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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치즈인더트랩' 원작 웹툰과의 싱크로율, 그러나 '영화'로서의 재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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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치즈인더트랩' 원작 웹툰과의 싱크로율, 그러나 '영화'로서의 재미는…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03.13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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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주연 캐릭터들의 '싱크로율', 원작 만화 찢고 나왔다
- 로맨스 코미디에 약간의 스릴러, 장르적 즐거움

DOWN
- 아쉬운 연출과, 끊어지는 서사… 영화적 매력 적어
- 원작보다 강해진 여성 대상 범죄 묘사, 오락으로 괜찮아요?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드라마에 이어 이번에는 영화다.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이 벌써 두 번째 영상화를 맞이했다.

'치즈 인 더 트랩'은 드라마 제작 당시 아쉬움을 많이 자아냈다. 만화 원작과는 달리 평범한 로맨스 코미디가 됐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 싱크로율은 '백 점', 그렇지만 이토록 아쉬운 까닭은

 

화제를 모은 영화 '치인트' 주연 캐스팅 [사진 = 영화 '치즈인더트랩' 캐릭터 포스터]

 

'치인트'는 개봉 전부터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많은 '치인트' 팬들의 가상 캐스팅 1순위였던 박해진, 오연서가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치인트' 웹툰 인기 당시에 유정과 홍설 실사화 캐스팅 제1 후보로 손꼽혔다.

유정 역을 맡은 박해진에 대한 신뢰도 더해졌다. 이미 '치인트' 드라마 판에서 유정선배 역을 맡았던 박해진이다. 이번 영화판에서도 박해진은 유정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홍설 역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주인공 홍설 역을 유쾌하게 소화해냈다. 백인호 역을 맡은 박기웅, 백인하 역을 맡은 유인영 또한 높은 싱크로율로 이목을 끌었다.

캐릭터뿐만이 아니다. 원작 웹툰에서 비중 있던 사건 또한 충실히 재현됐다. 오영곤의 스토킹, 유정과 설의 첫날밤 명대사인 "옷에 뭐 묻었어" 또한 영화화됐다.

그러나 '치인트'가 영화로서 재밌고 잘 만든 영화일까?

많은 리메이크 작품들이 원작을 의식하기 마련이다. 영화 '치인트'도 그랬다. '치인트'는 원작과 드라마, 두 작품을 신경쓰느라 정작 영화만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영화 '치인트'는 원작 웹툰을 충실히 반영하는 캐스팅, 서사로 눈길을 모은다. [사진 = 영화 '치즈인더트랩' 스틸컷]

 

'치인트' 영화 시작과 동시에 시작되는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라고 하기에 다소 부족했다. 영화의 개성과 시작을 알리는 것이 타이틀 시퀀스다. 그러나 '치인트'는 영화의 개성을 알리기보다 웹드라마 같은 등장인물 소개로 타이틀 시퀀스를 사용한다.

영화 '치인트'는 웹툰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스크롤을 내려서 보는 웹툰과는 달리 영화는 각 컷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관객에게 이야기를 설명해야 한다.

영화 '치인트'는 웹툰을 효과적으로 영상화 하기 위해 옴니버스 영화처럼 챕터를 나누는 방식을 선택했다. 각 챕터는 타이틀과 함께 각각의 주제를 관객에게 설명한다. 그러나 '치인트'의 챕터 나누기가 효과적인 연출이라고 할 수 없다. 관객들에게는 챕터가 바뀌는 것이 이야기가 끊긴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만화적 연출을 영화적 연출로 바꾸기 위한 선택은 그다지 영리하지 못했다.

# 원작보다 더 강해진 스릴러, '여성 혐오' 문제 피할 수 있을까

최근 문화예술계의 이슈는 '페미니즘'이다. 여성을 위한, 여성 중심의 작품이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 영화·드라마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어떻게 묘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또한 절실하다.

'치인트' 속에도 여성 대상 범죄가 등장한다. 여성 대상 연쇄 폭력 사건과 스토킹, 리벤지 포르노가 '치인트' 속 스릴러 소재로 차용됐다.

 

[사진 = 영화 '치즈인더트랩' 스틸컷]

 

원작에서는 여성 대상 범죄로 대학가 자취촌을 배회하는 속옷 도둑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범죄의 수위가 강해졌다. 단순한 스토커였던 오영곤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소라넷' 유저를 연상하게 만드는 '몰카충'으로 악역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속옷 도둑도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성 대상으로 폭력을 저지르는 인물로 바뀌었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많았다.

'치인트' 속 여성 대상 범죄의 수위는 높아졌지만 여성 범죄에 대한 깊은 시선이 반영된 건 아니다. 범죄의 대상이 되는 홍설(오연서 분), 보라(산다라박 분)은 남자의 보호를 받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유정의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홍설은 각종 여성 혐오 범죄에 노출된다.

잔혹한 범죄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에 대해 많은 창작자들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보여주기 위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실존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심 없는 태도이며 창작자로서도 게으른 선택이다. 아동 성범죄를 대하는 언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이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아동 성범죄를 대하는 언론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영화에는 강간 장면 묘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아동 성범죄의 끔찍함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하는데 성공했다.

'치인트'는 원작을 의식한 나머지 영화적 매력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여성 대상인 로맨스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깊이 없는 연출 또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원작과 버금갈만한 '치인트' 영상화는 언제쯤 가능한 걸까? 결국 중요한 것은 원작의 완벽한 반영이 아닌 매체 특성에 따른 리메이크가 아닐까?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영화 '치인트'가 유독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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