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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은퇴할 뻔한 홍상삼, 부활 불씨 된 '원팀 두산베어스'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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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은퇴할 뻔한 홍상삼, 부활 불씨 된 '원팀 두산베어스'의 배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4.18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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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빠른공, ‘똘기’, 제구난조, 폭투.

두산 베어스 홍상삼(29)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이다. 빠른공이라는 주무기가 있음에도 위기 상황 때마다 흔들리는 제구와 그로 인한 폭투 등으로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그다.

홍상삼이 17일 SK 와이번스전에서 2년 만에 선발투수로 복귀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기회를 줄 수 있을 때까진 최대한 줘보려고 한다. 본인이 잘 잡아야 한다”고 특별 관리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 이유는 경기 후 홍상삼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쉽게 이야기 할 수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 17일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한 홍상삼이 동료의 호수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이용찬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게 된 홍상삼이지만 결과적으로 가능성을 발견했다. 4⅔이닝 동안 72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했다.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물러났지만 팀 승리에 중요한 발판을 놨다.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홍상삼은 첫 타자와 김강민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컨트롤이 없다고 생각해 타자를 잡으려고 세게 던지다보니 역효과가 났다”는 그는 놀랍게도 이후 안정을 찾고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2회 이재원에게 솔로포를 맞았지만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4회엔 1사에서 이재원을 속구 3개로 삼진아웃처리하더니 제이미 로맥에게는 패턴을 바꿔 변화구 3개를 던져 다시 삼진을 잡아냈다. 영리함까지 빛났다.

다만 5회가 아쉬웠다. 7점의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마음이 급해졌다. 2아웃까지 잡아냈지만 폭투로 주자를 3루에 보낸 뒤 급격히 흔들렸다. 폭투 2개를 더 추가하며 흔들리더니 2점을 더 내줬고 결국 이날 임무를 마쳐야 했다. 스스로 “2아웃 이후 승리투수에 대해 생각하다니 욕심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내용은 좋았다. 무엇보다 김태형 감독의 믿음에 어느 정도 보답을 했다. 김태형 감독도 “상삼이가 잘 던졌는데 승리를 챙기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본인 스스로 느끼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 홍상삼이 5회말 1아웃을 남기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경기 전부터 남다른 신뢰를 보내던 김태형 감독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그였기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은 아니었다. 시범경기 부진으로 개막엔트리엔 들지 못했지만 퓨처스리그 8경기에서 실점 없이 4홀드를 잡아내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중간에서만 던지던 투수를 선발로 내보내는 것은 다소 의아한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6,7회까지 맡길 건 아니지만 70~80개는 던질 수 있다. 중간에 쓰기보다는 선발이 낫다”며 “투수치고 고참이니까. 좋은 내용으로 잘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독 애착을 나타내는 듯했다. 탄탄한 선수층을 이끌며 때론 냉정한 기용원칙을 밝혔던 그였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경기 후 홍상삼의 입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심리적 압박감으로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2군 강석천 감독과 정재훈 코치의 도움으로 많이 이겨낼 수 있었다던 그지만 “마운드에서도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몰라 노심초사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욕을 많이 먹었다. (정신력이) 강한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약하더라.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생겼고 스스로를 더 압박했다”며 “정신과 치료도 많이 받았는데 의사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 2년 만에 선발등판한 홍상삼(왼쪽)이 경기 수훈 선수로 뽑혀 관중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등판일정 조정도 도움이 됐다. 홍상삼은 “최근 2군 등판이 토요일(13일 KT전)이라 체력적으론 문제가 없었고 좋은 타이밍에 등판한 것 같다”며 “더 잘 던질 수도 있었지만 달리 생각하면 시즌 첫 등판인 만큼 나름 괜찮게 던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많은 도움을 준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몇차례나 훌쩍이기도 했다. “이겨낸 것은 없다. (선수생활을) 포기하려고도 했는데 (강석천 2군 감독 등이) 1년만 버텨보자면서 잡아주셔서 조금은 이겨낼 수 있었다”며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승리로 보답했어야 하는데 아쉽고 그래서 더 고맙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진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지 못한 상태다. 그는 “보답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솔직히 자신감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결과는 모른다.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도 필요하다”고.

그러나 그의 곁엔 힘을 주는 동료들이 있다. 야수진은 최고의 수비로 도움을 줬고 홍상삼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격려를 보냈다. “너무 고마웠다. 한국시리즈도 아닌데 한마음이 되는 게 느껴져 고마웠다. 마운드에 올라 갔는데 그게 딱 보이더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 또한 기회를 더 줄 생각이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더 적은 선발로 다시 한 번 나설 계획. 데뷔 시즌 홍상삼은 9승(6패)을 따내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후엔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팀의 배려 속에 선발로 제2의 선수 인생을 열 수 있기를 야구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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