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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리 있는 사랑' 이시영 "불륜 아닌, 사람의 '결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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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리 있는 사랑' 이시영 "불륜 아닌, 사람의 '결핍' 이야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2.22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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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같기도 해요. 공감을 잃어버리는 순간 위험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tvN 월화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에 출연 중인 배우 이시영(32)은 결혼한 상태에서 두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캐릭터 김일리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일리 있는 사랑'은 고등학생 때 임시 교사로 왔던 장희태(엄태웅 분)에게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된 김일리가, 결혼 후 김준(이수혁 분)을 만나 또다른 사랑을 느끼게 되는 드라마다.

일리가 결혼한 상태에서 겪는 감정이니 이를 '불륜'으로 보는 시선들도 적잖다. 제작진은 "불륜 드라마로 생각하지 않는다",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의 순서가 바뀌며 겪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영 또한 이에 공감했지만 자신이 맡은 역의 위험성 역시 알고 있었다.

▲ tvN '일리 있는 사랑'에서 김일리 역을 연기하는 배우 이시영. [사진=CJ E&M 제공]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제작진이 말하는대로 불륜이 아닌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극의 제목처럼 '일리있는' 모습이 그려져야 한다. 여기에는 주인공 김일리 역을 맡은 이시영의 역할이 중요할 듯했다. 가볍지 않은 책임을 안고 있는 이시영을 만났다.

- '일리 있는 사랑'이 6회까지 진행됐다. 연기해본 소감은 어떤가.

▲ 김일리는 스스로 좋아서 이 삶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굉장히 많은 책임을 강요당하는 인물이다. 처음엔 대본이 너무 어려웠다. 지금은 나름대로 대본에 대한 이해는 하는데, 연기 표현으로는 아직도 내 마음까지는 표현되지 않는 것 같다. 이해하는 만큼 표현하고 싶어서 그 간격을 좁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 극중 희태의 동생인 장희수(최여진 분)는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일리는 희수를 돌보며, 말동무를 해 준다. 리액션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 희수의 상황은 흔치 않은 설정이다. 희태의 심정은 극중 내레이션으로 표현되지만, 일리는 희수를 상대로 비밀 얘기까지 털어놓으며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일리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건 희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희수와의 연기는 어렵다기보다 고마운 설정이다.

- 극중 '과호흡증후군'으로 호흡 곤란 연기도 한다.

▲ 영화 '요람을 흔드는 손'의 주인공이 일리와 같은 과호흡증후군이 있다. 그 영화를 많이 참고했다. 진짜라고 믿고 연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쑥스러워하며 연기할 때는 좀 이상했다. 스태프들도 웃고. 그런데 최대한 집중해서 하니 차이가 있었다. 정말 집중해 했고, 실제로 숨이 차서 죽을 뻔했다. 혼자 연기했다기보다는 감독님 말씀과 영화를 많이 참고했다.

- 결혼을 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도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사랑'을 방송 전부터 '불륜 드라마'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불륜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배우들의 연기에 달렸을 것 같다.

▲ '일리 있는 사랑'은 기혼 여성의 삶이 없는 순간을 담은 드라마다. 일리가 만나는 김목수가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륜 미화, 조장 드라마라고 한다면 서운할 것 같다. 그렇게 접근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 tvN 월화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의 주연배우 엄태웅, 이시영, 이수혁.[사진=CJ E&M 제공]

6회 중 어느 누구 앞에서도 운 적 없는 일리가 김목수 앞에서 울면서 자신의 진짜 감성을 만나는 장면이 있다. 불륜이라고 접근하기보다는 일리의 사랑, 일리가 만난 진짜 감정, 이 여자의 삶의 무게감을 그리는 게 드라마의 목표인 것 같기도 하다. 모든 드라마의 목표는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물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시청자들도 같이 변한다는 걸 느끼게 한다면 우리가 열심히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 '일리 있는 사랑'의 '본방 사수'는 하고 있나.

▲ 1, 2회 방송 때 촬영이 없을 때라 본 방송을 봤다. 1, 2회를 두 달에 걸쳐서 찍었는데 좀 허무하기도 했다.(웃음) 나는 내 연기를 머리 쥐어뜯으며 보는 편이라 '왜 저렇게 했을까' 후회도 했다.

- 2회분을 두 달에 걸쳐서 촬영했다니 놀랍다. 한지승 감독의 영상미는 유명한데, 요즘도 긴 시간 동안 촬영하나.

▲ 일정이 급하다보니 요즘은 굉장히 속도를 내어 찍고 있다. 사실 감독님이 장면을 공들여 찍으셔서, 한 신을 하루동안 찍은 적도 있어서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다른 것보다는 너무 추워서 문제다. 세트가 거의 없고 거의 다 야외다. 이렇게 세트가 없는 촬영은 처음이다.

- 본인이 생각하는 '일리 있는 사랑'의 명장면은.

▲ 아무 의미없는 장면일 수도 있는데, 일리가 시부모의 싸움을 말리고, 일을 하느라 바쁘게 하루를 보낸 후 코피를 흘리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남편인 희태는 일리에게 '그러니까 어머니가 불러도 모른 척하지, 왜 그랬냐(고생했냐)'고 한다.

▲ [사진=CJ E&M 제공]

일리 입장에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는데, 희태가 굉장히 미워서 기억에 남았다. 이 남자는 사람좋은 얼굴로 자기 몫을 하나도 하고 있지 않다. 착한 남편이지만, 집을 항상 비우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이다. 희태가 희수를 보면서 할 수 있는건 웃는 것밖에 없다. 그에 비해 일리는 시언니인 희수의 병수발과 시동생의 백수탈출을 돕는 등 많은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

-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어떤 마음으로 보면 좋을까.

▲ 한지승 감독님이 말씀하고자 하는건 인간에 대한 이해, 외로움, 결핍에 대한 거다. 가족들에게 굉장히 지친 일리에게, 고아 설정의 김목수는 일리를 가족에게서 오는 피로감에서 해방시켜주는 사람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부족한 것들, 결핍에 대해 느끼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김목수도 외롭게 자라왔고, 일리의 엄마같은 부분에 대해 공감하며 동질감을 느끼니까.

그렇지만 결혼한 상태인 일리가 김목수를 만나는 내용은 어쨌든 불륜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그 정당성을 찾아야 한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한 여자 일리의 외로움, 김목수의 외로움, 희태의 삶에 접근해서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 앞으로의 관전포인트는.

▲ 희태가 모든 것을 알게 되면서, 모든 걸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는 아수라장이 될 거다. 세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세 캐릭터 모두에게 공감이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연기는 힘들겠지만 더 재밌어진다. 7,8회까지는 상황들이 주어진다면, 이후부터는 감정라인을 따라간다.

[취재후기] "불륜 드라마가 아니라 사람 간 이야기다". 방송 전, 제작진의 설명을 들었을 땐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을 보고 있자면 이들이 얘기하듯 인간의 결핍, 외로움을 담아낸 내용이란 것에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배우들이 전한 것처럼 앞으로는 더욱 빠르고 재밌는 전개가 이어진다니 이 드라마를 주목해봐도 좋을 듯싶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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