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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하늘, 이 '대세'가 연극 무대로 간 까닭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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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하늘, 이 '대세'가 연극 무대로 간 까닭②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1.05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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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꿈을 꾸면 많은 시도가 가능해진다"

[인터뷰] 강하늘, 불확실성과의 짜릿한 동행① 에서 이어집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인기리에 끝난 '미생' 이후, 강하늘이 선택한 것은 TV 드라마가 아닌 연극 '해롤드 앤 모드'였다. '라이징 스타', '대세'라고 불리는 그가 이 시점에 연극을 선택한 것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강하늘이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교회 성극단에서의 연극이다. 당시 소품팀으로 참여했지만 관객의 박수와 공연을 올렸을 때의 느낌을 못 잊어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예고에 편입했고, 뮤지컬 '쓰릴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왕세자 실종사건', '블랙메리포핀스' 등에서 공연하며 무대에서의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이번 연극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 모두가 '미쳤다'고 했을 때 시작한 연극, "쉬운 길로 가지 않는다"

- 9일부터 연극 '해롤드 앤 모드'를 시작하죠. 오랜만의 연극인데, 연습해보니 확실히 드라마와는 다른가요?

▲ 이래서 나는 역시 연극을 해야 되는구나 생각했어요. 저는 매체보다는 무대와 잘 맞아요. 더 자유롭고, 하나를 하더라도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할 수 있거든요. 저는 연극을 통해서 연기를 배웠는데, 다함께 하나의 대본을 놓고 한 장면을 위해 얘기하고 작업하는 게 좋아서 연기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장면의 밀도를 쌓아가고, 그 장면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돼요. 이 작품을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주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그렇지 않거든요. 카메라 앞에서 찍으면 오케이된 컷은 평생 바꿀 수가 없어요. 매체 연기는 여러 여건상 연극과는 다르니 괴리감이 있었어요.

 

- '미생'을 찍었고, 이제 영화 세 편이 개봉하고. 개인적인 여러 활동도 활발한 것 같은데, 휴식이 정말 없는 편 같아요. 많이 들었을 질문. 피곤하지는 않나요?

▲ 피곤하지 않냐는 건 처음 듣는 질문이에요.(웃음) 일이었다면 피곤했겠죠? 그런데 제게 연기는 일이 아니에요. 항상 배움이었어요. 연극을 한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미쳤냐'고, ''미생'이 그렇게 잘됐는데 왜 연극을 하냐'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눈앞만 보기보단 길게 보려고 해요. 저는 기술공이 아니라 장인이 되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어요. 기술공은 만든 물건 100개를 다 팔 수 있지만 장인은 작품 하나를 위해 1000개, 10000개를 부술 수 있죠.

드라마 연기는 순발력이 필요한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금방 만들어내야 하다보니 제 안의 것들이 쭉쭉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를 채워줄 것이 필요했는데 그게 연극이에요. 지금 물리적, 육체적으로는 피곤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맑아요. 저는 지금의 이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나를 봤을 때 꼭 필요한 선택이었어요.

- 그런 결정들을 할 때 조언을 구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혼자 생각하나요.

▲ 혼자요. 누구든 탓하지 않고 싶어서. 나한테 이런 조언을 해서 내가 이렇게 됐어, 이런 생각을 하기 싫어서요.(웃음)

- 앞서 했던 인터뷰들을 보니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연극영화과가 있는 유명 예고가 아닌 국악예고를 다녔고, 대학도 가지 않으려 했다고 했죠. 이번 연극 선택도 어떻게 보자면 그런 것 같은데, 남들이 말리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요.

▲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는 건 분명 어려운 길이란 뜻이죠. 물론 쉬운 길로 가면 마음과 몸이 편할 거예요. 놀 시간도 많을 거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제게 남는 게 뭐냐는 거죠. 남들 따라서 가는 대신 어려운 길을 간다면, 만약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게 되더라도 남는 게 있을 거라고 봐요. 다른 누군가가 이어 이쪽 일을 선택했을 때, 앞서서 누군가는 이런 일을 했었다, 고 남을 테니까요. 하지만 닦여 있었던 길로 간다면 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남게 되겠죠.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되기 싫었고, 지금도 싫어요.

- 좋은 방향이네요.

▲ 사실 마냥 좋다고는 말 못 하겠어요.(웃음)

- 개인적으로는 공감해요. 하지만 하늘씨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에겐 어떻게 보일지.

▲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쳤냐고 하는 거겠죠. 근데 저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어줘야 해요. 그래야 중간이 생기죠.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길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같이 연기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눈앞의 것만 보지 말라고, 이런 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 실제 친구들은 좋은 모습으로 보고 있나요?

▲ 친구들이 제일 먼저 미쳤냐고 했죠.(웃음) 그런데 왜 친구겠어요. 다 알아줘요. 제 선택의 이유를 알아주고, 숨은 뜻을 이해해줘요.

 

◆ "좋은 작품이란 관객을 진화하고 변화시키는 작품" 

- "'캐릭터'보다는 '좋은 작품'이 출연 기준"이라고 했어요. 하늘씨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에는 기준이 있나요?

▲ 모든 관객, 시청자에게는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이란 그 가치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진화시키는 작품이에요. 모든 예술에 해당되는 얘긴데, 관객들을 조금이라도 진화하고 변화한다면 그때 예술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말을 걸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이요.

- 좀더 그런 전위적인 성격의 작품이나, TV 매체보다는 무대가 취향일 것 같았는데, 출연작을 보니 좀 의외였어요.

▲ 저는 사실 툭 하면 부러질 듯한 단단한 각목같은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길이 하나뿐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직진만 있는 건 아니고, 돌아가거나 구부러진 길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점점 어른이 돼 간 거죠. 중요한 건, 제 마음 가장 깊은 곳이 변하지 않고 확실한 믿음만 있다면 된다는 거예요. 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제게 누가 '미생'을 권하겠어요. 이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만들어가자는 생각이에요. 좋은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싶다는 제 마음은 변함없어요.

- 배우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붙이지 못해서, "배우 강하늘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어요. 언제쯤이면 가능할까요. 가까이 가고 있는 것 같나요?

▲ 아마 단 한 번도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하고 꾸지만, 불가능한 꿈이기 때문에 다른 많은 시도가 가능해져요. 계속 허우적대고 있긴 하지만, 꿈을 그렇게 정했으니 그래도 언젠가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취재후기] 대화를 나누고 인터뷰에서 느낀 감상을 얘기했다. 또래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고, 여기에 경험까지 갖춘 사람 같다고. 강하늘은 친절히 대답했다.

"맞아요. 그런, 일반적인 사람이 되기 싫었어요. 그래서 책도 더 읽고, 어디에서 내가 말을 해야 하는지, 어느 때에 입을 닫고 조용히 하고 들어야 하는지,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며 지냈던 게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덕분에 고민과 경험을 거치지 않은 생각이 없고, 허투루 하는 말은 없다. "사람마다 자신의 갑옷을 만들고 산다"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하늘은 자신만의 가치관과 방식으로 그 갑옷의 틈을 채워가고 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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