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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진혁, "아쉬운 타이밍? 30대의 누아르 기대하세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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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진혁, "아쉬운 타이밍? 30대의 누아르 기대하세요" ②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0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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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만' 찾고 '편견' 깬 배우 최진혁 ① 에서 이어집니다.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최진혁은 2006년 KBS 2TV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단번에 드라마 주연을 맡았으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이후 드라마 '파스타', '괜찮아, 아빠딸',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1'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기회는 2013년 '구가의 서'로 찾아왔다. 극중 구월령 역을 맡은 최진혁은 초반 2회 등장으로 주목받아 극 중반부터 다시 등장했다. 이어 드라마 '응급남녀',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오만과 편견'을 촬영했고 이 해 개봉한 영화 '신의 한 수'에서도 연기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이후, 대중에게 그의 이름을 확실하게 새길 때가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오는 봄, 입대를 앞두고 있다.

▲ [사진=레드브릭하우스 제공]

- 아쉬운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요.(웃음) 많은 분들은 '한방을 터뜨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것보다는 '오만과 편견' 촬영 후 군대를 가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드라마에서 얻은 게 많아서, 지금의 공백은 제가 생각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동료들이나 선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 때도 있겠지만, 이런 고통이 나중에 연기로 표현된다면 엄청난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겉멋 든 배우'에서 '진짜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금, 입대를 하게 된 건 제게 득인 것 같아요.

- 긍정적인 생각이네요.

▲ 최근 2년동안 쉬지 않고 드라마를 촬영했기 때문에 약간 소모된 느낌이 있어요. 여러 역할을 맡았다 보니 보시는 분들께 혼선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모든 환경과 조건은 배움이라서, 이 공백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공백 동안 고민하고 내공을 쌓아서, 좀 더 성숙하고 완성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만과 편견'을 찍으면서도 '법 공부를 하고 연기했다면, 검사님들을 좀 더 관찰하고 공부해 본 후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 [사진=레드브릭하우스 제공]

- 스스로를 비춰 '오만'과 '편견'이 있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 오만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오히려 제게 필요했던 점이에요. 오만함,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했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자면 너무 겸손하게 살았던 게 연기에 해가 됐던 것 같거든요.

편견은, 다른 분들이 제 단면만 보는 경우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고 있지 않으면 차갑고 무섭게 여기는 분들도 있고요. 실제로는 장난기도 많고, 여러가지 면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도 제가 아직까지는 작품을 통해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 의외의 답변인데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기도 했잖아요. 적어도 외모 자신감 같은 건 있지 않았을까요?

▲ 사실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요. 얼굴,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았고요. 잘생기고 못생긴 걸 떠나서 배우로서 개성이 뚜렷하지 않고 밋밋하지 않나 생각도 했죠. 단점을 보완하고 멋있어 보이려고 하다보니 연기에 겉멋이 들었던 것 같고요.

- '구가의 서' 때까지만 해도 "이번에 잘 되지 않으면 연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했죠.

▲ 나름대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동안 연기에 대해 갈망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지금의 기회들이 더욱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오만과 편견'을 찍으면서도 이 촬영이 얼마나 제게 배움을 주는지도, 행복한지도 몰랐을텐데, 그동안 기다렸던 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선 스스로 좀 대견해요.(웃음)

▲ [사진=레드브릭하우스 제공]

- 올해 서른인데, 스물아홉과 서른은 큰 차이가 있나요.

▲ 체력적으로 좀 쉽게 지치는 것 같아요. 1년 동안 연속 4일 이상을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몸이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

- 가장 큰 차이점은 체력이군요.(웃음)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산 것 같나요?

▲ 좀 아쉬운 게 있다면, 제가 집안의 외동아들이고 가장이다보니, 집안일 쪽에 치우쳐서 저 자신에게 투자를 하거나, 재미를 많이 못 느끼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럴 여유도 없었고요. 좀 더 개인적인 걸 즐기면서 여유를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연기 외 일에서, 즐기는 활동이 있다면요.

▲ 단편 영화의 시나리오를 써서 연출을 해 보고 싶어요. 잘 나오든 아니든, 재미로요. 제가 자주 함께 하는 네다섯 명 고향 동생들이 있는데, 우연찮게 배우들이에요. 연극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들이죠. 남성미 넘치는 애들이어서 '누아르 축소판' 같은 영화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 [사진=레드브릭하우스 제공]

- 복귀작으로는 어떤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나요.

▲ 칼을 차고 있다가 확 꺼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누아르 장르를 좋아해서, '해바라기' 같은 수컷 냄새나는 영화에서 연기해 보고 싶어요. 주로 로맨틱 코미디, 멜로 장르를 연기했는데, 누아르는 안 해봐서 더 갈망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목포 출신인데 사투리를 쓰면서 연기하면 날개를 단 기분일 것 같거든요. 욕을 해도 맛깔나게 하고. 지금도 서울말이 완전한 '제 말'이 아니거든요. 한국 사람이 미국에 10년 정도 살았을 때 하는 영어같은?(웃음) 언젠가는 사투리 연기와 누아르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오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놀라게 만들 수 있어요.

- 공백 후 달라진 최진혁 씨는 어떤 모습일까요.

▲ 지금보다 확실히 깊어진 사람이 돼 있고 싶어요. 좀 '다른', 평범하지 않은 느낌의. 제가 뭔가를 한다고 했을 때 기대와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취재후기] 최진혁과의 인터뷰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편안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깊은 답변을 했고, 일정상 마지막 인터뷰여서 피로가 쌓였을 상황에도 쉴 새 없이 묻는 질문에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고마운 인터뷰이였다. 앞으로 얼마간 그를 보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 동안 더욱 깊어진 모습으로 누아르 영화에서 모습을 비출 그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 또한 즐거운 기다림일 듯싶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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