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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즈벡전 졸전 김봉길, 베트남 열광케 한 박항서와 차이는? [2018 AFC U-23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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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즈벡전 졸전 김봉길, 베트남 열광케 한 박항서와 차이는? [2018 AFC U-23 챔피언십]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1.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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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두 사령탑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린 하루였다.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지만 김봉길(52) 한국 감독은 정반대였다. 이 둘의 차이를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우즈벡)과 24일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1-4로 대패했다. 그야말로 굴욕적인 결과다.

물론 스코어 자체는 가능할 수 있다. 후반 동점골을 넣은 상태에서 장윤호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됐기 때문.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왼쪽)과 김봉길 한국 U-23 대표팀 감독. 23일 각각 치른 준결승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사진=AFC 공식 페이스북 캡처]

 

반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카타르를 맞아 연장까지 2-2로 승부를 가르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골키퍼의 선방 속에 5-3 승리, 결승행을 이뤄냈다. 동남아 축구 사상 처음으로 이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5백을 내세워 수비를 탄탄히 했다. 카타르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박항서 감독은 과감히 칼을 빼들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수에 변화를 주더니 16분엔 중앙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했다. ‘총공격 모드’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홍명보를 빼고 공격수 차두리를 넣었던 용병술을 떠올리게 하는 승부수였다. 당시 코치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항서 감독의 경험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베트남은 후반 24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42분엔 다시 한 번 실점했지만 1분 만에 다시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선 결실이 없었지만 선 수비 후 역습 작전을 통해 카타르를 위협했다. 승부차기에서도 두려움이 없었다. 수비에 중심을 둔 축구를 펼치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미리 승부차기를 철저히 준비한 듯 했다. 앞서 치러진 이라크전에서도 베트남은 승부차기를 통해 4강에 진출했다.

베트남 선수들은 발기술과 짧은 패스 축구, 스피드가 강점인 반면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다. 객관적 실력에서도 상대국들에 밀린다. 박항서 감독은 이를 잘 파악했고 부임 50여일 만에 베트남에 가장 잘 맞는 옷을 입혔다.

 

▲ 한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빨간색, 파란색)이 23일 우즈베키스탄과 2018 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실점하고 있다. [사진=AFC 공식 페이스북 캡처]

 

김봉길 감독은 달랐다. 취임 시기는 비슷했다. 오히려 더욱 빨랐다. 김봉길 감독은 지난해 9월 말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아시아의 강호 한국은 조별 리그 첫 경기부터 베트남에 선제골을 내주는 등 고전했고 졸전 끝 2-1 승리를 거뒀다. 약체인 시리아를 상대로는 공격에 해법을 찾지 못하며 득점 없이 비겼고 3-2로 꺾은 호주전도 신통치 않았다.

물론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 김민재(전북 현대)와 같은 핵심 전력이 빠진 탓은 있었다. 반면 베트남은 A대표팀보다 U-23 대표팀에 더욱 많은 기대를 쏟고 있고 이러한 상황 속 아낌없는 투자를 받으며 이 대회에 나섰다. 멤버도 정예였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이토록 힘겨운 싸움을 펼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한국은 우즈벡을 상대로도 확연히 나아진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다. 장윤호가 퇴장 당한 시점은 후반 29분. 그러나 한국은 이전까지도 계속 끌려다녔다.

교체 카드 사용도 아쉬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윤승원을 김문환으로, 장윤호의 퇴장 이후에는 수적 열세 속 최재훈 대신 조유민을 투입했다. 큰 효과를 보진 못했지만 납득이 가는 교체였다. 그러나 1-1로 맞선 연장 전반 공격수 한승규를 빼고 수비수 고명석을 투입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끌려가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발기술이 좋은 한승규는 역습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김봉길 감독은 마치 미리 승부차기를 염두에 둔 듯한 교체를 했고 그럼에도 이후 3골을 내주며 굴욕적인 결과를 받아들였다.

핑계를 댈 수 없는 졸전이고 처참한 결과였다. 가장 중요한 무대는 오는 8월 참가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군 면제 혜택을 위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권창훈(디종), 석현준(트루아) 등이 와일드카드로 참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중요한 건 기본 틀을 이루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팀을 꾸리느냐다. 카타르와 3,4위전에서 자존심 회복이 필요한 김봉길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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