼쪽)이 이강원의 네트 터치 판정에 대해 이광훈 부심(오른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한국전력과 의정부 KB손해보험의 V리그 3라운드 맞대결. 중‧하위권에 처진 팀들끼리 매치업이었기에 두 팀 모두 1승이 절실했다. 그런데 세트 막판에 잇따라 오심 논란이 불거져 경기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그것도 매번 KB손해보험에 불리한 판정이 내려졌다.

2세트가 첫 시작이었다.

1세트를 따낸 KB손해보험은 2세트에도 18-23에서 21-23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발휘했다. 여기서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가 오픈 공격을 성공해 1점차까지 추격하는 듯 했다.

헌데 여기서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알렉스 공격 이전에 이강원이 블로킹하는 과정에서 네트 터치를 했다는 것. 곧바로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고, 여러 차례 리플레이를 돌렸다. 어창선 경기감독관과 유명현 심판감독관은 한국전력의 손을 들어줬다. 이강원의 네트 터치를 선언한 것.

하지만 해당 장면을 자세히 보면 이강원이 블로킹을 뜨기 전부터 네트가 미세하게 출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강원의 머리카락이 네트 상단의 백테에 닿긴 했지만 규정 상 네트 터치가 아니다.

 

▲ 네트 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강원(왼쪽)과 심판의 판정이 억울한 권순찬 감독(가운데). [사진=KOVO 제공]

 

국제배구연맹(FIVB)이 2015년 새롭게 추가한 룰인 ‘선수 머리카락에 의한 네트 접촉’에 따르면, 선수의 머리카락이 네트에 엉킨 경우처럼 상대가 볼을 플레이하는 것에 방해가 됐다거나 랠리가 중단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반칙이 된다.

아울러 FIVB룰 배구 규칙 11.3 ‘네트의 접촉’의 1항에도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은 것이라면 선수가 네트를 접촉해도 반칙이 아니다’라고 나와 있다.

이 항목들을 적용해 보면 이강원의 머리카락 네트 터치가 판정을 뒤바꿀만한 근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22-23이 돼야 할 점수가 21-24가 됐고, KB손해보험은 듀스 끝에 24-26으로 졌다.

 

▲ 양준식의 네트 터치에 대해 이광훈 부심(왼쪽)에게 항의하는 KB손해보험 주장 이선규(오른쪽). [사진=KOVO 제공]

 

논란의 장면은 3세트에도 나왔다.

20-20으로 양 팀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한국전력 전광인이 서브를 넣었고, KB손해보험 황두연의 리시브가 길게 넘어갔다. 이에 한국전력 이재목이 두 손으로 공을 넘기려 했다. 이를 KB손해보험 양준식이 블로킹으로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진병운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이재목의 캐치볼 범실을 지적하며 KB손해보험의 득점을 인정했다.

한국전력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양준식이 블로킹 과정에서 네트 터치를 했다는 것. 하지만 느린 화면으로 보면 이재목의 캐치볼이 먼저였고, 뒤이어 양준식의 유니폼이 네트를 건드렸다. 그러나 어창선 경기감독관은 양준식 네트 터치를 이유로 ‘오심’을 선언, 한국전력에 점수를 줬다.

KB손해보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권순찬 감독은 강하게 항의했다. 캐치볼이 먼저 발생했고 주심도 최초 캐치볼로 판정했는데, 어떻게 이후 일어난 네트 터치 비디오 판독을 받아들여 점수를 정정할 수 있느냐는 것.

그러나 권 감독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진병운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KB손해보험은 비디오 판독으로 1점을 잃은 뒤 벌칙으로 헌납한 1점까지 더해 총 2점을 빼앗겼다. 결국 3세트도 듀스까지 간 끝에 한국전력이 29-27로 가져갔다. 해당 영상 클립은 포털사이트 메인에 게재됐고, 4만회가 넘는 조회수에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 진병운 주심(사진)이 3세트 도중 권순찬 감독에게 레드카드 벌칙을 내리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심판진은 경기가 끝난 4세트 후반에도 석연찮은 판정을 내렸다.

KB손해보험은 4세트에서 우위를 점하며 21-17 리드를 잡아 판정 악몽을 씻어낸 듯 했다. 하지만 펠리페 안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에게 3연속 서브 에이스를 맞아 동점을 허용, 급격히 흔들렸다. 결국 22-22에서 손현종의 퀵오픈이 안우재에게 걸리며 역전 당한 끝에 패했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판정 논란이 일었다. 22-23에서 KB손해보험 하현용이 전광인의 스파이크를 막으며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광훈 부심이 네트 터치를 선언했다. 느린 화면에서는 하현용이 네트를 건드리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에 KB손해보험은 또다시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동엽 코치가 4세트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 네트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하현용(오른쪽)에게 네트 터치 파울을 선언하는 이광훈 부심. [사진=KOVO 제공]

 

실력에서 밀려 졌다면 억울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KB손해보험 입장에선 매 세트 승부처에서 심판 판정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권순찬 감독은 “우리가 좀 더 잘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죄송하다”고 했지만 연이은 오심 논란에 뿔난 배구 팬들은 “죄송해야 할 쪽은 심판진과 경기감독관, 심판감독관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승점을 앗아간 판정 논란. 배구 팬들의 원성이 워낙 거세게 일고 있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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