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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7년만의 컴백홈' 김단비, 미추홀 레전드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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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7년만의 컴백홈' 김단비, 미추홀 레전드를 꿈꾸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06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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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인천서 핫한 도약...AG 우승으로 자신감 충전, 새 연고지 고향서도 '레알신한' 부활 선봉

[300자 Tip!] 인천 출신 스포츠 스타. 어느덧 메이저리그(MLB) 3년차 선발투수가 된 류현진과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진공청소기’ 김남일, 어려운 공도 척척 잡아내는 ‘월드 리베로’ 여오현,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육상에 28년 만에 남자 200m 메달을 선사한 여호수아 등 많은 선수들이 인천 출신이다. 그리고 여자프로농구(WKBL)에서는 김단비(25·인천 신한은행)가 인천 출신 스타플레이어다. 지난해 김단비는 고향 인천과 인연이 많았다. 미추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에 금메달을 땄고 소속팀도 고향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그 어느 때보다 익숙한 환경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그이기에 지금의 활약상이 더욱 빛나 보인다.

[인천=스포츠Q 글 이세영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신한은행을 대표 포워드이자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포워드인 김단비는 인천이 낳은 최고의 여자농구 스타플레이어로 손색없는 선수다.

정확한 슛과 빠른 돌파,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 능력은 시즌이 지날수록 김단비를 완전체로 만들고 있다. 누구보다 코트를 쉴 틈 없이 누비는 탓일까. 김단비의 무릎은 성한 날이 없다. 늘 테이핑이 돼 있는 그의 무릎을 보노라면 팬이 아니라도 짠한 마음을 들게 한다.

▲ 인천을 대표하는 여자프로농구 선수 김단비. 인천으로 연고를 옮긴 첫 시즌, 팀 우승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인천 도원체육관에 걸린 자신의 얼굴 배너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그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벌써 프로 9년차. 김단비는 프로 생활을 한 뒤 많은 고비를 겪었다. 아마추어에 비해 운동량이 많았고 합숙생활에 익숙하지 못해 일찌감치 농구를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선수로서 정점을 달릴 때는 부상이 찾아와 그를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치료와 재활에 매달린 김단비는 소속팀의 다섯 차례 우승을 이끌었고 두 차례 ‘베스트 5’에도 들었다.

프로 입단 후 8번째 맞는 2014~2015시즌. 김단비는 지난해 대표팀 차출로 인해 소속팀 합류가 늦어 시즌 초반 고비를 겪기도 했지만 이내 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부동의 2위를 달리고 있는 신한은행은 호시탐탐 선두 자리를 엿보는 중이다.

◆ 미추홀서 키운 꿈, 20년만의 금메달로

김단비는 인천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인천에서 다녔다. 그가 졸업한 산곡북초, 부일여중, 명신여고가 모두 인천 부평구에 있다. 20년 가까이 인천에서 살았으니 인천은 김단비에게 안방과 같았다.

하지만 김단비는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인천과 작별해야 했다. 2007년 WKBL 신입선발에서 당시 안산을 연고로 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어야 했기 때문. 그는 집을 떠나 안산에서 7시즌 동안 뛰었다.

인천에서 뛴 경기가 서서히 잊힐 때쯤 신한은행의 연고지 이전이 결정됐다. 지난해 4월 안산에서 인천으로 연고지를 옮기기로 결정한 신한은행은 2014~2015시즌부터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홈경기를 치르고 있다. 훈련장과 집이 더욱 가까워진 김단비는 “연고지를 이전한 뒤 수시로 집에 갈 수 있는 게 좋다”고 웃어보였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훈련과 경기를 치르게 됐다.

또 지난해 9월 김단비는 안방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20년 만에 금메달을 안긴 것. 이번 아시안게임이 국가대표 선수로서 뛴 마지막 대회였던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등은 태극마크 생활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해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 아시안게임 이후 공격 밸런스가 안 좋아진 김단비는 골밑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렸고 그 결과 리바운드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국가대표를 은퇴를 하는 언니들을 위해 꼭 금메달을 따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는데 원하던 대로 돼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자신감이 많이 올랐어요. 여러 모로 좋은 경험을 한 대회였지요.”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결승에서 패했던 중국을 4년 만의 결승 리턴매치에서 설욕해 더욱 뜻 깊었던 우승이었다. 특히 김단비로선 고향팬 앞에서 일군 우승이기 때문에 더 의미 있었다.

◆ 공격 전 부문 맹활약, '커리어 하이' 기대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얻은 김단비는 시즌 초반 팀이 정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팀 내 간판 포워드로서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신경 써야 했던 그는 이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당 평균 14.58점으로 6위에 올라 있고 리바운드 6.95개로 5위, 3점슛 성공은 30개로 3위에 자리를 잡았다.

리바운드 개수가 지난 시즌에 비해 2개 이상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이에 김단비는 “아시안게임 이후 공격 밸런스가 안 좋아져서 리바운드에 치중했더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투 성공률(84.6%·4위)도 정확한 김단비는 출전시간(경기 당 36분 51초) 1위, 공헌도에서도 1위(516.50점)에 올라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2011~2012시즌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짜릿한 승리를 안긴 버저비터도 한 차례 성공시켰다. 지난해 12월 20일 용인 삼성과 홈경기에서 신한은행은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66-71, 5점차로 뒤져 있었다.

13초 뒤 크리스마스의 자유투 2개로 추격을 시작한 신한은행은 종료 10초 전 크리스마스의 2점슛으로 70-71, 1점차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권을 확보한 신한은행은 경기 종료와 함께 터진 김단비의 버저비터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무조건 골을 넣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김단비는 페이크 모션으로 수비 한 명을 제치는 여유를 보이며 버저비터를 성공했다. 8년간의 프로 생활을 하면서 쌓은 경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 전 경기에서 슛을 급하게 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슛을 차분하게 쏘려고 연습을 했습니다. 당시 수비가 뛰어 나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차분해지자는 주문을 외웠지요. 그것이 버저비터를 성공한 요인이었습니다.”

▲ 올시즌 김단비는 경기 출전시간부터 리바운드, 공헌도 등 전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부상 회복 후 커리어 하이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최윤아, 존재만으로 평정심 생긴다 

김단비가 1군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뛴 시점은 2009~2010시즌부터이지만, 팀은 그가 입단하기 직전인 2007시즌부터 6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07~2008시즌 데뷔한 김단비는 첫 5시즌 동안 연속 우승을 거머쥐며 우승반지를 5개나 수집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전주원(현 춘천 우리은행 코치)과 정선민(현 부천 하나외환 코치), 하은주, 최윤아 등이 각 포지션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연승을 질주했다. 패배를 모르는 신한은행 앞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팀 레알 마드리드의 이름을 딴 ‘레알 신한’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레알 신한도 영원하지는 않았다. 전주원과 정선민이 은퇴하면서 팀 전력이 서서히 약해졌고 2012~2013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으로 우리은행에 우승 자리를 내줬다.

최근 두 시즌에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울 법도 하지만 김단비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우승을 맛본 것에 의미를 뒀다. 그는 “우승반지를 하나도 못 끼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많다”며 “그들에 비하면 나는 프로 생활을 하면서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준 신한은행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 번 우승을 함께한 주축 선수들 중에는 이제 최윤아와 하은주밖에 남지 않았다. 김단비는 특히 자신과 콤비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최윤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신인 시절에 훈련이 많아 정말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윤아 언니가 바로 잡아줘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코트 안에서든 밖에서든 언니가 많이 챙겨줘요. 그래서인지 경기를 할 때마다 언니와 잘 맞는 부분이 많아요. 언니가 코트에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 평정심이 생깁니다.”

▲ 최윤아(가운데)는 김단비(오른쪽)가 신인 시절 팀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많은 도움을 준 선배다. 지금도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 최근 2시즌 무관, 우승 갈증 키웠다

다섯 번 연속으로 패권을 차지할 때는 우승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몰랐다. 우승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너무 자주 우승컵을 들다보니 우승이 익숙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점차 줄어들었다.

신한은행이 정체기를 겪는 동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꼴찌를 도맡아서 했던 우리은행이 위성우 감독 부임과 함께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2012~2013시즌 최종 3위에 그친 신한은행은 2013~2014시즌에도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에 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 시즌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자 선수들이 비로소 우승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2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커졌어요. 그 전에 잠시 내려놨던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승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낸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너희가 우승해야 해’라고 하시다가 우승을 놓치자 ‘저들이 못할 수도 있구나’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희에게는 그 말이 오히려 편하게 들렸습니다.”

선수들 스스로 부담을 떨친 신한은행은 시즌 초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고 상승세로 돌아서던 중 외국인 선수 제시카 브릴랜드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그 자리를 나키아 샌포드가 메운다. 센터 하은주도 부상을 털고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투혼을 쏟고 있다. 여기에 김단비의 활약까지 더해진 신한은행은 4연승을 질주, 우리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릴 준비를 마쳤다.

▲ 최근 두 시즌 동안 하지 못한 우승. 김단비는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커짐과 동시에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비해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끝까지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봅니다. 시즌 초반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면, 후반에는 단점을 보완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 굳이 정규시즌 1위를 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수를 띄우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김단비는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안고 ‘V8 청사진’을 섬세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소속팀이 연고지를 이전한 첫 시즌, 고향팬 앞에서 펄펄 날고 있는 그가 올시즌 최후에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취재후기]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여자농구 하면 김단비가 떠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차게 밝혔다. 한국여자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 전주원과 센터 정선민의 플레이를 보며 대선수의 꿈을 키운 김단비는 그동안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다섯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장소를 인천으로 옮겨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어린 마음에 통제된 생활이 힘들어 농구공을 놓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덧 자신을 닮아가려는 후배들의 길을 닦아줄 위치에 올라섰다.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김단비는 후배들을 위해 다시 달린다. 7년 전 전주원과 정선민이 그랬던 것처럼.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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