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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권리도 '갑질'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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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권리도 '갑질'이 되나요?
  • 안은영 편집위원
  • 승인 2015.01.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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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안은영 편집위원] 신년벽두부터 방방곡곡에 근하신년의 다짐보다 ‘갑질 퍼레이드’가 드높게 울려 퍼지는 중이다.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의 경비원 자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부천 현대백화점 주차장의 체어맨 모녀 해프닝, 이상봉 디자이너의 '열정 페이' 논란에 이어 최근엔 가수 바비 킴이 좌석 업그레이드를 꼬투리 삼아 대한항공 기내에서 음주 난동을 부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유난하다 싶을 만큼 갑들의 과도한 권리주장이 잦다. 요새 '갑질의 전성시대'라도 된 걸까. 이슈가 될 때마다 더 많은 사례들이 앞다투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감안하고라도, 우리 사회의 갑을 논리는 뿌리가 깊다.

자본주의에서 갑과 을은 엄연한 사회적 관계다. 하지만 이 관계가 인간의 존엄까지 해쳐도 된다는 규정은 헌법 어디에도 없다. 권리 주장은 양측 모두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갑의 위치는 무소불위가 아니듯 을의 위치 또한 절대절명이 아니다.

▲ 인천 발 샌프란시스코 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좌석 업그레이드에 불만을 품고 음주 후 난동을 부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수 바비킴.

만연한 갑질 논란의 바탕에는 그릇된 주인의식이 깔려 있다. 어디까지가 권리이고, 어디까지가 횡포인지 수위를 모르는 주인의식은 간혹 정반대로 왜곡된다. 갑인데도 을에게 요구하는 게 찜찜하고 미안해지는 경우다. 요즘처럼 갑질이 문제시될 때는 더욱 갑의 권리가 자칫 횡포처럼 보일까 신경 쓰인다. 갑이 을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필자의 지인은 얼마 전 겨울 휴가를 가면서 면세점에서 수 십만원대의 선글라스를 샀다. 사용하자마자 안경테의 연결 부분이 고장나 본사에 AS를 의뢰했다. 본사로부터 “10만원을 지불하면 수리해 드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증표에 검증된 대로 무상AS가 당연했으므로 지인은 이를 따져 물었고, 같은 말만 반복하던 본사 측은 지인의 강력한 항의 끝에 “5만원을 내시면 새것으로 교환해 드리겠다”고 선심 쓰듯 실랑이를 매듭지으려 했다. 울컥한 지인이 AS와 교환의 기준이 뭐냐고 묻자, 본사 측은 제품과 손님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이 경우 진정한 횡포는 누구였을까. 갑의 지위를 교묘하게 이용한 을이다. 마음에 드는 선글라스였으니 어떻게든 수리해서 쓰고 싶은 갑의 마음을 읽은 거다. 하여, 끝까지 매달리게 만들고 값을 흥정한다. 이쯤되면 명품 브랜드의 자부심은 간데없다. 상술만 있을 뿐이다.

살갑게 인사 나누던 경비실이었건만 갑질 이슈가 촉발한 뒤로 택배를 찾아올 때마다 송구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애써 주시는데 나라도 수고를 덜어드려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행여 을의 기분이 상해 나의 당연한 권리주장이 횡포로 보일까 염려되는 갑이 어디 나뿐일까.

잔혹한 갑질은 척결돼야 하지만 애초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횡포로 변질돼선 안 된다. 선을 지키고 도를 넘지 않는 사회적 약속이 유지될 때 비로소 갑과 을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다.

talesof77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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