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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늘의 연애' 박진표 감독 "광기의 세상에 위안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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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늘의 연애' 박진표 감독 "광기의 세상에 위안 되기를"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19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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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로맨틱 코미디영화 ‘오늘의 연애’가 개봉 5일 만에 97만 관객을 모으며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충무로의 대표적인 중소제작비 장르인 로코물로선 이례적인 성적이다.

가수·탤런트·예능인으로 대중의 호감을 사온 이승기, 야무진 연기력의 자연미인 문채원이 남녀주연을 맡았으나 타 영화 주연배우들에 비해 스타성이나 무게감이 월등하진 않다. 소재는 18년 동안 불알친구처럼 지내온 두 남녀의 ‘썸’이다.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얼까. 해답의 단초는 연출을 맡은 박진표(50) 감독에게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개봉하던 날, 정독도서관 초입의 한 라디오박물관 카페에서 궁금증을 쏟아냈다.

 

- '오늘의 연애'는 착하고 헌신적인 초등학교 교사 준수(이승기)와 그로부터 짜릿함을 못 느낀다는 당찬 기상캐스터 현우(문채원)의 사랑 이야기다. 청춘의 연애 트렌드인 ‘썸’을 영화화한 감독이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내 사랑 내 곁에’의 박진표라 다들 의외로 여긴다. 한국영화계에서 박진표란 이름 석자는 극한 상황에 처한 남녀의 사랑을 진지하게 탐구해온 상징이다. 가벼움, 트렌디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 않은가.

▲ 내 안에 있는 가벼움, 즐거움, 코미디 감각을 꺼내고 싶었다. 사랑의 본질은 같다. 시대가 변해도 다를 게 없다. 작년부터 ‘썸’이란 용어가 등장했는데 시대가 사랑의 형태도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 지점을 이 영화를 통해 유쾌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작가주의 영화라면 다른 메시지와 표현이 가능하겠으나 상업영화다보니 현실감과 더불어 어떻게 판타지를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특히 사랑이야기일 경우 관객을 충족시켜줘야 소통이 된다. 이번에 장르를 확 바꿨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작업했다. 그동안 어둡고 갑갑함이 있었다면 이번엔 재미나게 한 것 같다.

- 이병헌 감독의 원안을 박 감독이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1000명에 이르는 젊은 남녀들을 설문조사해 시나리오에 반영했던 걸로 들었다. 처음 이 작품을 보고 매료된 이유는 무언가.

▲ 원안은 청춘의 사랑 이야기였다. 달라진 것들이 보이더라. 흥미로웠다. 사랑 모습이 흥미로웠다. 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느낀 건 이들이 부딪히고 깨지는 연애를 기피하는 것 같았다. 쉽게 만났다 헤어지는 건 인터넷과 SNS의 영향이 클 거다.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해버리고 그러니. 하지만 부딪히고 깨지면서, 조금은 옛날식으로 연애하라고 권유하고 싶었다.

 

- '썸’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로 불리는 우리 사회 청춘의 비극적인 초상이기도 하다. 나이브하게만 접근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 맞다. 사회경제적 요인도 크다. 사람을 담는 게 영화고, 요즘 젊은이의 사랑법을 다루다보면 시대가 반영되지 않을까 여겼다. 다문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가 그들이 처한 삶의 어려움으로 가진 않았다.

- '사랑과 우정사이’ 소재는 국내외 드라마와 영화로 숱하게 만들어졌다. 자칫 진부할 법한 소재가 될 위험성이 있다.

▲ 개개인의 특별함은 있으나 만나고 설레고 그런 건 다를 바가 없다. 어느 사랑이야기를 봐도 특별한 자이가 없으면 비슷비슷하다. 관객 입장에서 익숙하고 뻔할 수 있다. ‘오늘의 연애’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썸’이라든가 준수와 현우의 인간관계 등시대가 반영되며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거라 봤다. 어떤 장르건 현실을 가져오지 않으면, 시대를 반영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관객도 나도.

- '로맨스영화 대표 감독’이란 닉네임이 붙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남녀간 사랑에 천착하는 모습이다. 이유가 무언가.

▲사랑은 삶의 동력이자 에너지다. 누구에게 배울 수도 없어 어렵고 힘들지만 또 행복한 게 사랑이다. 이 영화는 2015년판 ‘너는 내 운명’일 수 있다. 처절하진 않으나 한 남자가 순정을 유지하고 결국 이뤄내는 점에서 동일하다. 웃음과 가벼움을 보탰으나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번 작품을 통해선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했다.

- 연애에 자유로운 요즘 청춘들이 18년 동안이나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인가란 시선도 있다.

▲ 취재하다보니 90년생부터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녀공학을 계속 다녀서 같은 동네에 살며 늘 곁에 있는 이성친구들이 있더라. 그래서 ‘오늘의 연애’를 자기네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걸 보고 내심 놀랐다.

▲ '오늘의 연애'의 문채원과 이승기

- 영화에는 경리단길, 이태원, 홍대, 가로수길 등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가 고스란히 보인다. 100% 올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됐다.

▲ (웃음) 좀 과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나 그런 것 역시 영화적 판타지가 아닌가 싶다. ‘저기서 데이트했는데 다시 가보고 싶네’ ‘저곳에서 헤어졌는데’와 같은 감정을 느끼기를 바랐다. 톤의 설정이 되도록 반짝이고, 로코의 달달함을 선사하고 싶었다.

-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배우의 연기가 다른 어떤 장르보다 중요하다. 이승기와 문채원을 평가한다면.

▲ 글로 존재하는 시나리오에 숨결을 불어넣는 건 배우의 몫이다. 감독이 디렉션을 아무리 잘 줘도 배우의 내면에 한계가 있으면 힘든데 두 배우는 캐릭터의 중심을 잡고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이승기는 모범생 이미지 가운데 건강한 마초 면모가 있다. 휴 그랜트처럼 ‘섹시함, 건전함, 유쾌함’을 표출할 배우가 많지 않은데 독보적인 배우가 될 것 같다. 또 내공이 있어서 디테일과 리액션을 잘 살린다. 노력하는 천재다. 표정이 자연스럽고 깨끗한 문채원은 내면에 괴물 몇 마리를 키우는 것 같다. 현우 캐릭터를 150% 끄집어냈다. 여러 면을 가지고 있는데 정통 멜로를 하면 장난이 아닐 것 같다. 어디까지 잠재력이 터질지 궁금하다.

- 중간에 손예진 김갑수 주연의 스릴러 ‘공범’을 제작했으나 감독으로선 5년 만에 돌아왔다.

▲ 오랜만에 연출을 하다 보니 설레고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되는대로 많이 만들어야 실력도 늘 거 같다. 하하. 그러려면 ‘오늘의 연애’가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 사극 한 편을 준비 중인데 준비가 되는대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 마디 해달라.

▲ 사랑 타령하기엔 너무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미쳐가는 세상에서나마 작은 사랑의 설렘이라도 갖고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 이 영화를 보고 즐거웠으면, 연애하고 싶은 호프(Hope)가 생기기를 바란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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