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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박지성 12년 뜨거운 우정, 친구 향한 그 특별한 한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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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박지성 12년 뜨거운 우정, 친구 향한 그 특별한 한국행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02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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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나는 바보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둘도 없는 사이가 된 파트리스 에브라(37)와 박지성(37)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말이다. 과거 박지성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박지성이 에브라를 골탕 먹이기 위해 그를 속여 뜻이 다른 한국말을 알려줬고 에브라는 이처럼 외쳤다.

친구를 향한 에브라의 뜨거운 우정을 두고 ‘바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박지성 바보’ 에브라.

얼마 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박지성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어머니 고 장명자 씨가 영국 런던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고는 지난해 12월 22일 일어났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박지성의 어머니는 지난 11일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복잡한 행정 절차와 시신 운구 문제 등을 처리하느라 귀국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박지성은 지난달 31일에서야 어머니의 시신을 모시고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1일 수원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빈소를 마련해 조문객을 받고 2일 바로 발인했다.

이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에브라였다. 에브라는 1일 빈소를 찾았고 박지성과 그의 아버지 박성종 씨 옆을 지키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고 전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에브라는 발길을 돌리지 않고 2일 발인에도 참석했고 운구에도 동참했다. 보통 매우 각별한 사이이거나 가족들이 이를 함께 하는 것을 생각하면 에브라가 박지성과 얼마나 특별한 사이인지를 알 수 있다.

박지성과 에브라는 맨유 시절 동고동락했다. 처음 만난 건 에브라가 2006년 1월 맨유로 이적해 왔을 때였다. 클럽과 춤, 음주를 즐기는 선수들과 달리 이들은 유쾌하면서도 모범적인 생활을 하며 몰려다녔다. 당시엔 카를로스 테베스까지 삼총사를 이뤘다. 지나칠 정도로 붙어다니는 이들을 보며 질투섞인 시선을 보내는 한편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은 가까웠다. 현지인들만큼은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박지성과 프랑스어를 쓰는 에브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테베스는 많은 말없이도 늘 장난을 쳤고 이들 사이엔 언제나 웃음이 가득했다.

박지성이 2012년 여름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PSV 에인트호번으로 떠난 이후에도 에브라와 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자신들의 지인을 초청해 연 자선 축구 대회에 에브라를 직접 초대하기도 했고 SBS 예능 프로그램에 에브라와 함께 출연해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 2일 에브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박지성과 그의 어머니를 향한 애도의 글을 남겼다. [사진=에브라 인스타그램 캡처]

 

에브라는 박지성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2010년 7월 박지성 유소년 축구센터(JSFC) 개관식에 직접 참여했던 에브라는 2014년 박지성과 신부 김민지 씨의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박지성을 향한 에브라의 뜨거운 마음은 슬플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친한 친구의 슬픈 소식을 들은 에브라는 열일을 마다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장례 절차를 마친 에브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직접 박지성을 위로하는 동시에 故 장명자 씨를 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번역기를 사용한 듯 문맥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영국에서 박지성의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함께 먹으며 그를 어머니처럼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절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가슴 뭉클한 글이다.

이 글과 에브라의 행동은 안타까운 소식 속에서도 축구 팬들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에브라에 대한 응원과 애정을 나타내는 팬들의 댓글도 많이 달리고 있다.

맨유와 유벤투스를 거쳐 지난해까지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에서 활약하던 에브라는 시즌이 진행 중인 현재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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